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경찰관 폭행한다는 인식 없어... 공무집행 방해 무죄"
대법원 "폭행 인식 불확실해도 '미필적 고의' 있다고 봐야"

[법률방송뉴스]술에 만취한 20대가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을 폭행했습니다. 그런데 이 20대 취객은 술에 너무 취해 경찰관인지 모르고 때렸다고 주장합니다.

경찰관을 폭행한다는 인식 없이 경찰관을 폭행했어도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할까요.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2017년 12월 충북 청주시의 한 빌라 건물 복도에서 26살 이모씨가 술에 취해 난동을 부렸다고 합니다. 

112신고를 받고 경찰관이 출동했는데 이씨는 출동 경찰관의 얼굴을 때렸고 현행범으로 체포돼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이씨는 사건 당일 저녁 후배 2명과 소주 8명을 마신 이후로는 아무 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만취해 난동을 부린 것도, 경찰관이 출동한 것도, 출동 경찰관을 폭행한 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한 겁니다.      

1·2심은 이씨의 공무집행 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씨가 당시 속옷만 입고 있던 것으로 보이는데 사건발생 시기가 겨울이었던 것을 감안할 때 만취해 정상적 판단 또는 행동이 전혀 불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게 1·2심 재판부 판단입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습니다. 

“경찰관들은 당시 정복을 입고 있었고 '경찰관을 폭행하면 공무집행방해죄로 형사입건 될 수 있다‘는 경찰관 말을 듣고 진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찰관을 때릴 당시 인사불성 상태였다고 보이지 않는다. 인식이 불확정적인 것이라도 소위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입니다.

대법원은 이에 따라 사건을 유죄 취지로 청주지법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습니다.

이씨는 정말 만취해 아무 것도 기억 못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그동안 법원에만 가면 ‘전가의 보도’처럼 쓰여 왔던 심신미약 심신상실 ‘술에 만취해서’라는 변명이 확실히 설 자리를 잃어가는 모습입니다. 

술은 죄가 없지만 곱게 취하지 않으면 죄가 되는 것 같습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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