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사법부 판단을 무역과 연계시키는 행위, WTO에 제소되면 패배할 가능성 크다"
"WTO 제소부터 효력 발생까지 긴 시간... 소재 수입 다변화, 반도체 국산화 시급" 지적

G20 정상회의가 열린 일본 오사카에서 시민단체들이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일본이 한국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 핵심 소재 수출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정부의 WTO 제소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 정부는 1일 "한국 수출관리 운용정책을 개정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을 규제한다"고 발표했다.

규제 대상은 일본 산케이신문이 앞서 지난달 30일 보도했던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에칭가스 3개 품목이다.

국내 산업의 심각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일본의 무역보복이 현실로 다가오자, WTO 제소 등 한국 정부의 대응에 국민적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일본이 무역보복 이슈를 참의원 선거에 활용하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성공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삼권분립이 된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법부의 판단을 무역과 연계시키는 행위는 WTO에 제소되면 패배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현실화돼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면 자유무역 위반으로 WTO 제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일본의 반도체 소재 규제 가능성이 있어 관련 화학업계와 납품받는 대기업들도 재고를 준비해 왔다”며 “재고는 약 3개월 정도 남아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나 WTO 제소부터 효력이 발생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는 만큼 소재 수입 다변화와 반도체 국산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규제의 경우 지난 2015년 5월 일본이 한국을 제소한 지 4년 만에 한국의 승소로 결론 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WTO 제소는 가능하지만 제소 기간 중 경제와 국제관계가 어디로 튈지 아무도 장담을 못하는 상황”이라며 “굴욕적이었던 1998년 2차 한일 어업협상과 위안부문제 협상 타결 당시와는 달리 일본에 강공을 펼쳐오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가늠이 어렵다”는 반응이다. 

반도체업계 전문가들은 “일본의 경우 반도체 사업에 처음 진출했을 당시 소재와 재료, 장비사업을 함께 시작했다”며 “한국은 향후 2~3년 내에 반도체 산업이 중국에 추월당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소재 및 장비의 국산화를 위한 과감한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날 "관련 부처에서 검토한 결과 '한일 간 신뢰관계가 현저히 손상됐다'고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수출 관리에도 부적절한 사안이 발생할 수 있어 제도 운용을 보다 엄격하게 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현재 한국과 미국 등 우호 27개국을 '화이트 국가'로 분류, 첨단소재 등의 수출 신청 및 허가를 간소화하고 있다.

한국이 일본의 이날 발표로 '화이트 국가'에서 제외되면 앞으로 일본 업체로부터 첨단소재 등을 수입할 때 개별적으로 일본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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