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재판부, 주거 제한·사건 관계자 접근 금지 등 조건 직권보석 결정
"양 전 대법원장, 일단 빨리 나가는 것이 재판 준비에 유리 판단한 듯"

[법률방송뉴스=유재광 앵커] 사법행정권 남용 등 혐의로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오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해 1심 재판부가 오늘(22일) 직권보석 결정을 내렸습니다. '남승한 변호사의 시사 법률'입니다. 직권보석이라고 하는데 이게 어떤 내용인가요.

[남승한 변호사] 직권보석은 재판부가 피고인이 신청하지 않고도 보석하는 것인데요. 일단 내용은 주거를 분당 주택으로 제한합니다. 그리고 주거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재판부에 미리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했고요.

법원의 소환통보를 받았을 때는 반드시 출석해야 되고, 정당한 사유를 제출하지 않고 출석하지 않으면 안 되고,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서 사건 관련자나 친족 등과 만나거나 전화, 서신, 팩스, 이메일, 휴대폰 문자전송, SNS, 이런 연락을 주고받아서는 안 된다. 이렇게 제한했고요.

위반하면 당연히 보석보증금을 몰수하고 보석취소한 후에 재수감할 수 있다. 이렇게 하는 것이고요. 보석보증금은 3억원으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앵커] 이게 명칭이 '직권보석'인데 그러면 양 전 대법원장 측이 신청한 게 아니고 재판부가 말그대로 직권으로 보석을 허가해줬다는 얘기인가요.

[남승한 변호사] 네 그렇습니다. 직권이라고 하는 것이니까 피고인 측의 신청 없이 재판부가 판단했다는 것이고요.

이제 이번에 직권으로 보석을 결정한 것은 구속기간 1심에서 연장 연장해서 6개월까지인데 그게 다 만료돼 가고 있는 상황이라서 구속취소가 돼야 되는데, 그것을 앞두고 한 20일 정도 남았습니다. 그것을 앞두고 법원이 보석결정을 한 것이고요.

양 전 대법원장으로서는 이제서야 본격적으로 증인신문이 시작되는 상황이어서 아무래도 긴 심리를 남겨두고 있기 때문에 재판부로서는 이것을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을 해주고 재판을 하는 것보다는 보석 조건을 붙여서 보석을 하는 것이 낫겠다. 이렇게 생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러면 양 전 대법원장 측 입장에서는 180일 가까이 수감돼 있었는데 조금 더 있다가 구속기간 만료로 나오면 더 나을 것 같은데 보석을 받아들인 것, 어떻게 봐야 할까요.

[남승한 변호사] 오늘 보석을 받아들이면서 양 전 대법원장이 석방되면 179만의 석방이거든요. 구속말료기간은 얼마 남지 않았고. 그러니까 양 전 대법원장 측으로서도 고민을 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냥 보석보증금을 내지 않으면 되니까요.

내지 않으면 보석 허가를 해도 나오지 않는 것이고 그러다가 구속기간이 만료되면 석방해줘야 되는데 석방할 때는 이런 조건을 붙일 수 없는데요.

양 전 대법원장 입장에서는 '굳이 내가 보석보증금도 내고 이런저런 제한도 붙여가면서 있을 필요가 있느냐' 이렇게 생각할 수 있었을 것 같기는 합니다.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하지는 않았습니다.

[앵커] 그렇게 한 의도나 배경, 이런 게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남승한 변호사] 일반적으로는 보석을 법원이 허가하면 일반 피고인들은 구속기간이 몇일 남았는지 이런 것들을 따지지 않고 당연히 하루라도 빨리 나가는 것. 그리고 그런 것이 방어권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나가려고 하게 됩니다.

그런데 양 전 대법원장으로서는 당연히 조금 불만일 수, 당연히는 아니지만 불만이 있을 수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따르지 않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재판부와 여전히 대립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모습이 전 대법원장으로서 취하실 수 있는 태도가 아니다. 이렇게 판단한 것일 수도 있을 것 같고요, 

그 다음에 하루라도 빨리 나가면 어찌됐든 방어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아무래도 보석조건이 법원 허가를 받아야 하긴 하지만 여행 등 이동 자유를 일부 허가한 점 등 이명박 전 대통령과 비교했을 때보다는 좋아졌다는 점. 이런 것을 고려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앵커] 법원이 이렇게 직권으로 보석을 허용해주는 게 일반적으로 있는 케이스인가요, 아님 특이한 경우인가요.

[남승한 변호사] 상당히 특이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는데, 최근에 한 번 더 보기는 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직권보석은 아니기는 한데 지금과 상황이 비슷하거든요.

일반적으로 형사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구속기간이 만료돼서 피고인을 풀어주는 것을, 원래는 풀어줘야 되는 것이긴 하지만 그것을 굉장히 수치스럽게 생각합니다. 정해진 기간 안에 재판을 못마쳤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이명박 전 대통령 같은 경우에는 보석을 신청을 한 걸 재판부가 풀어준 것에 해당하고 이 경우에는 신청을 하지 않았음에도 재판부 직원으로 풀어준 것인데 이례적일 수밖에 없는 게 1심 구속기간을 지나도록 구속 피고인을 판결 선고하지 못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습니다.

[앵커] 그럼 앞으로 재판은 어떻게 진행이 되는 건가요.

[남승한 변호사] 당연히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되고요. 증인신문이 이제서야 시작되기 때문에 사실은 상당히 오랜 기간 재판이 진행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1심 형이 선고되거나 그에 따라서 법정구속이 되거나 하면 다시 항소심 재판부는 구속기간 안에서 재판을 하다가 지금 이 원심 재판부와 같은 고민을 한 번 더 하게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앵커] 아무튼 재판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지켜봐야 겠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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