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유승준
가수 유승준

[법률방송뉴스] 병역 기피 논란으로 17년 6개월 동안 한국 입국이 금지됐던 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유·43)에 대해 11일 대법원이 "유승준에 대한 사증(비자) 발급 거부는 위법하다"며 1, 2심 법원에 재판을 다시 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유승준이 한국에 입국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이날 유승준이 주 로스앤젤레스 한국 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사증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던 하급심을 뒤집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유승준이 2002년 대한민국의 국적을 상실할 때까지 수년 간 활발하게 연예활동을 하면서 많은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공개적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하겠다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수 있다"며 "그러나 입국금지 결정이나 사증발급 거부 처분이 적법한지는 실정법과 법의 일반원칙에 따라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 사건은 입법자가 정한 입국금지 결정의 법적 한계, 사증발급 거부 처분과 같은 불이익 처분에 있어서 적용되어야 할 비례의 원칙 등을 근거로 할 때 사증발급 거부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유승준에 대한 사증발급 거부 처분이 있기 13년 7개월 전에 있었던 입국금지 결정은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지 않는 행정 내부의 지시에 불과하다"며 "주 로스앤젤레스 한국 총영사관은 입국금지 결정만을 이유로 사증발급 거부 처분을 해서는 안 되고, 사증발급 권한을 가진 행정청으로서 관계법령이 부여한 재량권을 적법하게 행사했어야 한다"고 판결 사유를 설명했다.

미국 영주권자로 국내에서 가수로 활동하던 유승준은 지난 2001년 8월 징병검사에서 허리디스크 진단을 받아 4급 보충역으로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았다. 당시 여러 TV 프로그램 등에서 '강철 체력' 이미지를 자랑하기도 했던 유승준은 "군대에 가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공언했다.

유승준은 그러나 입대를 앞두고 가족을 만난다는 등의 이유로 미국으로 간 뒤 2002년 1월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고 대한민국 국적 상실 신고를 했다. 유승준은 "제대하면 서른이 되고, 댄스가수로서 생명이 끝나기 때문에 가족들과 상의한 끝에 군대에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이유를 밝혔다.

그러자 유승준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었고, 법무부는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이유가 있는 자'에 해당한다며 그의 입국을 제한했다.

출입국관리법 제11조 1항은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법무부장관이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외국인이 경제·사회 질서를 해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돼도 입국을 금지할 수 있다.

유승준은 입국이 거부된 후 중국 등에서 가수와 배우로 활동하다 2015년 9월 LA총영사관에 재외동포 비자(F-4)를 신청했다가 거부되자 국내 법무법인을 통해 소송을 냈다.

1·2심 재판부는 "LA총영사관 처분에 절차상 하자가 없다"며 "유승준의 사례가 대한민국 장병들의 사기 저하 및 병역 기피 풍조 등을 방지하기 위한다는 점에서 적법한 입국금지 사유에 해당한다"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정부가 기간을 정하지 않고 입국금지 조치를 내린 것이 위법하다는 유승준 측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조치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승준의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는 임상혁 변호사는 법률방송과의 단독 인터뷰("유승준 입국 불허는 분풀이" vs "스스로 자초, 책임져야"... 대법원, 11일 최종 판단 / 7월 4일 보도)에서 "어차피 유승준은 병역기피로 아이콘화 돼있기 때문에 뭘 하든 비난이 따라붙을 것인데 무조건 입국금지만 해야 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고 단순하게 분풀이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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