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처 "의원들이 법안 발의하며 외국어 막 집어 넣는 경우 많아"

[법률방송뉴스] ‘거버넌스’, 어디서 들어보긴 들어본 말인 것 같은데 정확히 어떤 뜻인지는 또 잘 모르겠습니다.

‘드레싱’ 하면 뭔가 옷 관련한 것인가 생각이 들기도 하고 ‘브림’은 또 무슨 뜻인지 잘 짐작이 안 됩니다.   

이 말들은 다른 곳도 아니고 우리 법전에 나오는 말들인데요. 도대체 왜 이런 뜻 모를 외국어들이 법전에 들어가 있는 걸까요.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 김태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영화 국제시장의 한 장면입니다.

[영화 현장음]

“아우 뭔가 좀 exotic하고 abnormal한 그런 fabric을 찾고 있어요.”

디자이너 고 앙드레김을 패러디한 장면인데 시장 상인으로 나오는 배우 라미란의 반응이 재미있습니다.  

[영화 현장음]

“fabric, 아이고 좋다 애브노마.”

뭔가 영어를 써야 그럴듯하고 있어 보이는 것 같은 세태.

영화 국제시장의 무대가 됐던 수십 년 전 그저 영화의 한 장면으로만 치부할 수도 없는 게 엄연한 현실입니다. 

당장 우리 법전에도 이런 식의 외국어 남발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국회의원들이 발의해 놓은 법안들을 찾아 볼 수 있는 ‘의안정보시시템’에서 무작위로 ‘거버넌스’라는 단어를 넣어 봤습니다.

‘자원봉사활동 기본법’, ‘외국인 이주민 지원에 관한 법률’,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고등교육법‘ 등 분야와 종류를 가리지 않고 ’거버넌스‘라는 말이 남발되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대체로 어디서 들어보긴 들어본 것 같은데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다는 반응입니다.

 [김대아 / 부산광역시]
“거버넌스는 정부, 정치용어로... 뉴스에서 많이 본 것 같고..."

‘거버넌스’는 그나마 양호한 편에 속합니다.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 시행규칙 “고막체온계, 신장/체중계, 드레싱 카”,

국민건강보호법 시행규칙 장애인보장구에 대한 보험급여기준 “종아리 또는 발목 관절의 안정을 위해 플라스틱형 ‘브림’을 사용한 체중부하용 보조기”

‘드레싱 카’, 영어만 놓고 보면 ‘의상 차’라는 뜻이 되는데  법안에서 도무지 무슨 뜻으로 썼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브림을 사용한 체중부하용 보조기’는 더욱더 그 뜻이 짐작조차 어렵습니다.    

[시민]
"(혹시 이 단어들 무슨 뜻인지 아시나요?) 아니요."

[시민]
"(한 번도 못 들어본 단어신가요?) 네."

일단 드레싱은 의학용어로 ‘상처 소독’을 뜻하고 ‘브림’은 원래 모자 챙이나 컵의 테두리를 뜻하는데 법전에서도 ‘테두리’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거버넌스’는 ‘관리 체계’ 정도의 뜻으로 통용됩니다.“

‘라디오’나 ‘버스’처럼 대체할 한국말이 없는 외래어도 아닌 단순 외국어가 우리 법전에서 남발되고 있는 겁니다.

[법제처 관계자]
“의원입법을 통해가지고요. (외국어를) 막 집어넣는 경우들이 있거든요. 의원발의가 되면 아무래도 오히려 이제 그게 좀 더 뭔가 현재 추세나 트렌드에 맞다. 이렇게 생각을 하셔서 그런 건지...”

법제처 관계자의 표현대로 아무 외국어나 외국어를 우리 법전에 ‘막 집어넣는’ 현실.

꼭 의미도 불분명한 영어를 써야 국회의원과 국가의 품격이 올라가는 것일까요.

바꿔야합니다. 법률방송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 김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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