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아닌 모든 국민 문제"... '고양 저유소 풍등 화재' 최정규 변호사 인터뷰
"이주노동자 아닌 모든 국민 문제"... '고양 저유소 풍등 화재' 최정규 변호사 인터뷰
  • 장한지 기자
  • 승인 2019.05.23 1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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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녹화 시대에 신문조서 꾸미기, 시대착오적 발상"
"신문조서 아닌 영상녹화 하고 녹취록으로 대체해야"
"투명·공정한 재판 위해 판사 재판 진행도 녹음해야"

[법률방송뉴스] 저희 법률방송에서는 공판중심주의 구현 관련 경찰이나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 작성과 그 증거능력에 대한 논란과 문제점 등을 지적하는 보도들을 연속해서 보도해드리고 있는데요. 

관련해서 117억원의 물적 피해를 낸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 이주 노동자 피의자를 변호하고 있는 최정규 변호사를 만나 관련 얘기들을 들어봤습니다.  ‘LAW 투데이 인터뷰’ 장한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최정규 변호사를 포함한 공동변호인단은 경찰의 2차 피의자 조사 때부터 스리랑카인 이주 노동자 A씨 변론에 참여했습니다.

2차 조사 이후 A씨와 최 변호사는 일관되게 저유소 존재와 잔디밭에 불이 붙었는지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최 변호사가 동석하지 않은 경찰 1차 피의자 신문조서엔 A씨가 저유소 존재를 알고도 풍등을 날린 것처럼 조서가 작성돼 있었습니다.

도대체 뭐라고 진술을 한 건지, 신문조서가 제대로 작성된 건지 의문을 품게 된 최 변호사는 경찰에 영상녹화 정보공개를 청구했습니다.

[최정규 변호사 / 저유소 화재 피의자 공동변호인단·민변]
“마치 이미 ‘저유소의 존재를 다 알았다고 자백했다, 또 불이 난 것도 다 알았다’ 이런 식의 어떤 내용이라서 저희가 ‘1차 때 정말 이렇게 얘기했을까’라고 해서 정보공개 청구를 했고...”

녹화된 영상을 보니 아니나 다를까 신문조서는 답변 취지와 동떨어지게 작성돼 있었습니다.

애초 저유소가 있는지 몰랐다는 취지의 답변이 같은 질문이 반복적으로 되풀이되며 결국 저유소가 있는지 알았다는 식으로 변질된 겁니다.

[최정규 변호사 / 저유소 화재 피의자 공동변호인단·민변]
“그런데 영상을 보면 안 게 아니라 계속적으로 질문을 하니까 수십 번, 수백 번 반복해서 물어보니, ‘아 뭐 그럴 수도 있었겠네요’라고 하는 정도의 답이었는데 그것을 마치 응답으로 “저유소가 있는지 알았나요?” “알았다” 이런 식으로...”

경찰이 무려 123차례나 ‘거짓말하지 마라’는 식으로 피의자를 압박한 것도 영상을 통해 드러났습니다.

[최정규 변호사 / 저유소 화재 피의자 공동변호인단·민변]
“예를 들어 어떤 피해자의 진술이 이전 진술과 모순된다든지 아니면 객관적 증거에 반하는 어떤 진술을 했을 때 ‘거짓말하는 거 아니야’ 이렇게 물어볼 수 있겠죠. 그것은 합리적인 수사 방식이라고 생각이 되는데 저희 지금 사례에서는 아무런 근거 없이 이런 경우는 자백 강요고...”

경찰은 결국 이렇게 ‘꾸며진’ 피의자 신문조서로 중실화 혐의를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최정규 변호사 / 저유소 화재 피의자 공동변호인단·민변]
“조서 자체가 사실은 다소 정리하는 정도 수준이 아니라 정말 이렇게 꾸며졌다라고 볼 정도로 많이 축소되고 많이 와전된 그런 내용을 저희가 발견했습니다.”

최 변호사는 경찰과 검찰 같은 수사기관에서 신문과 답변 내용을 ‘정리’해서 작성하는 현재의 신문조서 자체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합니다.

영상녹화를 하면 뭘 묻고 어떻게 대답했는지를 고스란히 다 파악할 수 있는데 굳이 조서라는 걸 작성해야 하냐는 지적입니다.

[최정규 변호사 / 저유소 화재 피의자 공동변호인단·민변]
“그러면 영상녹화가 되면 녹취록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고 어떻게 질문했고 어떻게 답했는지가 낱낱이 다 기록이 되는 세상에 굳이 이런 조서를 통해서 이런 부분을 정리한다는 게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아닌가...”

검찰 신문조서 증거능력 제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패스트트랙에 반발하고 있는 검찰을 향해서도 일침을 날렸습니다.

너무 수사 편의만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입니다.

[최정규 변호사 / 저유소 화재 피의자 공동변호인단·민변]
“이런 부인하는 사건, 무죄를 주장하는 사건에 검찰에서 ‘이렇게 얘기했으니 그냥 그것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게 정말 어떻게 보면 억울한 피의자가, 피고인이 발생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이 되지 않을까. 지금처럼 그냥 쉽게 쉽게 하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서...”

최 변호사는 더 나아가 재판 변론조서도 판사 발언을 포함해 전 과정을 다 녹음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최정규 변호사 / 저유소 화재 피의자 공동변호인단·민변]
“당사자들이 재판에 갔을 때 판사가 무슨 얘기 하는지 잘 이해를 못 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러면 나중에 변론조서를 열람 등사를 해보는데 변론조서에는 판사가 얘기한 내용이 제대로 정리가 안 돼 있는 것이죠. 그런 문제제기가 있고...”

이렇게 변론 과정을 녹음하게 되면 일부 판사들의 막말이나 고압적인 태도도 사라지고 전관예우 등 부작용도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될 거라는 게 최 변호사의 말입니다.

[최정규 변호사 / 저유소 화재 피의자 공동변호인단·민변]
“판사들의 이야기도 법정에서 하는 이야기도 다 녹음돼서 이런 게 모니터링이 되는 것이 더 투명한 재판과 공정한 재판에 기여할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정도의 비용과 노력은 충분히 국민들을 위해서 해야 될 것이 아닌가...”

‘신문조서 꾸미기’로 대변되는 경찰과 검찰의 시대에 뒤떨어진 수사 관행과 법원도 성역은 아니라며 재판을 포함한 형사사법 체계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는 최정규 변호사.

최 변호사는 고양 저유소 풍등 화재 사건은 한 외국인 이주 노동자에게 어느 날 갑자기 재수 없어 벌어진 일로만 치부할 게 아니라는 말을 강조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습니다. 

[최정규 변호사 / 저유소 화재 피의자 공동변호인단·민변]
“사실 이것은 이주 노동자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경찰이나 검찰에서 수사기관에서 조사받는 모든 국민들한테 해당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 문제제기와 자백에 의존하는 수사기법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에 대한 문제제기는 함께 공감하고 더 나은 수사를...”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장한지 기자 hanji-jang@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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