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법률방송뉴스] '한보 사태'를 일으킨 뒤 해외로 도피한 정태수(96) 전 한보그룹 회장이 지난해 에콰도르에서 사망했다는 진술이 나오면서 검찰이 사실관계 파악에 나선 것으로 24일 알려졌다. 

21년 도피 끝에 지난 22일 국내로 압송된 정 전 회장의 넷째 아들 정한근(55)씨는 검찰 조사에서 "아버지가 작년 에콰도르에서 생을 마감했다. 내가 돌아가실 때 곁을 지켰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태수 전 회장은 건국 이래 최대의 권력형 금융비리 사건으로 꼽히는 이른바 ‘한보 비리’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이다. 한보그룹의 부도는 IMF 사태를 촉발시킨 계기로 평가된다. 

한보그룹은 1990년대 말 건설·철강 분야를 집중 육성해 재계 14위까지 올라섰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무리한 확장으로 1997년 초 파산했다. 파산 당시 한보의 은행대출금은 5조원 대에 달했다. 특히 정 전 회장이 대출을 받기 위해 정관계 고위 인사들에게 전방위 로비를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건은 일파만파 확대됐다.

정 전 회장은 징역 15년을 선고받았고, 2002년 사면복권됐지만 2007년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던 대학 교비 7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다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3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정 전 회장은 2007년 5월 2심 재판을 받던 중 건강상 이유로 법원에 낸 출국금지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자 곧바로 일본에서 치료를 받겠다며 출국, 13년 째 잠적 중이다.

그간 정태수 전 회장을 계속 추적해온 검찰에 따르면 그는 출국 직후 일본에서 카자흐스탄으로 이동해 머물렀다. 2008년경 법무부가 카자흐스탄 당국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하자, 그는 다시 키르기스스탄으로 거처를 옮긴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정 전 회장 송환을 위해 키르기스스탄에 범죄인 인도 청구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고, 이후 현재까지 그의 행방은 묘연한 상황이다.  

검찰은 이런 상황에서 그의 넷째 아들 정한근씨가 "아버지가 지난해 에콰도르에서 사망했다"고 진술한 데 대해 그 말을 뒷받침할 수 있는 객관적 물증을 찾고 있다. 정한근씨가 아버지의 국내 송환을 막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정태수 전 회장의 생존 여부와 소재에 대한 단서를 확인한 후 관련 내용을 발표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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