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업무라고 생각"... ‘위안부 손해배상 재판’ 보고서 작성 판사 법정 진술

[법률방송뉴스] 법률방송 기자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취재파일’ 오늘(24일)은 ‘판사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리포트]

“재판부 판단 타당성을 외부에 설득하고 방어하는 당연한 업무라고 생각했다.”

어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현직 조 모 판사가 울먹이며 한 진술입니다.

조 판사는 2015년~2016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으로 근무하면서 임 전 차장 지시를 받고 위안부 손해배상 소송 관련 소멸시효 등을 검토한 보고서를 작성한 인물입니다. 

당시 상황을 좀 복기해보겠습니다.

2015년 12월 박근혜 정부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라는 표현을 넣어 일본 정부와 위안부 문제에 ‘합의’ 했습니다.

이 합의로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조정 사건이 '조정하지 아니하는 결정'으로 종결되자 위안부 피해자들은 2016년 1월 법원에 본안 소송을 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위안부 문제는 더 이상 문제 삼지 않는 걸로 ‘최종적’으로 합의했다 하고 피해자들은 "무슨 소리냐, 배상하라"는 소송이 제기된 복잡하고 미묘한 상황. 

이런 상황에서 임종헌 당시 차장은 조 판사에게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합니다. 

"임 전 차장이 소멸시효를 언급하면서 '어려운 사건 아니냐. 검토해보라'고 말했다."

"강제징용의 경우 (2012년) 대법원에서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판결한 것을 말씀드렸더니, '그것은 소부판결로써 문제가 있다'고 했다. 속으로 대법관이 판결한 것인데 소부판결이라고 해서 뜻밖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 조 판사의 어제 진술입니다.

대법원 판결에도 반하고 ‘어려운’ 거 아는데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논리를 내세울 수 있는 보고서를 작성해보라는 취지의 지시입니다.

결국 조 판사는 보고서에 “불법행위로 인한 청구권은 시효 소멸하지 않는다”고 적시하면서도 종합검토에서는 “경제적 파장 등을 고려하면 개인청구권이 소멸됐다고 판시함이 상당함”이라는 상반되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에 대해 조 판사는 “임 전 차장 생각과 상충되다보니 내적인 갈등이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법리로는 아닌 것 같은데 임 전 차장이 원하는 보고서는 써줘야 되고, 일말의 ‘연민’마저 느껴지는 진술입니다.

조 판사는 그러면서 “나중에 임 전 차장이 대법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라는 말도 남겼습니다. 이 발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출세 지향적인, 조직 지향적인 판사들이 승승장구하는 법원.

"사법부라는 조직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하다 보면 판결도 조직을 위한 판결을 할 수밖에 없다. 사법부가 조직 중심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양승태 대법원’의 비극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를 법원 바깥에 처음 알린 이탄희 판사, 최근 공익변호사의 길에 들어선 이탄희 변호사가 지난 16일 긴급조치 피해자 원상회복 방안 국회 토론회에서 한 말입니다.

"힘 있는 사람의 편에 서면 사법부가 원하는 법안도 통과시켜 주고 예산도 주고 파견 자리도 준다. 그래서 국가 폭력 피해가 거래대상으로 전락하는 거다. 절대 우연이 아니다"라는 게 이탄희 변호사의 말입니다.

그래서 이 변호사가 제시하는 해법은 ‘판사 이름을 외우자’입니다.

“판사 이름을 정치인, 연예인 이름 외우듯 외워야 한다. 마음에 드는 판결을 한 판사, 이상한 판결을 한 판사, 관료라고 생각되는 판사, 판사 이름을 외워야 한다. 그리고 그 중 누가 헌법재판관이 되고 대법관이 되는가 그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이 변호사는 말합니다.  

어쩌다보니 우리 법원의 전직 판사가 판사들 이름을 외우라고 주문하는, 안 그러면 ‘눈 뜨고 코 베인다’고 역설하는 법원 입장에선 황망한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씁쓸하기 그지없지만 돈이 드는 것도, 크게 힘이 드는 것도 아니니 이탄희 변호사 제안대로 ‘판사 이름 외우기’에 적극 동참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취재파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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