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지난 1월 24일 구속... "재판 성실히 임하겠다"
법원, 보증금 3억원에 사건관계인 접촉금지 등 조건으로 직권보석 결정

법원의 보석 결정으로 석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2일 오후 수감돼 있던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 귀가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의 보석 결정으로 석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2일 오후 수감돼 있던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 귀가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구속됐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2일 보석으로 석방돼 귀가했다. 지난 1월 24일 구속된 이후 179일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박남천)는 이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보석을 직권으로 결정했다.

이날 오후 5시쯤 양복 차림으로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선 양 전 대법원장은 보석을 받아들인 이유와 강제징용 판결 지연 의혹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지금 한창 재판이 진행 중이니까 신병 관계가 어떻게 됐든 제가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다"며 "앞으로 성실히 재판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그러나 재판 지연 전략을 쓴다는 비판이 있다는 질문에는 "비켜 주시겠느냐"며 다소 불쾌감을 드러내고 대기하던 차량에 탑승했다.

법원은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직권보석을 결정하면서 주거와 통신 제한, 보증금 3억원 납입 등을 조건으로 했다. 주거지를 경기도 성남시의 자택으로 제한했고, 도주나 증거인멸 행위 등을 해서는 안 되며, 제3자를 통해서라도 재판과 관련된 이들이나 그 친족과 전화나 서신, 이메일과 SNS 등 어떤 방법으로도 연락을 주고 받아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또 법원의 소환을 받았을 때에는 미리 정당한 사유를 신고하지 않는 한 반드시 정해진 일시·장소에 출석하고, 3일 이상 여행하거나 출국하는 때에도 사전 허가를 받도록 했다. 법원은 "보석 조건을 어긴다면 보석을 취소하고 보증금을 몰취할 수 있고,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20일 이내의 감치에 처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법원의 보석 결정은 양 전 대법원장의 1심 구속기한(최장 6개월)이 가까워진 데 따른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기한은 8월 11일 0시에 끝날 예정이었다. 법원은 양 전 대법원장이 구속기한 만료로 풀려나면 법적으로 운신의 폭에 커다란 제한이 없지만, 보석 석방을 하면 각종 조건을 붙일 수 있는 등 재판상 필요를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양 전 대법원장 측은 당초 구속기한 만료가 다 된 만큼 보석이 아닌 '구속 취소'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지난 재판에서 "설령 보석하더라도 구속 취소에 비해 특별히 불이익하지 않은 방향으로 석방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양 전 대법원장은 법원의 보석 조건 중 사건 관계인 접촉 금지 부분에 대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애매모호하다"며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 오후 변호인들과 논의를 거쳐 법원의 조건을 받아들였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보석 조건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보석 조건이 사실상 가택 구금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제한이 가벼운 편이다. 이 전 대통령은 외출이 아예 제한됐고, 배우자와 직계 혈족 및 그 배우자, 변호인 외에는 누구도 자택에서 접견하거나 통신을 할 수 없다. 또 매주 한 차례 법원에 1주일간 시간별 활동내역 등 보석 조건 준수 보고서를 내야 한다. 보증금도 이 전 대통령은 10억원, 양 전 대법원장은 3억원으로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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