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인 그루밍 성폭력"... 경찰,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혐의 입건
미국, 특별한 사유 없이 아동에 돈·선물... 성범죄 우려 상황 간주 처벌

[법률방송뉴스=유재광 앵커] 교회 목사가 여성 신도들과 무더기로 장기간 성관계를 가져왔습니다. 청소년 때부터 그랬다고 하는데 이건 법적으로 어떻게 될까요. '윤수경 변호사의 이슈 속 법과 생활’입니다.

윤 변호사님, 사건 내용이 어떻게 되는 건가요.

[윤수경 변호사] 인천에 있는 한 교회의 36살 김모 목사인데요. 김 목사는 이 교회 담임 목사의 아들이라고 합니다. 청년부를 담당했고, 전도사 시절부터 장기간 그 교회 중·고등부와 청년부 여성 신도들을 상대로 길들이기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그루밍 성폭력'으로 불리는 길들이기 성폭력은 피해자와의 친분을 쌓아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에 성적으로 가해 행위를 하는 것을 뜻하는 건데요.

김 목사의 경우에 “나와 너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너는 어리지만 내가 이런 감정을 느낀 건 처음이다”라고 말하면서 피해자들에게 다가갔다고 합니다.

[앵커] 여러 명의 여성 신도하고 성관계를 맺은 것 같은데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졌다면 이걸 처벌할 수 있나요.

[윤수경 변호사] 13세 미만 아동과의 성관계는 의제강간으로 처벌이 됩니다. 형법 제305조는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해서 간음 또는 추행한 자’를 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 등으로 처벌하도록 돼 있고요.

성폭력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도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13살 미만의 사람과 성관계를 하거나 성추행을 하면 의도가 무엇이든지 폭행이나 협박이 있었든 없었든지 강간이나 유사강간, 또는 강제추행 등의 죄로 처벌한다는 규정입니다.

이것을 법적인 용어로 ‘의제강간 또는 의제추행’이라고 부르는데요. 이것은 성적자기결정권 침해했는지를 묻지 않고 13세 미만의 미성숙한 미성년자가 성적 대상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입법적 조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13세 미만이라고 하셨는데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떻게 돼 있나요.

[윤수경 변호사] 우리나라에서도 의제강간죄의 적용 연령을 상향해야 한다는 논의도 있는데요. 한국처럼 의제강간죄 적용 연령이 ‘13세 미만’인 나라는 일본과 스페인 정도입니다.

독일의 경우에는 14세 미만 아동과 성행위를 하면 징역 6개월 이상으로 처벌하고 있고요. 캐나다에서는 16세 미만 미성년자와의 성행위는 10년 이하의 징역형이 적용되는 중범죄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만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에 대해서만 처벌 규정이 있기 때문에 그 이상의 경우에는 강제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처벌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과 같은 그루밍 범죄의 경우, 강제성을 부인할 증거들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는데요. 피의자인 가해자 쪽에서 흔히 내놓는 발언이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다’라는 것인데, 이런 증거를 제시하게 되면 강간으로 확정될 가능성이 낮아지게 됩니다.

[앵커] 경찰이 오늘 김 목사를 입건했다고 밝혔는데 그럼 무엇으로 입건이 된 건가요.

[윤수경 변호사] 형법 제303조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죄를 적용했는데요. 예전에 안희정에게 적용된 혐의와 동일하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업무나 고용 등 관계로 보호나 감독을 받는 이를 대상으로 해서 위계나 위력을 행사해 간음한 경우 적용되는 범죄인데, 형량은 7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돼 있습니다.

경찰은 김 목사와 피해 여신도들이 고용 관계까지는 아니지만, 교회 업무와 연관된 사이인 것으로 판단을 했습니다.

그루밍 성범죄의 특성상 보통 피해자들에게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인물들이 피해자들이 심리적으로 의존할 수 있도록 세뇌하거나 호감을 주면서 관계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성적인 착취를 하는 성범죄가 되겠는데요.

흔히 성에 대한 인식이 아직은 낮은 아동이나 청소년이 주 피해자입니다.

정무비서 김지은씨 성폭력 혐의를 받았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건에서도 '그루밍'이 핵심쟁점이 되었는데요. 즉, 안 전 지사가 위력을 행사해 성폭행을 했는지가 관건이었습니다.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문에서도 '그루밍'이라는 단어가 등장했습니다.

재판부는 당시에 “그루밍은 전문직 성인 여성의 경우 단기간에 그루밍에 이른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지만 전문심리위원들은 안희정 전 지사가 김 씨에게 보상을 제공하고, 가벼운 신체접촉에서 강도 높은 성폭행으로 변한 점 등을 근거로 해서 김지은씨가 '그루밍 상태'에 빠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고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이 났습니다.

[앵커] 이 경우에는 그루밍이 어떻게 형성되는 건가요.

[윤수경 변호사] 그루밍 성폭력의 특징을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요. 일반 성폭행의 경우 대체적으로 강제성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기에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즉각 인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그루밍 성범죄의 경우 길들여진 상황이기 때문에 피해 사실을 바로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 기간이 길어지게 됩니다.

보통 그루밍 성범죄는 보통 여러 단계를 거쳐 가며 성적으로 발전해 가는데요. 제일 먼저 피해자가 원하는 것들이나 도움을 주면서 신뢰를 쌓아가고, 이후 고립시켜 자신에게 의존하게 만들고, 성적인 접촉까지 시도해 가면서 고립시키는 방법으로 진행이 됩니다.

실제로 피해자들도 김 목사가 평소 청소년인 신도들과 친밀한 관계를 갖고 있었다고 공통적으로 진술하고 있는데요.

이런 분위기 속에서 미성년자인 여성 신도와 둘만 있는 시간을 만들고 이후 스킨십을 하다가 성관계를 요구하는 이런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관계를 발전시켜 나갔다고 피해자들은 얘기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경우 2017년에 그루밍 초기 단계에 있는 사람을 처벌하는 법이 통과됐습니다. 성적인 행위가 일어나기 전 단계에서도 범죄자로 간주할 수 있게 되는 건데요.

18세 이상 성인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온·오프라인에서 성적 행위를 요구하거나 이와 관련된 대화를 시도하면 처벌 대상이 됩니다.

미국에서도 특별한 사유 없이 아동에게 선물이나 돈을 주는 행위, 부모 동의 없이 미성년자와 만나는 행위 등에 대해서 그루밍 성범죄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상황으로 보고 처벌하고 있습니다.

[앵커] 다른 나라는 그렇게 돼 있는데 이게 재판에 넘겨진다면 결과 어떻게 예상하시나요.

[윤수경 변호사] 피해자들은 김 목사가 동시에 여러 신도와 이런 식의 관계를 맺어온 것을 나중에서야 알았다고 하는데요. 동시에 8명에서 10명 정도를 만났던 것이 아닌가 추정하고 있고, 전체적인 피해자는 최소 26명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게다가 피해자들은 김 목사가 전도사 시절부터 지난 10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자신이 담당한 중고등부와 청년부 여자아이들을 대상으로 그루밍 형태의 성범죄를 저질러 왔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피해자의 당시 피해 나이나 규모, 그들의 일관된 진술, 장기간의 범행 등을 볼 때 그 책임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앵커] 참, 목사님이 왜 그러고 다니시는지 모르겠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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