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주 의사' 여부가 중요, 신분 안 밝히고 떠났다면 뺑소니

[법률방송뉴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법률정보 SHOW' 곽란주 변호사입니다. 오늘은 흔히 '뺑소니'라고 부르는 '도주차량의 형사책임'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뺑소니는 '교통사고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거나, 상해를 입히고도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주한 경우', 또는 '교통사고를 은폐하기 위해 피해자를 다른 곳으로 옮겨 유기한 후에 도망'치는 전형적인 도주차량 사고가 있는습니다.

그리고 과연 이런 것까지 뺑소니로 처벌하는 것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드는 애매한 사고도 있습니다. 심지어 나는 전혀 도주할 의사가 없었는데 피해자가 뺑소니로 신고해서 억울하게 조사를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늘은 어떤 경우에 '도주차량죄'로 처벌받게 되고, 어떤 경우에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 것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 3 제1항에서는 '차량 운전자가 업무상 과실로 교통사고를 낸 후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주한 경우에 사망사고의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상해 사고의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제2항에서는 '사고 운전자가 피해자를 사고 장소로부터 옮겨 유기하고 도주한 경우 사망사고의 경우에는 사형 또는 무기,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상해사고의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이 법은 자동차 운전자가 교통사고 후 도주하거나 또는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유기하였다면, 윤리적으로 강한 비난을 받아 마땅하기 때문에 이를 엄중히 처벌해서 다른 운전자들에게 경각심을 갖게 하려는 의도가 있습니다.

또 사고현장에서 피해자 구호와 사태 수습이 신속히 이뤄져서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목적도 가지고 있습니다. 실무상 뺑소니 사건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과연 '도주 의사'가 있었느냐 여부입니다.

사실 도주인지, 아닌지, 여부는 사고 운전자 본인이 가장 잘 알겠죠. 자기가 사실은 사고를 내고도 순간적으로 무서워서 현장을 이탈한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사고가 난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현장을 떠난 것인데, 억울하게 뺑소니로 의심받는 경우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사람들의 통행이 많은 시장이나, 교통이 복잡한 곳을 지나갈 때 운전자가 자신도 모르게 행인을 건드리고 그냥 가버리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가해 차량이 정차하지 않고 그냥 가버리면 피해자 입장에서는 몹시 화가나 바로 경찰에 뺑소니로 신고하겠죠.

이때 과연 운전자가 도주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하려면 사고가 발생한 장소가 어디인지, 또 당시에 사람과 차량이 얼마나 복잡한 상황이었는지, 또 사고 후 운전자가 현장을 빠르게 빠져나갔는지, 아니면 진행하던 속도 그대로 천천히 빠져나갔는지, 또 피해자가 얼마나 다쳤는지 등 이런 여러 사정을 종합해서 과연 그런 상황에서 그 정도의 사고라면 누구라도 사고 발생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을까를 기준으로 해서 도주 의사 여부를 판단하게 됩니다.

실제 이런 사건이 있었습니다. 자동차가 시장길을 빠져나가면서 할머니가 타고 가던 자전거 옆을 스치면서 지나갔고, 이때 할머니가 놀라서 옆으로 넘어지게 되고 운전자는 이런 사정을 모른 채 그냥 가버렸습니다.

그래서 주변에서 이 광경을 목격한 행인들이 뺑소니로 신고한 것입니다. 뒤늦게 경찰에 출석한 운전자는 억울함을 호소했고, 수사기관은 당시 상황이 녹화된 영상과 또 자동차의 진행속도, 운전자의 교통사고 전력 등을 종합해서 도주차량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을 했습니다.

또 사고 발생 직후 다른 차량들 때문에 주변에 차를 세울 수 없다고 판단해서 사고 현장을 이탈해서 조금 떨어진 곳에 차를 세우고 현장으로 되돌아오던 중 피해자가 신고한 경찰에 붙잡혀서 뺑소니로 입건된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당시 차를 세워놓은 장소가 사고 현장에서 다소 먼 곳이라 과연 도주 의사 없이 현장으로 돌아오다가 경찰과 맞닥트린 것인지, 아니면 도망을 가다가 경찰에게 붙잡힌 것인지가 쟁점이 되어 운전자가 누명을 벗기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습니다.

따라서 사고가 발생하면 즉시 차를 세우고 하차해서 피해자의 상태를 살피고 보험회사 또는 경찰에 연락하는 등 조치를 취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만약 당사자끼리 원만히 합의하기로 했으면, 그런 사실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할 서류를 받아놓고 현장을 떠나는 것이 좋습니다.

뺑소니가 비난받는 이유는 사람을 다치게 해놓고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그냥 도망가버려서 피해자를 더 위험하게 만들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렇게 피해자를 방치한 것을 법률 용어로 '구호조치 불이행'이라고 합니다.

다만 판례는 '모든 교통사고에 있어 구호조치가 필요한 것은 아니고 사고의 경위와 내용, 또 피해자의 나이, 상해 부위와 정도, 사고 후 정황 등 이런 여러 사정을 종합해서 구호조치가 불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설령 사고 운전자가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현장을 떠났다고 해도 뺑소니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한편, 피해자를 병원으로 호송하는 등 구호조치를 취했다고 하더라도 그 후 본인이 가해자인 것을 감추고, 현장을 떠나버리면 역시 뺑소니에 해당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법에서 말하는 도주에는 사고 현장을 이탈해서 사고를 낸 사람이 누구인지 확정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도 포함하기 때문입니다.

판례는 '가해자가 사고 후에 피해자를 병원으로 옮겨 치료받게 했지만 경찰에게 자신은 가해자가 아니라, 목격자라고 하면서 참고인 조사를 받고 귀가한 경우 도주가 인정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번 주제의 키포인트는 도주 의사 여부는 사고 당시의 상황, 피해 정도, 가해자가 현장을 이탈한 모습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서 판단하고, 교통사고가 발생하였더라도 피해자가 다치거나 차량이 부서진 정도가 경미하고, 피해자의 나이나, 현장 상황 등에 비추어 굳이 구호조치가 필요 없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설령 운전자가 구호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했더라도 뺑소니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해서 운전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지만, 만약 본의 아니게 사고를 냈다면 즉시 하차해서 피해자 구호와 현장 정리 등 필요한 조치를 꼭 취하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법률정보 SHOW' 곽란주 변호사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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