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위안부 피해 할머니에게 지급된 정부 지원금 2억 8천여만원을 당사자에게 주지 않고 빼돌려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70대에 대해 법원이 횡령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판결 사유가 어떻게 될까요.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74살 김모씨라고 하는데 김씨는 중국에 있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국내 귀국을 지원해왔다고 합니다. 이 모 할머니도 그렇게 중국에서 모셔온 위안부 피해자 가운데 한 명입니다. 

한국에 온 이 할머니는 지난 2011년 한국 국적을 회복했고 정부 지원금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김씨는 이 할머니 앞으로 나온 억대의 지원금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2012년 6월에서 2018년 8월까지 6년간 이 할머니 앞으로 나온 정부 지원금 2억 8천여만원을 총 332차례에 걸쳐 횡령한 혐의입니다.  

할머니에게 정부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고 임의로 사용했으니 외관상은 다른 사람 돈을 횡령한 혐의가 뚜렷해 보입니다.

1심 재판부인 서울서부지법 형사3단독 최지경 판사도 김씨가 이 할머니에게 지급된 지원금을 현금으로 인출하거나 다른 계좌로 옮긴 사실은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김씨에 대해 “횡령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횡령죄 무죄를 선고했다고 오늘(28일) 밝혔습니다.  

일단 김씨는 중국에 직접 가서 이 할머니를 자신의 집에 모셔오고 이 할머니의 건강이 악화되자 입원치료를 하는 등 성심성의껏 돌봐줬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일체의 비용도 모두 김씨가 부담했습니다.

이 할머니가 요양병원에 입소했을 때는 주 2회 방문하고 생일도 챙기는 등 진짜 가족처럼 성심성의껏 이 할머니를 돌봐줬습니다.

지난해 12월 별세한 이 할머니는 생전에 자신의 아들에게 “한국에서의 모든 생활을 김씨에 의지하고 있다”며 “김씨가 많은 도움을 줬다. 이것은 돈으로 갚을 수 있는 게 아니다”고 김씨에 대한 고마움을 가감 없이 나타냈다고 합니다. 

이 할머니의 아들도 “김씨가 가족과 같은 관계여서 지원금을 돌려받을 생각이 없다”는 취지로 재판부에 진술했습니다.

이에 재판부는 "피해자의 유일한 상속인인 아들의 말을 비춰 보면 피고인이 구체적인 사용 내역을 증빙하지 못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임의로 지원금을 횡령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김씨에 대해 횡령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횡령죄는 소유자의 의사에 반해 금원을 처분했을 때 성립하는 범죄인데 김씨가 ‘임의로’ 지원금을 사용하긴 했지만 이 할머니의 진정한 의사에 반해 지원금을 썼다고 볼 수 없어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74살의 고령인 김씨는 이 할머니 외에도 중국에 있는 다른 위안부 할머니들의 귀국도 도와준 것으로 전해졌는데 선의로 시작한 일이 법에 주눅 들어 위축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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