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커버리 제도, 본안 재판 전 증거조사 절차
사전에 공개한 정보 범위 내에서만 본안 심리
"소비자-기업 정보 비대칭성 해소... 재판 공정"
"신속·효율적 재판 가능... 상황 맞게 도입해야"

[법률방송뉴스=유재광 앵커] 오늘(27일) 오후 국회에서 조응천 의원과 한국법조인협회 공동 주최로 '한국형 증거개시제도'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습니다. 'LAW 인사이드' 장한지 기자가 토론회에 다녀왔습니다.

'한국형'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는데 '증거개시제도' 이게 뭔가요.

[장한지 기자] 네, 증거개시제도는 영어권에서는 '디스커버리 제도'라고 불립니다. '재판 전 증거개시제도' 정도가 정확한 번역일 것 같습니다.

말 그대로 재판이나 심리 개시 전 원고와 피고 양쪽 모두 소송 쟁점과 혐의 입증과 관련된 모든 증거자료를 공개하고 그 범위 내에서만 본안 심사를 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앵커] 한국형 증거개시제도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라는 토론회 제목으로 미뤄 도입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토론회인 것 같은데 어떤 이유에선가요.

[기자] 크게 두 가지입니다. 먼저 재판의 공정성 그리고 신속성 및 효율성입니다.

먼저 공정성 관련해서는요. 이 증거개시제도는 통상 기업을 상대로 한 집단소송에서 많이 진행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나 불타는 BMW 사건을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소비자들이 피해를 배상받기 위해선 상대 회사에 과실이 있음을 입증해야 하는데 관련 핵심 자료는 회사 측에서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플레이를 해야 하는 건데요. 토론회를 주최한 조응천 의원의 말을 들어보시죠.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잘 아시다시피 민사소송에서 입증 책임은 주로 피해를 주장하는 원고 측에 있습니다마는 대부분의 증거는 피고 측인 국가나 기업, 의료기관 등에 있습니다. 이러한 증거의 구조적 편재 현상이 지속되다 보니까 사건 자체가 진위불명의 상태가 되고 또 패소가..."

증거개시제도는 이런 정보 비대칭성과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강력한 제도입니다. 기업이 관련 자료를 공개하고 공개한 자료 범위 내에서만 쟁점을 다툴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토론회를 주최한 김정욱 한국법조인협회장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김정욱 한국법조인협회장]
"그동안 우리 사회의 사회적 약자들은 자기 사건의 증거에 대한 접근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나머지 실체적 진실과 동떨어진 판결로 인한 피해를 보는 일이 많았습니다.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가 그러한 사회적 약자들의 방어권 행사, 권리실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편이..."

[앵커] 재판 신속성 및 효율성은 어떤 얘기인가요.

[기자] 네, 2018년 민사본안 통계에 따르면 1심 평균 처리 기간은 4.9개월인 반면 2심인 항소심은 평균 8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심보다 2심 심리기간이 한참 더 오래 걸리는데요.

이게 일단 1심이 끝났으면 2심에선 1심에서 문제가 된 쟁점 위주로만 다시 다퉈야 하는데 증거조사부터 다시 다 시작해서 새로운 쟁점까지 내놓으며 다투다 보니 1심보다 항소심이 훨씬 더 길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재판 개시 전 관련 증거를 모두 공개하고 공개한 자료 안에서만 다투는 증거개시제도가 도입되면 이런 항소심 재판기간 역전 현상은 물론 1·2심 모두 재판이 훨씬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게 오늘 토론회 참가자들의 설명입니다.

[앵커] 앞서 영어권에선 디스커버리 제도라고 한다고 말했는데 해외 법률 선진국에선 어떻게 하고 있나요.

[기자] 미국의 경우에는 증거개시제도가 보편화·일반화돼 있는데요. 일례로 중금속 오염을 발생시킨 대기업을 상대로 하는 법정 투쟁을 그린 줄리아 로버츠 주연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를 보면 법원이 증거 수집과 제출 명령을 내리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미국에선 이처럼 본안 소송에 앞서 소송 당사자 간 각종 증거와 문서 등을 공개하고 교환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밖에 독일은 '독립적 증거절차', 일본은 '당사자 조회제도'라고 이름과 제도 운영은 조금씩 다르지만 재판 전 증거개시제도를 모두 어떤 형태로든 실시하고 있습니다.

[앵커] 오늘 토론회에 법무부 관계자도 참석했다고 하는데 법무부 입장은 어떻게 되나요.

[기자] 네, 도입 필요성과 취지에는 법무부도 공감을 하고 있습니다. 법무부 관계자는 실무적으로 미국에서는 당사자의 합리적 접근 가능성을 기준으로 공개 대상 범위와 유형을 정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어느 범위까지의 정보를 어떤 형태로 제출받을 것인지 등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정보 제공 불이행에 대해서 어떻게 제재할 것인지, 면책특권은 둘 것인지, 비용부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네, 장점만 있는 건 아닐테지만 취지가 좋다면 정치하게 논의해서 도입하는 게 맞는 방향 같아 보이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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