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학생이 천재 될 가능성 희박"...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의 엇나간 부정과 '패가망신'
"평범한 학생이 천재 될 가능성 희박"...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의 엇나간 부정과 '패가망신'
  • 유재광 기자
  • 승인 2019.05.23 1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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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딸에게 정기고사 문제·답 유출한 혐의로 구속기소
"움직일 수 없는 증거들 존재"... 1심, 징역 3년 6개월 선고
『소학』 패가망신하는 5가지 원인 첫 번째 "지나친 욕심"

[법률방송뉴스] 쌍둥이 딸에게 시험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현모씨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이 오늘(23일) 열렸습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현씨는 서울 강남 숙명여고 교무부장으로 재직하던 2017년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지난해 2학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 모두 5차례에 걸쳐 정기고사 시험문제와 답안을 자신이 재직하던 학교에 다니던 쌍둥이 딸들에게 알려준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 기간 쌍둥이 중 언니는 1학년 1학기에 전체 석차가 100등 밖이었다가 2학기에 5등, 2학년 1학기에 인문계 1등으로 비약적으로 성적이 올랐습니다.

쌍둥이 동생 역시 1학년 1학기엔 전체 50등 밖이었다가 2학기에는 2등, 2학년 1학기에는 자연계 1등으로 우뚝 올라섰습니다.

중위권 정도 성적에서 1년 반 만에 각각 인문계와 자연계 전체 일등으로 올라선 겁니다.

이에 1심 법원은 오늘 현씨가 시험문제를 딸들에게 유출했다는 숙명여고 성적 채점 업무방해 혐의 전체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전모가 특정되지는 않고 있지만 움직일 수 없는 증거들이 존재한다. 두 딸이 정답을 미리 알고 이에 의존해 답안을 썼거나 최소한 참고한 사정이 인정된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입니다. 

이에 재판부는 "두 학기 이상 은밀하게 이뤄진 범행으로 인해 숙명여고의 업무가 방해된 정도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그럼에도 범행을 부인하며 경험에 맞지 않는 말을 하고 증거를 인멸하려 하는 모습도 보여 죄질에 비춰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습니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현씨와 두 딸들은 “오직 공부를 열심히 해 성적이 오른 것 뿐”이라며 혐의를 모두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현씨가 정기고사 출제서류 결재권자이고 출제서류 보관 금고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던 점, 초과근무 기재를 하지 않은 채 일과 후에도 자리에 남아 있었던 점 등을 유죄 판단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특히 시험 직전 정답이 바뀐 문제에 두 딸이 똑같이 정정 전 오답을 적어 틀린 사실 등은 확률상 거의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입니다.

실례로 풀이 과정도 없이 쌍둥이 동생만 홀로 만점을 받은 물리1 과목에 대해서 재판부는 “1년 전에는 풀이과정을 쓰며 풀어도 만점을 받지 못하던 평범한 학생이 1년 만에 단지 암산만으로 만점이 될 천재가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에 "증거를 보면 딸들이 매번 정기고사 전에 모종의 경로로 답안을 입수했고, 그 결과 성적 향상을 이뤘다는 사실이 넉넉히 입증된다"고 판시했습니다.

재판부는 다만 "딸들이 이 사건으로 학생으로서 일상을 살 수 없게 돼 피고인이 가장 원치 않았을 결과가 발생했다"며 검찰의 구형량인 징역 7년보다는 낮은 형을 선고했습니다.

현씨의 두 딸은 이 사건으로 다니던 학교를 자퇴하고 가정법원에서 소년범 재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성리학 이념이 지배하던 조선시대, 유학 공부의 입문서라고 할 수 있는 『소학』 「외편」에 재앙을 불러 패가망신하는 다섯 가지 원인이 나옵니다. 

당나라에서 어사대부를 지낸 유변이 남긴 ‘유씨 가훈’에 나오는 글인데 유변은 패가망신하는 첫 번째 원인으로 ‘지나친 욕심’을 꼽고 있습니다.

쌍둥이 딸을 ‘좋은 대학’에 보내고 싶은 부정(父情)을 심정적으로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그렇게 해서 내신으로 대학을 갔더라면 그건 너무도 불공정한 일일 것이고, 결과적으로 지나친 욕심이 화가 돼 결국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았을 두 딸들과 그 자신, 집안의 패가망신으로 끝났으니 안타깝습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이었습니다.  

 

유재광 기자 jaegoang-yu@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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