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양형위원회, 디지털 성범죄와 양형 심포지엄
몰카 촬영·유포, 징역 5년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
솜방망이 처벌 대부분... “징역형 실형 판결 단 5%”
“범죄 예방과 피해회복 차원 양형기준 마련 필요”

[법률방송뉴스] 몰카나 리벤지 포르노 같은 디지털 성범죄가 끊이질 않고 반복되고 있는데요. 몰카 유출은 '영혼 살인' 이라는 말도 있는데 어느 정도 수위의 처벌이 디지털 성범죄에 합당한 처벌일까요.

관련해서 오늘(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디지털 성범죄 관련 대법 양형위원회가 열렸다고 합니다. 현장을 신새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디지털 성범죄와 양형’을 주제로 하는 대법원 양형위원회 심포지엄.

성관계 몰카 유출 등은 피해 당사자에게 회복 불가능한 사회적 살인 수준의 피해를 입히지만 디지털 성범죄 처벌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판적 지적이 끊이지 않고 제기돼 왔습니다.

이에 지난 4월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장에 취임한 김영란 위원장은 “디지털 성범죄는 그 피해가 치명적”이라는 말로 오늘 심포지엄 개최 취지를 밝혔습니다.

[김영란 위원장 / 양형위원회] 

“기술이 발전할수록 디지털 성범죄는 점점 고도화되고 있고 은밀하게 행하여져서 그 피해가 빠른 속도로 광범위하게 확산되므로 피해자가 입는 피해는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임주의 원칙과 예방적 기능에 충실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양형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일단 몰카 촬영이나 유포는 성폭력처벌법상 5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법 조항 상 징역형도 적시돼 있지만 실제 징역형에 처해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양형위원회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몰카 범죄 법원 판결을 전수 분석해 보니 징역형 실형 판결은 단 5%에 불과했습니다.

몰카 범죄를 저지른 사람 100명 가운데 95명은 징역형을 선고받고도 집행유예로 풀려났거나 벌금 얼마 내고 처벌이 끝났다는 얘기입니다.

몰카 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봐주기 판결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이에 김영란 양형위원장은 디지털 성범죄 실태와 현실을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양형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김영란 위원장 / 양형위원회]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을 고려하는 한편 책임주의 원칙과 예방적 기능에 충실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양형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현재 양형위원회의 시급한 과제입니다."

심포지엄은 ‘디지털 성범죄의 처벌과 양형’, 그리고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회복과 양형’ 두 세션으로 나눠 진행됐습니다.

처벌과 양형 세션 주제발표를 맡은 백광균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판사는 디지털 성범죄는 ‘사회적 악성 종양’이라며 ‘항암제’ 차원에서 양형 기준을 손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디지털 성범죄 처벌이 미약해서 불법 행위에 대한 응보적 성격도 약하고 예방 효과도 떨어지니 이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백광균 판사 /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범죄 발생 자체가 2018년 이후로 소위 우리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급격하게 늘어났습니다. 앞으로 양형기준 설정에 있어서 고려할 요소 무엇이 있을까 보았을 때 (피고인의) 과거의 행위에 대한 응보와 앞으로 일어날 행위에 대한 예방을 두루두루 고려하는 것이 맞지 않나...”

두 번째 세션 ‘디지털 성범죄 피해 회복과 양형’ 주제 발표자로 나선 김영미 변호사는 ‘피해 회복’ 차원에서 양형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처벌 경감을 위해 피해자에게 무리한 합의를 요구하거나 공탁 시도로 갈음하려는 경우도 양형 산정에 있어 가중처벌 요소로 삼아야 한다는 겁니다.

김영미 변호사는 나아가 금전적 보상 뿐 아니라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영상물에 대한 완전한 삭제가 이뤄져야 완전한 피해 회복이 됐다는 전제 하에 양형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진 지정토론에서 참석자들은 들쑥날쑥한 양형 기준을 바로 잡고 몰카 범죄를 저지를 엄두를 못 낼 수준으로 처벌 수위를 상향해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습니다.

초범이라고 봐주고, 피해자와 합의했다고 봐주고 이렇게 해서는 절대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할 수 없다는 겁니다.

디지털 성범죄 환경이 변하고 불법 촬영, 유포가 전체 성범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만큼,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이런 지능화되는 디지털 성범죄 행태에 대한 합당한 양형기준이 만들어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법률방송 신새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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