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변호사의 비망록 속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과 진형구, 검찰 '공안부'
김형태 변호사의 비망록 속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과 진형구, 검찰 '공안부'
  • 유재광 기자
  • 승인 2019.07.16 1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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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공안부 폐지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안’ 입법예고
검찰 공안부, 56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정세분석' 업무도 손 떼

[법률방송뉴스] 대공과 선거, 노동, 학원 사건을 전담하며 한때 나는 새도 떨어뜨릴 만큼 막강한 위세를 부렸던 검찰 ‘공안부’가 공식적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행정안전부는 오늘(16일) 검찰 공안부 폐지와 업무 조정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앵커 브리핑’입니다.

10년 전 얘기 하나 해보겠습니다. 1999년 6월 7일 당시 진형구 대검 공안부장이 기자들과 낮술을 거나하게 한 잔 한 뒤 한 해 전인 1998년 11월 있었던 조폐공사 파업은 자기들이 ‘유도’한 것이라는 ‘폭탄 발언’을 합니다. 

폭탄주 끝에 나온 폭탄발언. 당일 대전고검장으로 승진 발령 나서 기분 좋게 술 마시고 취해서 한 말이었지만 그 자리에 함께 있던 한 기자가 이를 기사화하면서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습니다.

당시 보도된 워딩을 복기해 보면 "조폐공사 파업은 우리가 만든 것이다. 내 고교 후배인 조폐공사 사장과 논의한 뒤 했다. 이 같은 계획을 공안부에서 만들어 총장에게 보고했다“

“공기업 파업이 일어나면 검찰이 이렇게 대처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했는데 노조가 너무 쉽게 무너져 싱겁게 끝났다”는 것이 당시 대검 공안부장의 말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공기업에서 파업이 일어나면 노조가 어떻게 된다. 검찰이 어떻게 한다’는 전범을 만들고 보여주기 위해 규모와 파급력이 작은 조폐공사를 골라 파업을 유도했다는 발언입니다.

파문이 커지자 진 부장은 “취중에 농담으로 후일담을 얘기한 것 뿐”이라고 수습하려 했지만 한 번 쏟아진 물을 다시 담을 순 없었습니다. 

이 여파로 취임 8일된 당시 김태정 검찰총장이 날아갔고 헌정 사상 초유의 특별검사팀이 출범했습니다. ‘한국조폐공사 파업 유도 및 검찰총장 부인 옷로비 진상규명 특검‘입니다.   

현직 공안검사들을 상대로 한 수사. 이 이야기엔 당시 무소불위 검찰 공안의 위세를 보여주는 또 다른 ‘후일담’이 있습니다.

당시 특검보를 맡았던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 출신 김형태 변호사의 ‘비망록’에 따르면 조폐공사 파업 사건을 담당했던 대전지검에서 관련 자료를 압수해오자 대전지검 검사 둘과 공안부 직원 5명 등 7명이 김형태 특검보 방에 우르르 몰려와 가져간 자료를 다 도로 내놓으라 했다고 합니다.     

이에 김 특검보는 “피의자들이 검사에게 압수된 물건 돌려달라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요? 도둑이 검사보고 압수품 돌려달라고?” 하며 저항했지만 검사들은 기어이 자료들을 가져갔습니다.

이에 김형태 특검보는 방에 있던 사람들에게 “아니 이게 무슨 반민특위 꼴이냐”고 항의했지만 항의는 허망하게 끝났습니다.

압수 서류를 뺏긴 다음날 김 특검보는 “검사를 수사하는 것이니 검찰 출신 인사들은 특검 사건에서 빼자”고 검사장 출신 강원일 특검에 제안했다가 그 자신이 수사권을 뺏기고 특검을 떠나게 됐다는 것이 김형태 변호사의 고백입니다.

"진형구 부장은 이미 자백을 했고, 수사기록엔 증거가 넘쳤다. 그런데 결론은 걸작이었다. ‘조폐공사 사장 단독책임’. 특검은 아무도 기소하지 않고 사건을 도로 검찰에 넘겨버렸다“

김형태 변호사의 말입니다. 불과 10년 전 안짝, 헌정 사상 첫 수평적 정권교체, ‘국민의 정부’라는 김대중 정부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그런 검찰 공안부가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대검 공안부는 ‘공공수사부’로, 무엇을 ‘기획’한다는 것인지 그 이름부터 음습하기 그지없는 대검 공안기획관은 ‘공공수사정책관’으로 이름이 바뀝니다.

그리고 대검 공안1~3과는 각각 담당 업무에 따라 공안수사지원과, 선거수사지원과, 노동수사지원과 간판을 바꿔 답니다. 일선 지방검찰청 공안부는 공공수사부로 바뀝니다.

유일하게 ‘공안’이라는 이름이 남은 대검 ‘공안수사지원과’는 ‘대공·테러·남북교류협력’ 관련 사건으로 명시해 ‘코에 걸면 코걸이 식’ 수사를 못하도록 딱 선을 그었습니다.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공안 정세분석, 노동 정세분석, 이런 ‘정세분석’ 업무는 검찰이 더 이상 하지 않고 대학이나 사회·종교단체 관련 사건에서도 손을 떼기로 했습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검찰 조직에서 ‘공안’이라는 명칭이 56년 만에 사라지게 됩니다. ‘공안’이라는 용어가 사라지게 되는 검찰이 진정한 공안(公安), ‘공공의 안녕’을 위한 조직으로 환골탈태하길 기대합니다.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유재광 기자 jaegoang-yu@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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