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급 지체장애인, 지인에 속아 인감 빌려줬다가...

[법률방송뉴스=유재광 앵커] ‘법률구조공단 사용설명서’, 신새아 기자 나와 있습니다. 오늘(25일)은 어떤 사건인가요.

[기자] 네, 뇌병변이 있는 5급 지체장애인이 인감 등 명의를 도용당해 거주하던 공공임대주택에서 쫓겨날 뻔한걸 구해준 사례입니다.

[앵커] 한눈에도 딱해 보이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지체장애 5급인 A씨는 슬하에 7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2006년 1월부터 서울주택도시공사 소유 임대아파트에 입주해 2년마다 갱신하며 거주해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A씨 지인 김모씨가 장애인에 7명의 자녀, 무주택자라는 A씨의 조건에 탐을 내면서 사건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A씨의 조건들이 아파트 분양에 최우선이라는 사실을 악용해 술도 사주고 하면서 호감을 얻은 뒤 인감 등 분양계약에 필요한 서류를 받아내 은평구의 한 아파트 분양권을 사고팔아 시세 차익을 남긴 건데요.

이 과정에서 서울주택도시공사가 A씨에게 임대아파트를 비워달라며 강제집행 명도소송을 내기에 이른 겁니다.

[앵커] 아니, 어떻게 보면 사기를 당한 것도 억울한데 왜 집까지 비워져야 하는 건가요.

[기자] 현행 주택법 규정 때문인데요. 주택법 제16조는 공공임대주택 임차인이 다른 주택을 구매했을 경우 임대주택을 비워주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필요한 사람들에게 골고루 임대주택 혜택을 주기 위한 조항인데요.

A씨 입장에선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진 겁니다.

[앵커] 그러네요. 그래서 어떻게 됐나요.

[기자] A씨에 대한 법률구조에 나선 법률구조공단은 A씨와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체결한 임대차계약서를 면밀히 살펴보고 구제 포인트를 찾아냈는데요.

“부득이한 사유로 다른 주택을 소유하게 되어 부적격자로 통보된 뒤 6개월 내에 당해 주택을 처분하는 경우 해지사유에서 제외한 것”이라는 단서 조항입니다.

A씨의 경우 ‘사기’라는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는 ‘부득이한 사유‘로 다른 주택을 소유했다가 판 것이니 만큼 임차권 상실의 예외로 구제해줘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앵커] 재판부가 공단 손을 들어줬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기자] 네, 재판부는 뇌병변 장애가 있는 A씨가 김씨에게 기망 당해 A씨 명의로 주택을 소유했다가 되판 점, 이 과정에 A씨 가족은 어떠한 이득도 보지 못한 점, A씨 가족의 거주할 마땅한 거처가 없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소송을 취하하라는 화해권고를 했고 공사는 이를 수용했습니다.

화해권고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어 사건은 이렇게 일단락 됐고 A씨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계속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앵커] 네, A씨 가족 같은 사람 사기 쳐서 얼마나 벌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합당한 처벌도 함께 내려져야 할 것 같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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