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 104조 궁박한 처지 등을 이용한 불공정 행위, 무효"

[법률방송뉴스] 통상 "민·형사상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부제소 합의서‘를 써주면 이후엔 원칙적으로 손해배상을 받아낼 수 없습니다.

불륜관계였던 남성의 협박과 강요에 못 이겨 자포자기 심정으로 이 부제소 합의서를 써줬습니다. 그런데 너무 억울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법률구조공단 사용 설명서’, 오늘(13일)은 부제소 합의 무효 얘기입니다.

대전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남편이 있는 A씨가 김모씨와 불륜 관계에 빠졌다고 합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A씨는 관계를 끊기로 하고 김씨의 연락을 받지 않고 만남을 거부했습니다.

그러자 김씨는 A씨의 나체 사진 등을 가지고 있는 점을 이용해 계속 만날 것을 요구했지만 A씨는 계속 거부했고, 김씨는 급기야 A씨의 나눈 불륜 문자와 나체 사진 등을 A씨의 남편에게까지 수개월에 걸쳐 반복적으로 전송했습니다.

단순히 사진만 보낸 게 아니라 "너 마누라는 잘 있냐"는 등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협박 문언도 지속적으로 보냈다고 합니다. 결국 김씨는 성폭력처벌법 등 위반 혐의로 2016년 4월 기소됐습니다.

그러자 김씨는 이번엔 A씨를 상대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부제소 합의서를 써달라고 협박을 했고 결국 2016년 7월 A씨는 합의서를 써줬습니다.

‘성폭력범죄처벌법과 관련하여 앞으로 민·형사상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을 것을 약속합니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자포자기 상태에서 합의서를 써주긴 써줬지만 억울한 생각에 A씨는 법률구조공단을 찾았고 공단은 가해자에게 접근금지가처분신청 및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 3천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습니다.

소송에서 공단은 수사기관 조사를 받던 가해자가 모욕적인 내용을 반복하면서 형사합의를 요청한 점, A씨가 당시 형사합의금을 전혀 받지 않은 점, 추후 합의 취소서를 다시 작성해 형사재판부에 제출한 점 등을 집중 강조했습니다.

당사자의 궁박한 처지를 이용한 경우로 민법 제104조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해 합의서 작성은 무효라고 공단은 재판부를 설득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공단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 전부승소로 판결했습니다.

“피해자 A씨가 당시 남편을 비롯한 가족들에 대한 죄책감과 수치심, 심적 고통으로 심신이 극도로 지친 상태에서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가해자에게 이 사건 합의서를 써준 것으로 무효”라는 게 재판부 판단입니다.

판결은 김씨가 항소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형사재판에선 김씨는 징역 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습니다.

소송을 수행한 공단 김용석 변호사는 “가해자와 형사 합의를 할 때는 힘들다고 포기하거나 대충 분위기에 휩쓸리면 절대 안 되고 합의서 내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가해자 김모씨는 불륜을 떠나 참 사람이 덜 된 안 좋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잘못 내 딘 걸음은 되돌리기 어렵고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습니다. ‘법률구조공단 사용 설명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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