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 생명권, 절대적으로 우월한 권리 아냐"
헌재, 66년 만에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헌재, '법익 균형성' 등 고려 사형제에 합헌

[법률방송뉴스=홍종선 기자] 안녕하세요. '영화 속 이런 법'의 홍종선입니다. 예전부터 중국영화는 허풍이 심했습니다. 손에서 바늘이 나가고, 머리가 하늘만큼 길어지기도 하고요. 뭘 해도 우리는 다르다. 세계의 중심은 우리다. 이런 중화사상이 불편하기도 하지만 대륙스타일이라는 이름으로 큰 즐거움을 준 것도 사실입니다.

이번에 중국 최초의 SF 재난 블록버스터라는 수식어가 붙은 영화가 나왔습니다. 지구가 생명을 다해 새로운 살길을 찾는다는 설정은 익숙한데 그 해법은 그야말로 중국 답습니다. 어떤 기상천외한 상상력을 발휘했는지 허윤 변호사와 함께 확인해 봅니다. 어서 오세요.

 [허윤 변호사] 안녕하세요.

 [홍종선 기자] 오늘 함께할 영화 소개해 주시죠.

허윤 변호사] 태양이 적색거성이 되면서 지구는 소멸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세계연합정부는 지구를 떠나는 대신 지구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작업을 시행합니다. 프로젝트명 ‘유랑지구’ 영화로 확인하시겠습니다.

[홍종선 기자] 네. 소개해 주셨고, 영상도 봤지만 아이디어 자체가 엄청납니다. 그동안은 보통 지구 멸망이 다가올 때 해법으로 지구인을 다른 행성으로 이주시키거나 했는데 이 ‘유랑지구’에서는 지구 자체를 움직입니다. 이게 아무나 할 수 있는 그런 상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인터스텔라’처럼 정밀한 과학적 근거를 따지기보다 '어 그러면 괜찮을 것 같은데' 하면서 밀어붙인 느낌도 들던데, 허 변호사님은 어떻게 보셨어요?

[허윤 변호사] 영화를 보고 나와서 감상평을 보니 호불호가 심하게 갈립니다. 기자님 말씀하신 것처럼 대륙의 기상이다. 이렇게 평하는 사람들도 있고. 어떤 사람들은 이게 말이 되느냐고도 표현을 하던데요.

어쨌거나 그 참신한 아이디어, 그리고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능력은 중국 최초의 SF 재난 블록버스터인데 그 가능성이 굉장히 밝다고 보여 집니다. 할리우드에 버금가는, 사실 버금은 아니지만 조금 떨어지긴 해도 적어도 조만간 할리우드와 비슷한 위치까지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홍종선 기자] 맞습니다. 이게 아이디어가 황당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CG, 현실감을 주는 CG가 더 중요합니다. 그럴싸해 보여야 하는데, 그 CG는 어떻게 보셨어요?

 [허윤 변호사] CG가 굉장히 괜찮았습니다. 그 몇 가지 장면을 꼽자면 일단 우주정거장에서 중국인과 러시아인이 우주유영을 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돌면서 그 틈을 찾아 두 명의 우주인이 어디인가를 가기 위해 해치를 열고, 그런 상황에서 마치 ‘그래비티’를 보는 것처럼 훌륭한 CG가 있었고요.

그리고 또 하나의 예를 들면 목성 근처로 간 지구의 대기를 목성이 빨아들이는 그 CG도 상당히 참신한 설정이면서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홍종선 기자] 허 변호사랑 이렇게 영화 얘기 길게 하니까 좋네요. 그렇지만 또 시청자 여러분들이 기다리실 법률 얘기도 당연히 들어갑니다. 영화 처음 부분에서 뽑아보겠습니다.

첫 번째 법률 질문은 우리가 지구를 아까 움직인다고 했는데, 태양계를 벗어나 빙하기 시절 이상으로 지구가 꽁꽁 얼었습니다. 사람들을 지구가 얼기 전에 지하도시로 대피를 시키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어떤 권한을 제비뽑기로 합니다.

근데 이게 당연한 듯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생명에 대한 제비뽑기입니다. 이거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허윤 변호사] 생명을 제비뽑기로 결정한다. 누가 죽고 사는 문제를 단순히 운에 따라 결정한다는 것은 굉장히 비윤리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만약에 생명권이라는 권리가 당연히 존재하지만, 이 생명권이 아무도 침범할 수 없는 절대적인 권리라면 이게 제비뽑기가 아니라 어떤 수단으로도 침해 자체가 정당화가 되진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엄연히 사형제도가 있는 것처럼, 사실 사형제도는 생명을 강제적으로 뺏는 것입니다. 이런 사형제도가 있는 것처럼 다른 사람의 생명 또한 특정한 조건 하에서는 좀 제한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헌법재판소의 태도입니다.

 [홍종선 기자] 그 헌재의 사형제 합헌 결정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소개해 주시면요.

[허윤 변호사] 헌재 합헌 결정은 헌재가 어떤 사안에 대해, 예를 들면 어떤 조치나 제도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헌법소원이 제기 되었을 때 이것을 헌재가 스스로 판단을 하고 침해되었다, 침해되지 않았다고 이야기를 하는데요.

이때 헌법 제37조 제2항을 그 주된 판단 근거로 삼습니다. 흔히 우리가 '과잉금지원칙'이라고 하는 것이 헌법 제37조 제2항인데 내용을 좀 보면 국민의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그리고 공공복리, 이러한 여러 가지 공익적 목적을 위해 제한될 수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좀 더 넓은 의미의 공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국민의 기본권도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이 되어 있습니다. 사형제도 자체도 이러한 37조 2항에 의해 생명권도 어느 정도 제한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합헌이라는 결정이 나온 것입니다.

이제 헌법재판소가 크게 두 가지를 사형제도와 관련해 판단했습니다. 첫 번째는 방법의 적정성이고, 두 번째는 법익의 균형성입니다.

방법의 적정성을 보면 사형제도라는 방법은 다른 범죄를 예방하는 데 있어서 상당히 괜찮은 제도이다. 다른 것에 비해 조금 더 적정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법익의 균형성이라는 것은 생명을 빼앗는다는 것은 가해자가 있고, 피해자가 있습니다.

그런데 피해자의 생명과 가해자의 생명을 놓고 비교했을 때 가해자의 생명을 보호할만한 우월한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 두 가지를 바탕으로 헌법재판소가 사형제도가 합헌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홍종선 기자] 역시 다시 묻길 잘했습니다. 확실하게 이해되고,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얼마 전 낙태죄 문제에 대해서도 이런 판결이 있었던 것 같은데 소개해주시죠.

[허윤 변호사] 그렇습니다. 얼마 안 됐습니다.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는데, 형법에 해당 법조항이 생기고 66년 만에 내려진 결정이라고 합니다.

헌법재판소가 그동안에 낙태죄에 대해 여러 가지 헌법소원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제기 되었는데 그동안 손을 들어주지 않다가 이번에 비로소 여성의 자기 결정권, 건강권과 태아의 생명권이라는 두 가치를 놓고 비교 형량을 한끝에 여성의 자기 결정권도 중요하다는 결정을 한 것입니다.

헌재가 주로 본 것은 낙태죄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것도 있지만, 임신 초기 22주 내외의 경우에는 낙태해야 할 상황이 생기면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권보다 우월하게 판단을 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헌재가 특히 여기서 중점적으로 본 것은 법익의 균형성입니다.

태아의 생명이라는 권리, 아까 제가 말씀드렸다시피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는데 이 경우에는 가해자와 피해자라기보다 태아의 생명권이라는 권리가 다른 어떤 것도 침해하지 못하는 절대적이고 우월한 권리라고 판단을 한 것이 아니라 필요하다면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권보다 위에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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