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게임중독, 질병분류표 산입' 발표
게임업계 "헌법상 자기결정권 등 침해"
"게임중독, 치료 필요한 질병명" 반론도
총리실 "민관협의체 구성해 논의할 것"

[법률방송뉴스]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겠다는 국제보건기구(WHO) 발표가 나온 지 하루만인 오늘(28일) 국회에선 게임 업계 관계자 등이 참석한 긴급토론회가 열렸습니다.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이 헌법적 관점에서 타당한가'에 대한 강력한 문제제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현장을 장한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게임업계를 관할하는 문화체육관광부 후원으로 열린 오늘 국회 토론회는 정식 발제문조차 준비 못 했을 정도로 급박하게 열렸습니다.

발등에 초대형 불이 떨어진 게임업계가 현 상황을 얼마가 심각하고 급박하게 여기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입니다.

기조 발제를 맡은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 회장 임상혁 변호사는 헌법적 관점에서 게임중독 질병 분류 쟁점들을 두루 지적했습니다.

[1. 헌법상 자유와 자기결정권 침해 가능성]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과몰입이라고 해도 게임 몰입을 ‘중독’이라는 질병의 틀에 넣고 국가가 관리하는 것이 과연 타당하냐는 지적입니다.

[2. 헌법상 명확성 원칙 침해 가능성]

게임중독 질병 분류가 개인의 자유와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인식은 헌법상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인식과 맞닿아 있습니다.

WHO가 규제 대상으로 삼은 '통제력의 손상'의 의미와 통제력이 어느 정도 손상되어야 질병 수준의 ‘통제력의 손상’이 되는지 등 모두 명확하지 않고 모호하다는 지적입니다.

이는 법치주의의 근간인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 발제를 맡은 임상혁 변호사의 주장입니다.

[임상혁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 회장 /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그 단어 자체 불명확성은 차치하더라도 개인이 게임을 함에 있어서 통제력을 상실하게 된 이유가 오로지 게임으로 발생한 것만으로 한정할 수 있지 않아서..."

[3. 헌법상 과잉금지원칙 침해 가능성]

같은 취지에서 헌법상 과잉금지원칙 침해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고 이로 인해 당사자가 감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피해와 불이익이 과연 적정하느냐에 대한 의문입니다.

목적의 적절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원칙 등에 비춰보면 게임중독의 질병 분류는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돼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입니다.

[임상혁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 회장 /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일반 국민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개인의 선택에 따른 기회비용을 포기할지, 어느 정도 인정할지에 대해서 개인의 선택권 내지 자기결정권이 인정돼야 하고, 그것이 침해될 가능성이..."

헌법적인 측면 외에도 토론회에선 또 같은 중독인데 게임 중독만 인터넷 중독이나 스마트폰 중독 등과 달리 봐서 질병으로 분류할 아무런 이유와 근거가 없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전영순 건국대학교 충주병원 게임과몰입힐링센터 팀장]
"현장에서 아이들을 접하면서 느끼는 게 게임 중독에 있어서 이것은 치료적인 측면보다는 관리적인 측면이 그러한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거든요."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게임중독을 인터넷이나 스마트폰과 같은 중독 카테고리가 아닌 알코올 중독이나 도박 중독 등과 같은 질병이나 범죄로 분류된 중독과 같은 범주에서 봐야 한다는 반박입니다.

보건에 관한 한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WHO가 별 근거도 없이 게임중독을 질병에 포함하기로 결정했겠냐는 지적입니다.

[이상규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교수 /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이사장]
"병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예를 들면 사용 자체가 굉장히 부정적인 자꾸 문제를 일으킴에도 불구하고, 막 자꾸 무슨 문제가 생김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줄여야 되잖아요. 그런데 줄이지 못하고 계속 그것을 집착적으로 강박적으로 사용을..."

게임 중독 질병 분류도 그런 기준에서 보면 알코올 중독 등을 질병으로 분류해 치료하는 것과 똑같은, 헌법적 권리 침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겁니다.

[이상규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교수 /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이사장]
"자기 스스로도 이것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수준의 행동을 한다면 그것은 누가 도와줘야지. 누가 도와줘서 그것을 더 이상 하지 않도록..."

찬·반 의견과 논리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이낙연 국무총리는 오늘 오전 열린 총리실 간부회의에서 "국내에서도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우리는 충분한 논의를 거쳐 지혜로운 해결방법을 찾을 것"이라는 정부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총리실은 국무조정실을 컨트롤 타워로 문화부와 복지부 등 관계 부처와 게임업계, 의료계 등이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만들어 게임중독 질병 분류 방안 문제를 논의해 나갈 방침입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게임 관련 단체  9곳은 공동성명을 내고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에 게임 이용 장애를 포함하는 결정을 재고해 달라"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게임중독 질병 포함 여부에 대한 의견이 극과 극으로 갈리는 가운데 게임중독이 실제 우리나라 질병분류표에 포함될지 주목됩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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