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피난, '우월한 가치'와 '유일한 수단' 두 조건 충족해야

[법률방송뉴스=홍종선 기자] 안녕하세요. ‘영화 속 이런 법’입니다. 어느덧 5월이 다 지났네요. 평소 5월은 가정의 달로 불렸는데, 2019년 5월은 '어벤져스의 달'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태풍 영향권이라는 말을 따서 어벤져스 영향권 하의 개봉은 피해야 한다. 한국영화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는데요. 그래도 하루 백만 명씩, 단숨에 천만 영화가 될 만큼 많은 분들이 보셨고요.

어딜 가나 어벤져스 얘길 할 정도로 흥행 돌풍, 이슈 돌풍을 일으켰던 영화인만큼 늘 관객 마음 살피는 영화 속 이런 법에서도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파트너는 당연히 히어로영화에서 법률 뽑아내는 명수, 허윤 변호사입니다. 어서 오세요.

[허윤 변호사] 안녕하세요.

[홍종선 기자] 네. 오늘 함께할 영화 소개해주시죠.

[허윤 변호사] ‘아이언맨’ 1편으로 시작된 어벤져스의 여정이 12년 만에 마무리되었습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입니다.

[홍종선 기자] 아이 뭐, 솔직히 영상 또 봐도 재밌네요. 영화 어떻게 보셨어요? 워낙 ‘어벤져스’ 전문가시잖아요.

[허윤 변호사] 예. 12년 동안 계속된 친구와의 만남이 갑작스럽게 끝난 것 같은 아쉬움이 들기도 하고, 특히 이 영화를 끝으로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는, 스포지만, 더 이상 볼 수 없는 그런 영웅들이 있어서 더 아쉽습니다.

사실 이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이 마블의 세계관. 이 세계관이 12년 동안 유지가 되면서 무려 22편의 영화를 쭉 이어왔습니다.

세계관이라는 것은 ‘반지의 제왕’, 아니면 ‘왕좌의 게임’ 이런 데서 가상의 역사를 세우고 그 역사적인 흐름을 시간적, 그리고 공간적으로 배열하는 흐름을 이야기합니다. 사실 ‘스타워즈’ 같은 경우도 세계관이 있습니다.

스타워즈 세계관은 시간 순서에 따라 여러 인물이 등장했다가 사건이 벌어지는데, 사실 마블의 세계관은 전혀 모르던 인물, 각 캐릭터들이 서로 다른 공간에서 선별적으로 사건이 진행되다가 엔드게임에 와서 한꺼번에 뭉쳐 거대한 이야기의 흐름이 형성되는 거라서 '아, 이 세계관을 보면 마블 영화가 왜 이렇게 힘이 있나'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홍종선 기자] 이제 본격적으로 영화 속 법 이야기 좀 해보겠습니다. 이 ‘엔드게임’의 시작은 전편 ‘인피니티 워’의 마지막, 타노스의 핑거 스냅으로 생명체의 절반을 소멸시켰는데, 이것은 무슨 죄를 적용할 수 있을까요?

[허윤 변호사] 일단 가장 중요한 사건입니다. 타노스가 우주에 사는 생명체 절반을 없앴다는 점에서 타노스에게 살인죄가 성립하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타노스가 항상 이야기했습니다.

‘나는 절반을 살리기 위해 절반을 어쩔 수 없이 죽이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긴급피난을 이야기했다고도 볼 수 있는데, 긴급피난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해 현재의 위난을 방어하기 위한 것들을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긴급피난의 경우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 처벌받지 않게 되는데, 상당한 이유라는 것은 이제 우월한 가치, 그리고 유일한 수단이라는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합니다.

먼저 ‘유일한 수단’이라는 것은 그 수단 외 다른 것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고, 우월한 가치’라는 것은 긴급피난으로 인해 보호받는 법익, 그리고 긴급피난으로 인해 침해받는 법익 두 가지가 있을 때 당연히 보호받는 것이 침해받는 것보다 훨씬 커야 한다는 것입니다.

타노스의 행위를 보면 일단 생명을 살리기 위해 생명을 침해하는, 어떻게 보면 가치가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우월하다고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동가치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우월한 가치라는 요건에서 탈락하게 됩니다.

그리고 타노스는 절반의 생명을 없애는 방향, 그 수단으로 핑거 스냅을 했는데 사실 그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 인피니티 스톤이라면 죽이는 대신 새로운 행성을 만들거나, 이 생명들이 다 살아갈 수 있도록 충분한 식량을 공급하는 행위를 얼마든지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일한 수단이라는 조건에도 탈락이 되기 때문에 결국 상당한 이유가 없다. 그래서 긴급피난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홍종선 기자] 네. 살인죄 확정이군요. 사실 이것 나치보다 더한 대량학살입니다. 인류의 절반을. 그렇다면 그 인류의 절반을 소멸시킨 타노스를 단죄하는 것, 엄청난 죄인을 단죄하는 것이지만 생명을 해치는 거니까 이것 유죄가 될지, 제가 토르 걱정이 되어 하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영화의 충격적 장면입니다. 초반에 토르가 타노스의 목을 베어버리는데 처벌받을까요.

[허윤 변호사] 일단 타노스가 죽었기 때문에 토르가 타노스에 대한 살인죄 죄책을 진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이제 토르가 어떠한 형법상 규정된 위법성 조각에 해당되어 실제로 처벌을 받는지, 안 받는지를 봐야 합니다.

토르의 행위가 정당방위가 되는지 살펴보면 정당방위는 현재의 침해에 대해서면 성립합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 아시겠지만 타노스는 인피니티 스톤 자체를 스스로 파괴해버리고 어떤 행성에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굉장히 무기력한 모습인데, 이러한 무기력한 모습으로 살고 있는 타노스가 과연 현재의 침해를 할 수 있는 그런 수준, 위협의 요소가 되느냐는 점에서 안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당방위로는 빠져나가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홍종선 기자] 사실 지금 당장은 6개의 인피니티 스톤을 없애버렸습니다. 그래서 무언가 우주 대재앙을 타노스가 일으킬 것 같지는 않은데, 그럼 결국 적용될 죄목은 살인죄인 거겠죠.

[허윤 변호사] 한 가지 더 생각을 해보면, 형법 제20조에 정당행위라는 규정이 있습니다. 정당행위는 ‘법령에 의한 행위, 그리고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반되지 않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이 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 수 있는 전쟁에서 상대방을 죽이거나, 아니면 교도관이 사형을 시키거나, 사형선고를 받은 죄수에 대해 교도관이나 관련된 사람이 사형선고를 하는 행위는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됩니다.

명백하게 당시에는 전쟁 중이었고, 타노스는 특히나 적병의 수괴입니다. 그 수괴를 없앤다는 토르의 행동, 사실 정당행위로 처벌받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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