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판사들 '번아웃', 한 사람당 한 해 처리 사건 1,234건... 조정제도 활성화 국회 토론회
서울중앙지법 판사들 '번아웃', 한 사람당 한 해 처리 사건 1,234건... 조정제도 활성화 국회 토론회
  • 장한지 기자
  • 승인 2019.06.11 1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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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 본안 소송 전 당사자 화해로 사건 해결
시간과 비용 절약... 판사도 사건 부담 줄어
전체 본안 사건 대비 조정 사건 비율 1% 불과
"소송 앞서 조정 회부, 조정전치제도 도입해야"

[법률방송뉴스=유재광 앵커] 국회에선 오늘(11일) 대한변협과 한국조정학회,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 공동 주최로 '법원 조정제도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LAW 인사이드' 장한지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일단 조정이 뭔지 개념부터 좀 들여다볼까요.

[장한지 기자] 네, 일상생활을 영위하다 보면 임대차 분쟁이나 층간소음부터 돈 빌려주고 떼어 먹히는 경우 등 크고 작은 분쟁과 다툼을 겪게 되는데요.

이런 분쟁을 정식 소송까지 가지 않고 법원 화해나 중재를 통해 다툼을 해결하는 걸 조정이라고 합니다. 학술적으로는 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영어 약자로는 ADR, '대체적 분쟁해결 방법'이라고도 불립니다.

[앵커] 소송을 하지 않고 분쟁을 해결할 수 있으면 좋은 것 같은데 조정 절차는 어떻게 되나요.

[기자] 법원은 당사자가 희망하거나 조정에 적합한 사건의 경우 직권으로 사건을 정식 재판에 넘기기에 앞서 조정에 회부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법원은 조정 취지와 진행 방법, 장소, 일시 등의 내용이 담긴 안내문을 발송합니다. 

이후엔 변호사 자격이 있는 상임조정위원이 40일 이내 사건 조정을 시도하고 관련 내용을 담당 판사에게 보고하고 판사가 조정 내용을 확정하면 확정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게 됩니다.

[앵커] 소송에 비해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사건 당사자 입장에선 말씀하신 대로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장기간 법정다툼에 따른 갈등과 감정소모 등의 상처도 훨씬 덜합니다.

또 분쟁 해결 주체인 판사 입장에서도 사건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대법원에 최근 5년간 전국 지방법원의 한해 법관 1인당 연간 사건 처리 건수를 물어보니까, 판사 1명당 평균 678건을 처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루에 두 건씩을 처리해야 한다는 계산인데요.

심지어 서울중앙지법의 경우 2017년 기준 판사 한사람 당 무려 1천 234건의 사건을 처리한 걸로 나타났습니다. 일본이나 독일에 비하면 평균 두세 배가 훨씬 넘는 수준인데요.

이 때문에 지난해 11월 서울고법 판사가 밀린 업무 처리를 위해 야근을 반복하다 과로사하는 일까지 있었을 정도로 말 그대로 살인적인 업무량입니다.

[앵커] 그런데 조정 활성화 토론회라고 하는 걸 보니 이런 장점들에도 조정제도가 잘 이용되지 않고 있는 모양이네요.

[기자] 네, 전체 본안 사건 대비 조정 사건 비율이 1% 정도밖에는 안 된다는 게 오늘 발제를 맡은 함영주 중앙대학교 로스쿨 교수의 설명인데요. 함 교수는 이렇게 조정제도 이용이 저조한 이유로 사건 당사자들의 조정에 대한 인식 부족을 꼽았습니다.

그러니까 조정제도라는 것 자체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설사 안다고 하더라도 조정을 신청하면 뭔가 아쉽거나 약점이 있는 것처럼 비춰져 조정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 함 교수의 지적입니다.

2017년 국회 입법조사처가 펴낸 '민사조정제도의 입법적 개선방안' 보고서에도 조정제도 활용이 부진한 주된 이유로 조정제도에 대한 국민적 인식과 이해 및 홍보 부족을 꼽고 있습니다.

[앵커] 뭔가 조정제도 활성화 방안이 필요하긴 필요한 것 같은데 오늘 토론회에선 어떤 대안들이 나왔나요.

[기자] 네, 이른바 '완화된 형태의 의무적 조정' 도입이 가장 유력하고 강력한 대안으로 제시됐는데요. 완화된 형태의 의무적 조정은 일정한 사건에 대해선 본안 소송에 앞서 조정을 의무적으로 먼저 시도하는 일종의 '조정 전치 제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독일이나 일본, 대만에서 이 조정 전치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앞서 언급한대로 일본과 독일 판사들의 본안 사건 처리 수가 우리나라 판사들의 2분의 1, 3분의 1 수준으로 훨씬 적은 것도 이 조정 전치 제도 시행과 맞닿아 있습니다.

조정을 사건 당사자들의 선택이 아니라 전치 제도로 의무화해 활성화해야 한다는 제언입니다.
 
[앵커] 다른 대안들이 더 제시된 것이 있나요.

[기자] 네, 오늘 토론회 발제를 맡은 황승태 서울고법 판사는 조정제도 법제화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현행 조정센터는 대법원규칙인 조정위원규칙에 근거해 운영되고 있는데 이를 민사조정법에 그 설치 근거 등을 법제화해 법적인 위상을 확보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황 판사의 제언입니다.

그밖에 조정센터가 분쟁 해결 기구로서 의미 있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인적·물적 자원 확충이 이뤄져야 한다는 제안 등 조정제도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대안들이 제시됐습니다.

[앵커] 네, 살면서 법원 갈 일 없는 게 제일 좋겠지만 가더라도 당사자 간 조정을 통해 해결이 되도록 관련 법 제도들이 마련됐으면 좋겠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장한지 기자 hanji-jang@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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