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기업인의 부정행위에 대해 엄격한 잣대로 법 적용하고 책임 물어야" 법정구속은 면해... "피해 변제 노력, 모친 사망과 본인 건강 악화 등 아픔 참작"

수백억원의 회삿돈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호진(55) 전 태광그룹 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창보)는 21일 이 전 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6개월과 벌금 6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우리 사회에는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팽배하다. 이는 과거 고도성장 과정에서 기업이 마땅히 부담해야 할 사회적 책임과 윤리를 저버린 채 탈법적 방법을 동원해 기업을 경영한 데서 기인했다고 봐야 한다”며 “이를 바로잡고 기업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회복시키기 위해 기업인들의 부정행위에 대해 엄격한 잣대로 법을 적용하고 책임을 묻는 관행이 정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연합뉴스

이 전 회장은 지난 2011년 생산량을 실제보다 적게 조작하거나 불량품을 폐기한 것처럼 꾸민 뒤 생산품을 빼돌려 거래하는 이른바 ‘무자료 거래’를 통해 총 421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1심과 2심은 그 중 190억원대의 횡령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이 전 회장에게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다. 2심에서는 배임 혐의 일부가 무죄 판단돼 벌금이 1심의 20억원보다 줄어든 10억원으로 결정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횡령 대상이 ‘판매 대금’인데 하급심에서 ‘판매 제품’을 횡령했다고 간주해 조세 포탈 액수를 잘못 산정했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포탈 세액을 다시 산정한 결과 원심에서 인정된 9억3천여만원보다 축소된 5억6천여만원으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이날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2011년 1월 구속 기소된 이 전 회장은 간암과 대동맥류 질환으로 이듬해 6월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이 수사 단계부터 범행으로 인한 피해액을 변제하기 위해 노력했고 포탈된 세금도 모두 납부했다”며 “6년 넘게 재판을 받으면서 모친의 지병이 악화돼 사망하는 아픔도 겪고 본인도 간암 수술을 받는 등의 아픔을 참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이 사건 범행이 조직적이고 장기간 계속됐다는 점과 기업 윤리의식에 대한 경각심 고취의 필요성 등을 감안할 때 개인적 아픔이나 불행한 사정이 있다고 해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는 없다”며 “일부 무죄로 판단된 부분도 있고 횡령 자금을 그룹 내 다른 계열회사를 위해서 사용한 점 등을 감안해 형을 조절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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