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홍종선 기자] '영화 속 이런 법', '유랑지구', 그러면 또 하나 질문 드려볼게요. 아까 제비뽑기 이야기를 했는데 여기서 거기에 들어갈 수 있는 어떤 권리를 다른 사람에게 기부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근데 누가 준다고 그걸 내가 받으면 나는 살지만 준 사람은 죽습니다. 이게 만약 법률적으로만 따져보면 그 사람 죽인 것 아닙니까?

[허윤 변호사] 굉장히 애매한데, 일단은 기자님 말씀하신 대로 두 가지 행위가 있습니다. 하나는 티켓을 준 행위이고, 또 하나는 티켓을 주고 난 다음에 준 사람이 목숨을 잃는 행위입니다.

만약 이 두 가지 행위가 따로따로 분리됐다고 생각한다면 티켓은 선의로써 준 것이고, 티켓을 주고 나서 나는 나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고 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텐데 사실 이 두 가지를 완벽하게 분리해서 생각하기는 약간 어렵습니다.

그래서 하나로 엮어서 보면 티켓을 받았기 때문에 나한테 티켓을 준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티켓을 받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분명히 했을 테고, 내가 받으면 저 사람이 죽겠거니 라는 생각도 분명히 했을 텐데, 그렇기 때문에 혹시 이게 살인죄가 아니냐, 사람을 죽게 만들었으니까. 그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습니다. 물론 직접 살해한 건 아니지만요.

이때 한 가지 개념이 등장합니다. 우리 형법상 ‘피해자의 승낙’이라는 것입니다. 형법 제24조를 보면 처분할 수 있는 자의 승낙에 의하여 그 법익을 훼손한 행위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처벌하지 못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즉, 피해자가 자신의 생명을 포기하면서 티켓을 줬기 때문에 피해자가 승낙한 것이므로 죄가 안 된다, 위법성이 조각된다, 이런 식으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홍종선 기자] 아, 그러니까 피해자의 승낙의 조항에 의해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말씀인가요?

[허윤 변호사] 예. 그렇습니다. 살인죄가 성립되지만 위법성이 조각되기 때문에 실제로 처벌은 받지 않는다는 법리입니다. 정말 그런지는 사실 따져봐야 합니다.

즉, 피해자의 승낙 중 피해자의 승낙 대상이 무엇인지, 사실 승낙을 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법익이어야 하고, 그리고 다른 법률로 이 승낙된 범죄를 처벌하는 조항이 없어야 합니다.

그런데 조금 전에 말씀드렸던 사례의 경우에는, 생명입니다. 생명은 대체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닙니다. 생명은 하나밖에 없으니까. 더구나 우리 형법은 ‘촉탁승낙에 의한 살인죄’를 처벌하는 조항도 두고 있습니다.

[홍종선 기자] 그렇다면 처벌하는 법 조항이 없다는 것에도 맞지 않네요.

[허윤 변호사] 그렇죠. 그래서 형법 252조에 의해 촉탁승낙에 의한 살인죄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되어 있습니다. 사실 나를 죽여도 된다고 승낙을 했지만 실제로 살인을 저질렀을 경우에는 처벌을 받습니다. 다만 형은 조금 감경될 수 있겠습니다.

[홍종선 기자] 또 질문 이어가겠습니다. 자, 여기서 할아버지가 특수한 차량을 운전할 수 있는 면허증이 있습니다. 그리고 손자는 할아버지에게 운전을 조금 배우긴 했지만 사실 무면허입니다. 근데 할아버지 운전면허증을 가지고 내 동생 한송이를 세상 구경을 시켜줍니다.

왜냐하면 늘 지하도시에서 살았으니 꽁꽁 언 지상이지만 지상을 보여주겠다며 올라가서 운전을 시작하는데 막 옆에 차 부딪히고 합니다. 이것 혼나야 하겠죠? 처벌받겠죠?

[허윤 변호사] 일단 동생을 위해서 한 행동 자체는 가상한데, 할아버지의 키를 훔쳐서 몰래 차를 운전했고 그랬을 경우 일단 ‘자동차 등 불법사용죄’로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손괴죄도 문제가 되는데, 차량을 출발하자마자 근처에 있는 차량을 부수기 때문에 당연히 손괴죄가 성립될 텐데, 자동차를 가지고 손괴를 했을 경우는 특수손괴죄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여기서 말씀을 드릴 수 있는 게 운전을 해가면서 어떤 구조물을 부숩니다. 손괴를 하는데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구조물이 아닙니다. 지구를 옮기기 위해 만 개의 추진체를 심었는데, 이것을 위한 구조물이라고 판단이 됩니다.

이것이 부서진다면 유랑지구 프로젝트 자체가 좌초할 수도 있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익건조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고, 형법 367조 ‘공익건조물 파괴죄’까지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홍종선 기자] 그렇군요. 송준기 닮은 류치가 주인공이어서 류치 관련 질문 하나 더 드려볼게요. 마음대로 운전해서 어떤 구치소에 갇히는데 옆에 노랑머리의 반은 호주 사람, 반은 중국 사람인 혼혈인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과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화가 난다고 류치가 벽에 손을 쳤는데 갑자기 벽에 금이 갑니다. 그래서 제가 아 드디어 또 중국이 대륙풍 스타일의 액션을 하나보다. 얘가 지금 SF 재난 블록버스터를 넘어 쿵푸 유단자로 각성되어서 히어로물을 찍는 줄 깜짝 놀랐는데요.

아니었습니다. 지진이 난 거였습니다. 지진이 나서 건물이 무너졌지만 감옥에 가만있지 않고 탈출했습니다. 탈옥했습니다. 물론 탈옥 안 했으면 죽을 수 있지만 탈옥죄 적용될까요? 아니면 있었으면 죽었을 테니 탈옥죄는 적용받지 않을까요?

[허윤 변호사] 어쨌거나 영화 상황만으로 보면 자동차 등 불법사용죄와 여러 가지 등등 범죄행위로 구금되었습니다. 그리고 구금이 된 상황에서는 국가에 의한 적법절차에 따르지 않고서는 밖으로 나가게 되면 당연히 도주죄에 해당이 됩니다.

더구나 혼자 나간 것이 아니라 할아버지, 동생, 옆방 호주 청년이랑 같이 나가지 않았습니까. 그러면 4명이 합동해 나간 것이라서 특수도주죄가 성립되는 것은 사실 의문의 여지는 없습니다.

[홍종선 기자] 법률적으로 이해는 되는데, 거기 탈옥 안 했으면 거기서 깔려 죽었잖아요. 그래도 처벌받아야 하나요?

[허윤 변호사] 그렇죠. 그래서 우리 법이 특수한 상황에서는 위법성을 조각을 시켜주고 처벌을 안 하는 건데, 간단하게 위법성 조각 사유 중에 긴급피난이 성립되는지 살펴보면, 형법 제22조에는 긴급피난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제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게 상당한 이유가 있느냐를 따져보면, 도망치지 않으면 죽습니다. 그리고 이미 다 무너졌습니다. 여기 남아 있는 다고 해서 누가 나에게 상을 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엄밀히 따지면 예를 들어 도주하지 않아서 교도소 감옥을 지키는 행위보다는 개개인의 생명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에 더 큰 법익을 위해 조그마한 감옥을 부수도 탈출하는 정도는 사실 봐줄 수 있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냐고 이렇게 볼 수가 있겠습니다.

 [홍종선 기자] 그렇죠. 법도 거기까지 생각해 놓고 조항을 만들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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