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차로 창업주 황필상씨 모교에 기부했다 '세금 폭탄' 대법원 전원합의체 "기부 주식에 거액 증여세 부과는 잘못" '기부 주식 지분 5% 초과분에 증여세' 법 규정 정비해야

 

 

[리포트]

'수원교차로' 창업주 황필상씨는 지난 2002년 자신의 모교인 아주대학교에 수원교차로 주식 지분 90%와 현금 15억원을 기부했습니다.

당시 주식 지분 평가액은 180억원, 아주대는 이 돈을 재원으로 ‘구원 장학재단’을 만들어 지난 2003년부터 2008년까지 6년 간, 730명 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해 왔습니다.

그런데 지난 2008년 재단 세무조사를 벌인 수원세무서가 장학재단에 140억원의 증여세를 부과했습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공익 재단도 전체 발행 주식의 5%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내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황씨가 기부한 수원교차로 주식 90% 가운데 5%를 제외한 85%의 주식에 대해 ‘무상 증여’로 보고 세금을 부과한 겁니다.

황씨는 수원세무서장을 상대로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을 냈고 1심 재판부는 황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황 전 회장이 재산을 빼돌리거나 편법으로 증여하려는 경우도 아닌데 세무서가 기계적으로 법을 해석해 공익 사업의 재원 확보에 지장만 초래했다”는 것이 1심 판단이었습니다.

그런데 2심에선 이 판단이 뒤집어집니다.

“사안별로 예외적인 판결을 한다면 '자의적 재판'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며 “세무서가 법에 따라 과세한 것이어서 세금을 취소할 수는 없다”는 것이 항소심 판단이었습니다.

1, 2심 판결이 엇갈린 가운데 대법원은 오늘 전원합의체 판결로 황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대법원은 “경제력 세습과 무관하게 기부를 목적으로 한 주식 증여에까지 거액의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아들 등 특수 관계인에게 주식을 편법으로 넘겨주려고 장학재단을 만든 것도 아닌, 순수한 기부에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겁니다.

대법원은 이날 판결이 “선의의 기부를 장려하면서도 편법적인 제도 남용을 견제할 수 있도록하는 기준과 운용방식을 제시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7년 넘게 끌어온 재판, 그 사이 세금은 가산세까지 붙어 기부금보다 수십억 더 많은 200억원을 넘겼고, 황씨는 사는 아파트까지 압류당하며 고액 세금 체납자로 몰리기까지 했습니다.

이 때문에 편법 증여나 상속 방지 방안을 세우는 한편, 기부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통상 개인이나 영리법인에 돈이나 부동산, 주식 등의 재원을 주는 것은 증여, 비영리법인이나 학교법인 등 공익재단에 재원을 주는 것은 기부로 분류합니다.

즉, 재원을 받는 사람이나 단체의 성격에 따라 증여냐, 기부냐를 나누고 있습니다.

문제는 공익재단이라도 주식을 기부하는 경우는 보유 주식의 5%를 초과하는 부분은 증여로 간주해 세금을 부과한다는 점입니다.

현금으로 수백억 원을 기부하는 건 전액이 다 기부지만, 주식을 기부하는 경우 황씨 경우처럼 5% 초과분에 대해선 세금 폭탄을 맞게 될 수도 있는 겁니다.

그렇다고 주식을 팔아 현금으로 기부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홍순기 변호사 / 법무법인 한중]

“기부라는 게 부동산으로도 할 수 있고 주식으로도 할 수 있고 현금으로도 할 수 있는 건데 그걸 주식으로 하는 경우에만 그렇게 몇 % 이상이면 그거는 이제 증여세를 부과한다고 지금 돼있으니까. 그래서 그거는 고쳐야 된다고 그러는 거고 영향이 있죠”

국회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해 지난해 해당 규정에 대한 개정 논의를 진행했지만 진전은 없었습니다.

[스탠드업]

기부 문화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기부와 증여, 이에 따른 세금 부과 체계가 애매하고 모호하게 돼 있는 현행 법 규정을 형평성 등을 고려해 현실에 맞게 정비해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법률방송뉴스 김효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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