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처 "취업 지원 독립 운동가 장손, 아들만 해당"
독립운동가 후손 "딸 배제는 차별"... 인권위 진정
인권위 "성역할 고정관념에 기초한 차별, 시정해야"

[법률방송뉴스] 우리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은 순국선열 유족과 애국지사의 가족 및 유족과 함께 독립유공자의 장손에 대한 취업 지원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때 독립유공자의 '장손'을 '장남의 장남'으로만 보는 것은 차별이라는 인권위 결정이 오늘(2일) 나왔습니다. '앵커 브리핑'입니다.

인권위 차별 시정 결정문에 따르면 진정인 A씨는 아버지의 외할아버지가 독립운동가였다고 합니다.

살짝 복잡한데 A씨 아버지의 외할아버지는 슬하에 아들 둘 딸 둘, 2남 2녀를 두었습니다. 두 아들은 6.25 때 북한으로 갔고 딸 가운데 한 명은 일본 국적을 취득했습니다.

쉽게 말해 독립운동가의 딸 한 명만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겁니다. 이 딸이 진정인 A씨 아버지의 어머니, A씨한테는 할머니가 되는 겁니다.

그런데 A씨 아버지의 어머니, 그러니까 A씨의 할머니가 '딸'이라는 이유로 A씨 아버지가 독립유공자 장손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자 인권위에 진정을 내기에 이른 겁니다.

자신이 독립운동가의 유일한 한국인 자녀인 만큼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취업 지원 혜택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취지의 진정입니다.

이에 대해 국가보훈처는 '장손'은 사전적 의미와 사회적 관습에 근거하여 '장남의 장남'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인권위에 밝혔습니다.

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 재결례 등에 따르면 '장손'은 '호주승계인'을 대체하는 개념으로서 '장남의 장남'을 의미한다는 것이 보훈처 주장입니다.

관련해서 헌재는 이미 지난 2005년 호주제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호주제는 가족 내에서 남성의 우월적 지위, 여성의 종속적 지위라는 전래적 여성상에 뿌리박은 차별로서 성역할 고정관념에 기초한 차별에 지나지 않는다",

"가족 제도에 관한 전통과 전통문화란 개인의 존엄성과 양성의 평등에 반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는 게 헌재 다수의견이었습니다.

이에 인권위도 독립유공자 장손을 '장남의 장남'으로만 보는 것은 차별이라며 이의 시정을 국가보훈처에 권고했습니다.

"장손의 개념을 기존 호주제에 근거한 호주승계인, 남성으로 한정하는 것은 성 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에 기초한 차별로서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이 인권위 판단입니다.

보훈처가 '장손'의 사전적 의미가 '장남의 장남'이라기에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봤습니다.

'장손(長孫), 한집안에서 맏이가 되는 후손'이라고 돼 있습니다. '맏이'는 여러 '형제자매 가운데서 제일 손위인 사람' 첫째라고 돼 있습니다.

'형제자매'입니다. 남성만 맏이, 장손이라는 말은 우리 사전엔 없습니다.

더구나 법령을 찾아보니 독립유공자의 예우에 관한 법률 제16조 취업지원 조항 2항 3은 '독립유공자의 유족 중 장손인 손자녀'라고 '자'와 함께 '녀'를 적시하고 있습니다.

국어사전과 헌재 결정문, 관련 법 조항을 찾아보니 애초에 여자는, 딸은 독립운동가의 '장손'이 될 수 없다는 논리와 논란이 왜 나왔는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습니다.

세상이 바뀌어도 어떤 부분은, 어떤 조직은 잘 바뀌지 않거나 더디게 바뀌는 곳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래도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 게 '흐름' 아닌가 합니다.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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