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최저임금 2.9% 오른 시간당 8,590원으로 결정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인상안, 치열한 고민의 산물"
민주노총 "문 대통령 최저임금 1만원 대선공약 거짓말"

[법률방송뉴스] 내년도 최저임금이 8천 590원으로 결정됐습니다. 역대 세번째로 낮은 인상률입니다. ‘앵커 브리핑’, 먹고 사는 문제 얘기해 보겠습니다.

창고에 쌓아 놓은 옥수수가 수류탄에 터지며 마치 새하얀 눈처럼 하늘에서 내리는 장면이 인상적인 2005년 박광현 감독이 연출한 영화 ‘웰컴 투 동막골’입니다.

6.25 전쟁 당시 태백산 줄기 어디쯤 있는 가상의 마을을 배경으로 이념의 부질없음과 인간 보편의 휴머니즘을 얘기하는 영화입니다.

영화 속에서 인민군 장교로 나오는 정재영이 마을 촌장에게 묻습니다. “거, 기러니끼리, 고함 한 번 디르디 않고, 부족민들을 휘어잡을 수 있는 거, 위대한 영도력의 비결이 뭐요?”

촌장이 답합니다. “뭐를 좀 마이 멕여야지, 뭐” 우문에 현답입니다.

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9% 오른 시간당 8천 590원으로 결정됐습니다. 

오늘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3차 전원회의에서 이같이 결정됐는데 웃으며 회의장을 떠나는 사측 위원들과 딱딱하게 얼어붙은 노측 위원들의 얼굴이 양측의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합니다.           

최저임금은 정부 의중을 반영하는 공이위원들 결정에 좌지우지되는 만큼 오늘 결정은 정부 여당에서 여러 차례 제기돼 온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론이 현실화했다는 평가입니다.

2.9% 인상은 최저임금제가 처음 시행된 1988년 이후 IMF직후인 1998년 2.7%와 이명박 정부 때이던 2010년 2.8%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인상률입니다. 

지난해 10.9%, 지지난해 16.4% 인상률과 비교하면 노동계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못살겠다. 힘들어 죽겠다’는 재계와 경영계, 소상공인의 볼멘소리에 정부는 앞서 각종 수당 등 최저임금 산입 범위 임금을 확대한 바 있습니다.

한국노총은 당장 오늘 대변인 논평을 통해 “최저임금 참사가 일어났다”며 “최저임금 1만원 실현, 양극화 해소는 완전 거짓 구호가 됐다”고 문재인 정부를 강한 어조로 성토했습니다.

한국노총 지적대로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현 정부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였지만, 임기 내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은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입니다.  

공약은 유권자에 대한 일종의 ‘맹세’(盟誓)라 할 수 있습니다. 맹세는 사전적으로는 ‘일정한 약속이나 목표를 꼭 실천하겠다고 다짐함’이라는 뜻입니다. 

이 ‘맹’(盟)이라는 글자를 한자로 뜯어보면 ‘날 일’(日)과 ‘달 월’(月) ‘피 혈’(血) 세 글자로 돼 있습니다. 즉 맹세는 하늘의 해와 달에 피로써 하는 서약을 의미합니다.

그런 맹세, 공약을 헌신짝처럼 뒤집고 파기했는데 이에 대한 사과나 경위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는 정부 관계자는 아직 못봤습니다.

이재갑 노동부장관은 오늘 의결된 최저임금안에 대해 최저임금위원회 노·사·공익 위원들의 심도 있는 논의와 치열한 고민의 산물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을 뿐입니다.   

약속을 했다고 꼭 다 지켜야 되는 건 물론 아닙니다. 상황과 여건이 바뀌면 목표와 약속도 달라지고 조정할 필요가 당연히 있습니다. 

다만 그 경우에도 유권자와 국민에게 달라진 사정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은 집권 정부여당이 당연히 해야 하는 일 아닌가 합니다. 그 ‘당연함’이 없는 게 씁쓸합니다.

주 52시간 근무, 저녁이 있는 삶. 역대 세 번째 최저임금 인상안. 저녁은 있지만 ‘저녁밥’은 없는 저녁이 있는 삶. 왠지 좀 허망하고 씁쓸합니다.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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