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피해 벗어나는데 필요한 정도만 인정

[법률방송뉴스=전혜원 앵커] 오늘(11일) 법률문제 ‘먼저 맞아서 때렸다면 정당방위로 인정된다?’입니다. 우선 상대가 주먹을 휘둘러서 반격을 했다고 하면 정당방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가만히 있었으면 더 맞았을지도 모르고요. 더 큰 일이 일어났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한 편으로 생각하면 폭력으로 대응한 것이기 때문에 잘못된 건가 싶기도 합니다. 우선 저는 O로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변호사님 O, 강 변호사님 X 들어주셨는데요. 법적인 답변 들어볼게요.

[이인환 변호사] 저는 일단 원칙적인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정당방위가 어떤 경우에 성립하느냐. 정당방위라는 건 굉장히 많이 아시는데 요건을 아시는 분은 많지 않아요.

어떤 행위가 범죄에 해당한다. 폭행죄에 해당한다는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지만 이게 위법하지 않으면 애매한 일이죠. 위법하지 않으면 처벌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떤 경우에 위법하지 않냐는 헌법에 규정이 3가지가 있어요. 정당방위, 자구행위, 피해자 승낙 등이 있는데요.

정당방위에 대해서 몇 가지 요건을 말씀드리면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이 현재 침해당하거나 침해당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로서 상당한 경우라면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입니다.

질문으로 돌아가서 먼저 맞았더. 너무 많이 맞고 있고 지금 내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고 생각해서 폭행을 했다. 이를 테면 우리가 밀치거나 혹은 어깨로 치거나 이 모든 게 모두 폭행이거든요.

그런데 앞서서 말씀드린 것처럼 나한테 긴급한 혹은 현실적인 침해가 강하게 있고 상당한 정도의 행위로 나에게 폭행을 가했다고 한다면 정당방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앵커] 어려운 내용이지만 경우에 따라서 가능하다는 거군요. 강 변호사님은 X 들어주셨죠.

[강문혁 변호사] 정당방위라고 한다면 2시간도 얘기하기 모자른데요. 그만큼 할 얘기가 많습니다. 제가 X를 든 이유는 법원에서 정당방위를 인정하는 경우가 굉장히 적습니다. 이 변호사님이 말씀해주신 정당방위의 요건은 우리나라 법원은 굉장히 좁게 해석하고 있는 것이죠.

특히 상당성 요건을 매우 엄격하게 해석하기 때문에 여기 아까 질문처럼 먼저 맞아서 정당방위가 성립하냐. 물론 성립할 수 있지만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실무에서 흔히들 많이 주장하시는 게 ‘저쪽에서 먼저 나를 때렸기 때문에 나도 참지 못하고 방어하려고 때렸다’라고 하시는 데 대부분 쌍방폭행으로 양쪽 모두 유죄가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당성 요건이 없다'고 보는 것이죠.

그러니까 참 어떻게 보면 조금 러프하게 설명드리면 상대방이 먼저 때리면 그냥 맞으라는 것이냐 이렇게까지도 자조 섞인 말들이 나오는데 그만큼 상당성 요건이 엄격합니다.

그래서 현재의 부당한 침해에 방어하기 위해 방어행위로 나가는 경우는 정당방위가 성립할 수 있지만 그냥 단순히 상대방이 먼저 때렸으니 나도 참지 못하고 때렸다는 것은 인정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정당방위가 인정되는 경우들, 판례나 비슷한 예시 보셨을 것 같은데요.

[이인환 변호사] 강 변호사님 말씀처럼 굉장히 적어요. 실무적으로 거의 쓰기가 어려운 논리인 것도 현실적으로 맞습니다. 간혹 가다가 재판에서 인정되는 경우도 있긴 한데요. 재판보다는 기소되기 전에 검찰 수사단계에서 조금 더 많이 쓰인다고 보면 되요.

몇 가지 불기소 사례들을 말씀 드릴 건데 어떤 사례가 있었냐면 60대 노인이 자기 여자친구를 심하게 폭행한 거예요. 그래서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 노인을 밀치고 여자친구와 그 상황을 벗어난 거죠.

노인을 밀치면서 노인이 자기가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거예요. 법적으론 사실인 거예요. 밀치는 행위는 폭행이었다. 노인을 폭행했다. 내가 맞았지만 넌 폭행한 게 맞아 이건 맞는 얘기에요.

그런데 어쨌든 이 밀치고 도망가는 행위는 굉장히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행위였고 그렇다면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필요했던 행위였잖아요. 그래서 정당방위로 인정돼 불기소 처분을 받았던 사례가 있었고요.

또 한 가지는 자기의 강아지를 또 어떤 행인이 때린 거예요. 사실 강아지가 맞았다는 건 법적으론 엄격하게 말하면 내 물건의 손괴가 발생한 상황인거예요.

내 반려견, 내 아이 맞는 상황이지만 법적으론 손괴, 내 재산상의 손괴가 발생하는 걸 막기 위해서 강아지를 뒤로 피하게 하고 이 사람을 손으로 막았어요. 그런 케이스에선 상당성 있는 행위였다고 봐서 마찬가지고 불기소 처분을 받았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판결은 정당방위가 아니다 라고 나오는 사례, 우리가 봤을 때는 ‘정당방위 아닌가’ 싶지만 정당방위가 아닌 것으로 나온 판결 알아볼 수 있을까요.

[강문혁 변호사] 정당방위에 관한 논의는 사실 법조문을 그냥 들여다봐서는 해결이 안 되고요. 구체적 판례나 사건을 놓고보면 더 이해하기가 쉬울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도둑 뇌사 사건이 있었고요. 또 공릉동 예비신부 살인 사건이 사회적으로 굉장히 이슈가 됐던 사안이고요. 두 사건 모두 정당방위가 정면으로 문제가 됐던 사건입니다.

먼저 도둑 뇌사 사건을 말씀드리면 어떤 도둑이 집에 침입을 한 겁니다 새벽에. 그런데 당시에 거주자, 가족들이 자고 있었어요. 그 중에 도둑의 침입을 안 20대 청년이 도둑을 발견하고 무차별적으로 폭행을 가한 것입니다.

도망가려던 도둑이 뇌사상태에 빠졌고 결국은 사망을 했습니다. 이 경우에 청년이 정당방위를 주장한 것입니다.

도둑이 새벽에 몰래 침입해서 범행을 저질렀기 때문에 그것을 방어하기 위해서 부득이하게 폭행을 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뇌사에 빠졌지만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앵커] 왜요.

[강문혁 변호사] 판결 내용을 보면 핵심적인 이유는 사실 도둑을 발견하고 최초로 가한 폭행 행위는 그것은 정당방위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 그 이후에 도둑은 자신의 범행이 발각되니 별다른 공격행위를 하지 않고 도망을 가려고 했습니다.

도망을 가려던 도둑을 계속해서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는 것은 별개의 적극적인 공격행위이지 그것이 어떤 정당방위는 아니다. 상당성을 결여했다고 법원에서 판단을 해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의 유죄판결을 내렸습니다.

결과적으로는 그 때 당시의 상황을 감안해서 도둑을 폭행한 그 청년에게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하진 않았고요. 항소심에선 결국 감형이 돼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석방이 된 사안이고요.

공릉동 예비신부 사건은 어떤 휴가를 나온 군인이 집을 침입해서 예비신부인 피해자 여성을 살인했습니다. 그 때 다른 방에서 자고 있던 예비신랑이 신부의 비명소리를 듣고 깨어나서 그 가해자의 군인과 격투 끝에 군인을 흉기로 찔러 살해를 했습니다.

여기서 정당방위가 성립하느냐가 정말 치열하게 문제가 됐었는데요. 결론적으로는 검찰에서 무혐의 결정을 내려서 정당방위를 인정해서 종결된 사건이 있는데요.

그런데 이 사건에서 논란이 된 것은 정당방위가 인정이 될 것이냐 인정되지 않을 것이냐가 정말 치열하게 문제가 됐고 검찰에서 2년 동안 검토를 했어요. 이례적으로 오랜 시간 검토를 한 건데요. 정당방위를 인정해서 검찰이 무혐의 결정을 한 사건이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결국 상당성이 있다고 본 것이죠. 현재의 부당한 침해, 예비신부를 살해한 범인이 있었고 그 범인을 제압하기 위해서 부득이 흉기로 찔러서 살해까지 간 것은 상당성이 있다고 본 것이죠.

하지만 정당방위를 굉장히 엄격하게 보고 있는 현 실무에 비춰봤을 땐 굉장히 이례적인 사건입니다.

[앵커] 이렇게 사례를 말씀해주시니 이해가 더 잘 돼는 것 같습니다. 일단 먼저 맞아서 때렸다면 정당방위가 인정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판결을 받을 때는 극소수라는 것 기억 하시고요. 적절히 대처를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싸움을 하면 안 되겠죠. 이렇게 결론을 내리도록 할게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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