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법 제도, 처벌 아닌 인간의 존엄 지켜야"

[법률방송뉴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개원 30주년을 맞아 '인간 존엄과 가치의 형사사법적 실현'을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열었습니다.

처벌과 교화의 대상으로서의 범죄가 아니라 인간 존엄과 인권의 관점에서 형사사법 체계를 짚어보는 뜻깊은 자리였다고 하는데요. 장한지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형사정책연구원 개원 30주년을 기념해 열린 국제학술대회엔 두브라프카 시모노프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 특별보고관,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 등 국내외 석학들이 대거 참석해 자리를 빛냈습니다.

[두브라프카 시모노프 /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 특별보고관]
"여러 국가를 방문할 때마다 가능한 한 많은 수감된 여성들을 만나고 쉼터에도 가게 됩니다. 여성 폭력 피해자들을 만나 위급한 경우 제가 직접 여러 제소라든지 청원을 받기도 합니다."

"형사사법 시스템에서 인간의 존엄이 왜 그토록 중요한가."

첫 번째 기조연설자로 나선 스웨덴 변호사협회장과 유럽인권재판소 재판관을 지낸 앨리자벳 푸라 인도주의법연구소 이사회 의장이 던진 도발적이고도 근본적인 질문입니다.

대답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유죄 판결을 받은 그들도 언젠가는 사회로 다시 돌아온다' 입니다.

그때, 그들이 괴물이 되어서 돌아올지 성숙하고 책임 있는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 돌아올지는 온전히 그들을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가지고 대했는지, 그들이 인간 존엄을 회복했는지에 달렸다는 겁니다.

따라서 사회 통합과 발전을 위해서 형사사법 제도는 바로 이 인간으로서의 존엄 회복을 위한 제도이자 장치여야 한다고 푸라 회장은 강조합니다.

두 번째 기조연설자로 나선 김이수 전 헌법재판관도 같은 취지에서 "헌법재판은 인간 존엄을 침해하는 모든 시도와 행위에 대해 '빨간불'을 켜야 한다"고 말하며 헌법을 키워드로 인간 존엄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인간에 대한 존엄은 헌법에 열거된 소극적 존엄을 넘어선다는 것이 헌법과 인간 존엄을 바라보는 김이수 전 재판관의 인식입니다.

[김이수 전 헌법재판관 / 전남대 로스쿨 교수]
"인간 존엄성은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기본권을 포함하여 이는 기본권 제한 사유로 삼는 어떠한 공익에 의해서도 인간 존엄성에 대한 침해는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의 존엄은 본질적으로 침해될 수 없다는 이런 인식과 전제 위에 형사사법 제도가 서 있고 운영되어야 한다고 김이수 전 헌법재판관은 강조했습니다.

[김이수 전 헌법재판관 / 전남대 로스쿨 교수]
"헌법재판 사례를 통해 우리는 모든 인간을 목적으로 존중하고 타인은 물론 그 어떤 가치나 목적이나 이익을 달성하기 위한 단순한 수단이나 객체로 삼지 말라는 인간 존엄성의 실체에 접근하게 된다..."

이어진 토론 세션은 ‘형사사법’과 ‘인간 존엄’을 두 줄기 키워드로 6개 세션으로 나눠 진행됐습니다.

'헌법과 형사법의 실천원리로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 같은 철학적 주제에서부터 '국제인권법의 지평에서 본 우리의 형사정책' 같은 구체적인 주제까지 폭넓은 주제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이 이뤄졌습니다.

[박상기 법무부장관]
"사회 환경의 변화에 따른 범죄양상은 범죄 현상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새로운 연구과제의 개발은 물론이고 새로운 사회환경에 적합한 연구를 하여 주실 것을 기대해 봅니다."

한인섭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은 '참여'와 '연대'를 두 축으로 범죄예방과 안전사회, 범죄 피해자 피해 회복, 인간 존중의 형사정책을 구현하는데 연구원이 배전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인섭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
"국가 차원의 형사 정책은 모든 국민의 인간 존엄과 가치의 온전한 실현을 위한 과학적 길잡이가 되어야 합니다. 권력기관의 민주적 개혁,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 모두의 인권이 존중되는 공동체를 위한 형사정책에 더욱 다가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학술대회 참석자들은 인간이 중심이 된 형사사법적 정의를 지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추상적 선언이나 구호가 아닌 구체적 형사사법 제도 마련으로 이어지는 게 필요해 보입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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