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유통질서 교란 목적으로 범죄 저지른 건 아냐"
"사회적 지위보다 범죄행위 자체에 초점을 맞춰 양형"

[법률방송뉴스] 국적기인 대한항공과 직원들을 동원해 해외에서 명품과 생필품 등을 밀수입한 혐의로 기소된 조현아 전 대항항공 부사장과 모친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에 대해 1심이 오늘(13일) 징역형 집행유예형을 선고했습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조현아 전 부사장과 이명희 전 이사장은 인천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화장기 없는 조금 수척해 보이는 얼굴에 흰옷을 입고 나왔습니다.

조 전 부사장은 명품 옷 등을 대한항공기로 모두 203차례에 걸쳐, 이 전 이사장은 소파 등을 46차례에 걸쳐 밀수입한 걸로 조사됐습니다. 시가로는 각각 8천800여만원, 3천700여만원 상당입니다.

인천지법 형사6단독 오창훈 판사는 관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조 전 부사장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이 전 이사장에 대해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두 사람에 대해 각각 별도의 벌금과 추징금을 명령하며 8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도 각각 부과했습니다.

오 판사는 먼저 "피고인들의 범행 횟수가 많고 밀수입한 물품 금액이 적지 않다. 지극히 개인적인 소비 욕구를 충족하려고 대기업 회장의 가족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기업 자산을 사적으로 유용하고 직원들을 범행 도구로 전락시켰다"고 두 사람을 질타했습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양형에 관해 "형사재판에서 형량을 정할 때 사회적 비난을 완전히 도외시할 순 없지만 피고인들의 사회적 지위 자체를 양형 요소로 고려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범죄 행위 자체에 초점을 맞춰 양형을 결정하는 게 옳다"고 강조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어 "밀수 물품 대부분이 의류·화장품·주방용품 등 일상 생활용품이나 자가 소비용으로 유통질서를 교란할 목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건 아니다. 실형을 선고할 정도로 중한 사건이 아니다“고 집행유예 양형 사유를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반성하고 있는 점 등도 고려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하는 벌금이나 추징금이야 조현아 전 부사장 모녀에게 큰 부담은 아닐 것이고 오늘 1심 재판부 판결로 조 전 부사장 모녀는 일단 실형을 면하게 됐습니다.

재판부가 양형 이유를 밝히는 동안 조현아 모녀는 고개를 숙이고 바닥을 응시했고 재판이 끝난 뒤 법원을 나가면서도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돌아갔습니다.

같은 혐의로 입건됐지만 검찰로부터 ‘혐의없음’ 불기소 처분을 받은 이른바 ‘물벼락 갑질’ 논란의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최근 한진칼 전무로 경영 일선에 복귀하며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양형에 있어 사회적 지위를 고려하는 것은 옳지 않다. 범죄행위 자체를 봐야 한다”는 오늘 재판부 판시가 길거리 장삼이사든 재벌가 안방마님이나 금지옥엽을 떠나, 사회적 지위를 떠나, 모두에게 판시 그대로 실현되는 법원이길 바랍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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