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위권에서 전교 1등으로 성적 상승 가능"
피고인 측, 고액 과외강사 증인 신청 검토
1심 판결 깰 만한 증거능력에 대해선 의문

[법률방송뉴스= 유재광 앵커] 숙명여고 정기고사 시험문제 유출 혐의 재판이 점입가경으로 흐르는 것 같습니다. '윤수경 변호사의 이슈 속 법과 생활'입니다. 일단 1심 선고 결과부터 짚어보고 갈까요.

[윤수경 변호사] 전 숙명여고 교무부장으로 재직했던 현모씨는 2017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2018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 교내 정기고사 관련 업무를 총괄하면서 알아냈던 시험문제와 정답을 자신의 딸들에게 유출해서 전교 석차를 크게 올리고 학교의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됐습니다.

검찰은 공교육시스템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추락했고 누구보다 가장 큰 피해자가 숙명여고 동급생이라면서 징역 7년을 구형했는데 지난달 23일 현씨는 1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으로 인해서 사회적 관심이 높은 고등학교 내부 성적 처리 절차와 관련해서 다른 학교들의 공정성도 의심의 눈초리를 피할 수 없었고 성실하게 일한 다른 교사들의 사기 또한 상당히 떨어졌다" 라고 하면서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또한 1심 재판부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들이 존재한다. 두 딸이 정답을 미리알고 답안을 썼거나 최소한 참고한 사정이 인정된다. 그런데도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서 중형이 불가피하다"면서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현씨는 무죄를 다투는 취지로 항소했고 검찰도 죄질에 비해서 형량이 낮다면서 양형부당으로 항소를 해서 쌍방항소로 2심 재판부의 판단을 받게 됐습니다.

[앵커] 그런데 항소심에서 현씨 측에서 학원 강사를 증인으로 세우겠다는 말이 있던데 이건 뭔가요.

[윤수경 변호사] 앞서 1심 재판부는 쌍둥이 자매의 내신 성적이 단기간에 최상위권으로 올랐다는 점을 유죄 판단의 근거로 들었는데요. 언니는 3학기 만에 인문계 전교 121등에서 1등으로 성적이 올랐고 동생은 자연계 전교 59등에서 1등으로 수직상승했습니다.

그런데 이에 반해서 이 기간에 모의고사 성적은 제자리걸음이었기 때문에 교내 정기고사 성적이 진정한 실력인지 의심된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습니다.

그런데 현씨 측에서는 "전교 100등에서 전교 1등이 되는 게 가능하다.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면서 학원강사를 증인으로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앵커] 학원 강사는 어떤 학원 강사인가요.

[윤수경 변호사] 고액 과외를 하고 있는 강사 A씨라고 하는데요. 현씨 1심 판결을 보고 먼저 연락을 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A씨는 명문고의 중위권 성적 학생을 1년 만에 전교 1등으로 만들었다고 광고하면서 고액과외를 해오다가 사기 혐의로 고소가 됐습니다.

그런데 검찰이 수사를 해보니까 실제로 서울 자사고 학생을 국영수 각 전교 38등, 95등, 60등에서 1년만에 전교 2등, 1등, 1등으로 만들어서 검찰은 결국 사기 혐의를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그래서 현씨 측은 A씨 사례를 들면서 쌍둥이 자매도 가능하다고 주장을 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현씨의 딸들이 한 시간에 30만원짜리 고액과외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고 현씨는 경찰과 검찰 수사, 1심 재판 과정 내내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서 성적이 오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앵커] 중위권에서 전교 1등으로 성적이 오른 다른 사례가 있다는 게 쌍둥이 딸도 그랬다 라는 증거로 쓰일 수가 있는 건가요.

[윤수경 변호사] 성적이 급상승한 다른 학생의 사례가 있다고 하더라도 쌍둥이 딸이 해당 학생과 동일한 학습능력을 가졌다거나 동일한 과외를 받았다거나 하는 등 동일한 조건을 가정해서 성적이 향상되었다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에 그러한 타인의 사례를 드는 것만으로 1심에서 소명하지 못한 불리한 정황들을 깨는 것은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앵커] 휴대폰 문자 얘기도 나오던데 이건 또 무슨 얘기인가요.

[윤수경 변호사] 쌍둥이 언니가 시험을 열흘 앞두고 “저 이번 중간고사 잘 볼 것 같은데요”라며 학원 시험을 잘 봤다는 문자를 보냈고, 여기에 대해서 현씨가 “잘했다.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온다”고 답하는 등 현씨와 쌍둥이 딸이 나눈 문자 메시지가 있다고 하는데요. 

쌍둥이 동생도 시험을 본 후 현씨에게 “영어는 100인데 생물은 ㄱㄴㄷ 고르는 문제에서 생각 잘못해서 하나 틀린 것 같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만약에 현씨가 시험 문제를 유출해 딸들이 정답을 아는 상태로 시험을 봤다면 딸들이 이같은 문자를 보내거나 현씨가 노력을 운운하는 저런 문자를 보낼 필요도 없고, 보내지도 않았을 거라는 게 현씨 측 주장입니다.

“해당 휴대폰 포렌식 결과를 검찰이 재판 막바지에 제출해 판결문에도 언급되지 않았다. 재판부가 이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것으로 보여 2심에선 이 부분을 강조할 계획”이라는 게 현씨 변호인 말입니다.

[앵커] 이것은 어떻게 보시나요.

[윤수경 변호사] 앞뒤 정황을 살펴야겠지만 단순히 확신에 차서 “이번 시험 잘 볼 것 같아요”라고 보냈다면 생각처럼 유리하게만 작용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무죄의 증거로 주장하기에 충분하지는 않아 보이는데요.

[앵커] 전체적으로 항소심 전망해 보신다면 어떠신가요.

[윤수경 변호사] 1심 재판부는 "쌍둥이 자매는 4번에 걸쳐 전 과목의 유출된 답을 암기한 다음 이를 참고해서 그 결과 전 과목에서 실력과 다르게 대폭 향상된 성적을 거둔 사실이 넉넉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는데요.

그 이유를 보게 되면 시험 기간 현씨의 수상한 야근 행적이나 시험지와 메모장의 ‘깨알 정답’, 정정 전 정답을 그대로 쓴 점 등 현씨에게 불리한 여러 정황에 대해서 현씨 측의 소명이 충분히 않다고 봤습니다.

그리고 모의고사 성적이 내신 성적에 비해 지나치게 떨어지는 것도 납득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고 봤는데요. 시험 직전 정답이 바뀐 문제에 대해서 두 딸이 똑같이 정정 전의 오답을 적어 틀린 사실과 같은 것은 확률상 거의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 1심 재판부의 판단입니다.

실례로 풀이 과정도 없이 쌍둥이 동생만 홀로 만점을 받은 물리1 과목에 대해서 재판부는 “1년 전에는 풀이과정을 쓰면서 풀어도 만점을 받지 못하던 평범한 학생이 1년 만에 단지 암산만으로 만점이 될 천재가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라고 지적했다고 합니다. 

[앵커] 어쨌든 지켜봐야 할 것 같은데 두 딸도 혐의를 아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고 하는데 재판 결과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네요. 오늘(5일)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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