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 속 법 이야기] 우리 주변 모든 생활현장에는 법이 존재하고, 법적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상존합니다. 야구 등 스포츠 현장도 예외는 아닙니다. 김근확 변호사가 오늘부터 야구와 법 이야기를 '그라운드 속 법 이야기'에서 생생하고 흥미로운 칼럼으로 풀어드립니다. 김근확 변호사는 KBO 공인 선수대리인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김근확 변호사
김근확 변호사

필자는 사회인야구 소속으로 리그 경기를 뛰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회인야구에서는 프로야구처럼 '빈볼'을 던지지는 않지만 얼마 전 빈볼로 오해할 만한 상황이 벌어져 분위기가 다소 험악해진 일이 있었다. 당시 만약 우리가 프로야구 선수들처럼 '벤치클리어링'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궁금해졌다.

일단 빈볼이란 영어 속어로 머리를 뜻하는 '빈'(bean·콩)과 공을 뜻하는 '볼'(ball)에서 유래된 용어로서, 투수가 투구 시 고의적으로 타자의 머리 부근을 겨누어 던지는 반칙 투구를 말한다.

이는 보통 타자의 기세를 꺾기 위하여 던지는 공이지만 자칫 치명적인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실제로 메이저리거였던 레이 채프먼이 1920년에 빈볼로 인해 사망하기도 하였으며, 국내에서는 1955년 선린상고 소속 선수 최운식이 빈볼에 의해 사망한 안타까운 사건도 있었다.

이런 빈볼의 위험성 때문에 메이저리그에서는 2001년 이후로 빈볼을 던진 투수를 즉각 퇴장시키는 규칙을 정하여 엄격하게 시행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투구(직구)가 타자의 머리 쪽으로 날아왔을 때 맞지 않더라도 1차로 경고하고, 맞았거나 스쳤을 때는 고의 여부와 상관없이 투수를 퇴장 조치하는 등 강력하게 제재를 가하고 있다.

나아가 '벤치클리어링'이란 그라운드 위에서 선수들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을 때, 양 팀 소속 선수들이 모두 그라운드로 몰려나와 뒤엉키는 것을 말하는데, 말 그대로 벤치가 깨끗이 비워지게(clearing) 되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게 된 것이다.

프로야구 경기에서도 종종 나오는 상황으로 실제로 얼마 전 두산베어스와 롯데자이언츠의 경기에서 롯데 투수의 빈볼로 보일 수 있는 투구 이후 양 팀 간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져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이후 KBO 상벌위원회에서는 당시 현장에서 심판이 빈볼이라는 판정을 내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투수에게 징계를 내리지는 않았으나, 벤치클리어링 중 벌어진 양 팀 코치진들 간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서는 벌금 조처를 내렸다.

그렇다면 과연 만약 사회인야구에서 이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졌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우선 사회인야구 자체 징계규정은 논외로 하고 실정법적으로만 판단해보면, 일단 빈볼을 던져 타자를 맞힌 투수는 형법 제266조의 과실치상죄에 해당하여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해질 수 있다.

또 보통 여러 선수끼리 다투는 벤치클리어링은 같은 법 제261조에 따라 특수폭행에 해당하여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수 있는데, 이 조항은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폭행죄를 범한 경우를 가중 처벌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프로야구 경기에서는 이와 같은 행위를 한 경우 자체 규정에 따른 징계처분에서 끝나지 실정법상으로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운동경기 자체에 누군가가 다칠 수도 있다는 위험성이 내재하여 있으며 이에 따라 특별히 고의성이 있다고 입증되지 않는 한 사회적 상당성의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행위로 평가되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프로경기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실정법을 적용하면 아무도 경기를 뛰려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반면 운동을 직업으로 삼는 프로가 아닌 사회인야구에서는 이와 같은 위법성 조각 사유가 적용되어 형사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듯하다.

따라서 비록 경기 중 아무리 화가 나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사회인야구 경기를 뛰는 선수들은 빈볼이나 벤치클리어링까지 벌어지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다. /김근확 변호사<KBO 공인 선수대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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