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공소사실은 전부 픽션, 참담"... 양승태·박병대·고영한 첫 공판과 무신불립(無信不立)
"검찰 공소사실은 전부 픽션, 참담"... 양승태·박병대·고영한 첫 공판과 무신불립(無信不立)
  • 유재광 기자
  • 승인 2019.05.29 1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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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 "검찰, 처벌거리 찾으려 사찰... 근거없는 소설 써"
박병대 전 대법관 "공소사실 사실관계와 법리적 문제 일체 다투겠다”
고영한 전 대법관 "무신불립 신념으로 지냈는데... 검찰 공소사실 참담"

[법률방송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첫 공판기일이 오늘(29일) 열렸습니다. '앵커 브리핑'입니다.

구치소 인식표를 왼쪽 가슴에 달고 호송차에서 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딱딱한 표정으로 법정으로 향했습니다. 포승줄이나 수갑은 차지 않았습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박병대·고영한 두 전 대법관은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으로 나왔고 첫 재판 소감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법정으로 들어갔습니다.

박병대·고영한 두 전 대법관은 피고인 대기석을 통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들어서자 모두 일어서서 양 전 대법원장을 맞이했습니다. 세 사람은 별도로 말을 주고받진 않았습니다.

직업을 묻는 재판부 인정 신문에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두 전 대법관은 “없다”고 짤막하게 대답했습니다.

검찰이 1시간 넘게 공소사실을 낭독하는 동안 양 전 대법원장은 눈을 감았고, 박병대·고영한 두 전 대법관의 얼굴에선 딱딱하게 굳은 기색을 숨길 수 없었습니다.

공소사실을 인정하냐는 재판부 질문에 양 전 대법원장 등 세 사람은 강한 어조로 부정했습니다.

"검찰이 말한 공소사실의 모든 것은 근거가 없는 것이고 어떤 것은 정말 소설의 픽션 같은 이야기다. 모든 것을 부인한다. 그에 앞서 이 공소 자체가 부적법하다"는 것이 양 전 대법원장의 답변입니다.

박병대 전 대법관도 “구체적인 공소사실의 사실관계와 법리적 문제 일체에 대해 다투는 취지”라며 혐의 전부를 부인했습니다.

역시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한 고영한 전 대법관은 “재판에 임하는 소회를 간단히 이야기하겠다”며 준비해온 문서를 법정에서 읽어 내려갔습니다.

"제가 그토록 사랑한 법원의 형사 법정에 서고 보니 다 말씀드리기 어려울 정도로 가슴이 미어진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대법관과 행정처장을 지낸 제가 이 자리에 섰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국민께 심려를 끼치고 재판부에 부담을 주게 돼 참으로 송구스럽다"는 게 피고인으로 재판정에 선 고 전 대법관의 소회입니다.

고 전 대법관은 그러면서 대법원장으로 보필했던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선 “제가 잘못 보필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참으로 죄송스럽고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습니다.

검찰 수사와 기소는 “참담하다”는 표현을 써가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습니다.

"행정처장으로 근무할 당시 대법원장을 보좌하며 국민의 신뢰가 없으면 사법부가 존립할 수 없다는 '무신불립'의 신념으로 지냈는데 공소사실은 제가 이런 소신을 저버린 채 권한을 남용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참담하다"는 것이 고 전 대법관의 말입니다.

한참 후배일 재판부에 대해선 “냉철하게 판단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형사법적으로 죄가 성립하는지 상관없이 양심적·도의적으로 제가 책임질 일이 있으면 누구에게 전가하지 않고 저 자신이 지겠다는 마음으로 법정에 서려 한다. 선입견을 걷어낸 상태에서 신중하고 냉철하게 판단해달라"는 것이 고 전 대법관의 호소입니다.

고 전 대법관은 그러면서 "이 재판을 통해 그간 잘못 알려진 진실이 명명백백히 밝혀져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전환점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재판에 임하는 소회이자 각오를 밝혔습니다.

무신불립을 말하며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사실도 없고 직권남용 법리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전직 대법관과 검찰 공소사실은 전부 소설 픽션이고 공소 자체가 부적법하다는 전직 대법원장.

검찰과 재판부 모두 일생에 다시 겪어보지 못할, 우리 사법부 역사에 전무후무한 전직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을 사법행정권 남용 피고인으로 한 비극적으로 역사적인 재판의 서막이 올랐습니다.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유재광 기자 jaegoang-yu@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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