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총장, 배임과 여교수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
대학 교수, 총장에 불리한 탄원서와 자료 등 제출
"주제넘은 짓"... 판사, 법정서 해당 교수 공개 면박
"인격권 침해"... 인권위, 재발방지책 마련 등 권고
"정상적인 소송 지휘"... 법원, 인권위 권고 불수용

[법률방송뉴스=유재광 앵커] 재판중인 판사가 피고인에 불리한 탄원서를 낸 초로의 대학교수를 법정에서 불러일으켜 세워놓고서는 "주제넘은 짓을 했다"고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타박을 했다고 합니다. '윤수경 변호사의 이슈 속 법과 생활'입니다.

윤 변호사님 사건 내용이 어떻게 되는 건가요.

[윤수경 변호사] 국내 한 사립대학 총장의 배임과 여교수 성추행 관련 재판이 있었는데요. 해당 총장은 교비 관련된 배임과 여교수를 강제추행한 사건에 대해서 규명을 요구하는 교수와 강제추행 피해자 여교수에게 수차례 중징계 처분을 하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징계처분을 받은 교수들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 모두 징계처분에 대한 취소처분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 상황에서 총장을 피고인으로 하는 재판을 방청하게 되었는데요.

이 과정에서 총장이 허위사실을 주장하고 총장으로부터 회유된 교직원들이 사실과 다르게 증언하는 것을 수차례 목격하고 이를 바로 잡고자 해당 교수가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탄원서로 작성해서 증거자료와 함께 법원에 제출했다고 합니다.

[앵커] 이게 왜 문제라는 건가요.

[윤수경 변호사] A교수는 2월에 법원에 총장을 엄벌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피고인인 대학 총장이 불리한 증거자료를 두 차례 제출했는데요.

판사는 제삼자인 A씨가 검사를 통하지 않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의 증거서류를 직접 재판부에 제출하는 것은 맞지 않다 라고 하면서 더이상 자료를 제출하지 말라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판사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A씨가 세 번째 탄원서를 제출하였고요. 판사는 방청석에 앉아있는 A씨를 불러세워서 주제넘은 짓을 했다. 지금까지 제출한 진정서와 탄원서를 찾아가라고 10여분 동안 꾸짖었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이제 세 번째 탄원서에는 형사소송법상 절차를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사과가 담겨있었을 뿐이고 판사가 제출하지 말라고 했던 증거자료는 첨부되어있지 않았는데 판사가 이를 확인하지 않고 꾸짖기부터 한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서 그 교수 A씨는 '인격권을 침해당했다' 라고 하면서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고 합니다.

"판사가 머리가 하얀 남성교수를 불러서 일어나게 하고는 10여분이 넘도록 수차례 탄원서를 낸 것을 지적하고 주제넘는 짓을했다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하면서 공개적으로 면박을 주고 탄원서를 찾아가라고 하였다."

"현장에서 30년 넘게 인권운동을 하고 법정에 드나들었지만 그날처럼 재판하는 것은 처음 보았다. 나 또한 탄원서를 많이 제출하는 사람으로써 나도 저렇게 법정에서 창피와 수모와 인격모독을 당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게 당시에 재판을 참관한 한 여성단체 임원의 말이었습니다.

[앵커] 인권위 결론이 어떻게 나왔나요.

[윤수경 변호사] 네. 인권위는 "통상 '주제 넘는 짓을 한다' 라고 하는 것은 어른이 어린 사람을 나무라는 표현인데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진정인에게 그것도 공개된 장소에서 한 것은 좀 자존감을 훼손한 것에 이른다" 라고 봤습니다.

그리고 "당시 같은 장소에 있었던 학생이나 중년의 일반인이 진정인의 피해 감정에 공감한 점 등을 보면 진정인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행동이었다" 라는 게 인권위의 판단이었습니다.

이에 따라서 해당 법원의 판사에 대한 주의 조치와 함께 인격권을 침해하는 언어적인 표현을 사용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서 시행할 것을 지난 5월에 권고한 바가 있습니다.

[앵커] 해당 법원이나 판사 입장이나 반응은 나온 게 있나요.

[윤수경 변호사] 네. 그 인권위 입장에 대해서 현재 해당 판사가 소속된 수원지방법원과 사건이 발생한 법원이었던 광주지방법원장은 특정 단어를 가지고 사실관계를 왜곡했다고 하면서 인권위 권고를 불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해당 발언이 판사의 재판 진행 과정에서 나온 말이고. 재판절차에서 허용되는 소송지휘권의 범위를 벗어난 부당한 법정언행이나 재판진행을 하였다고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 그리고 그 법관의 법정언행은 재판의 범주에 포함된다" 라는 이유로 인권위의 권고를 불수용 했습니다.

[앵커] 이게 참고인이나 제3자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이런 자료를 재판부에 직접 내면 안 되는 건가요.

[윤수경 변호사] 먼저 형사소송법상 원칙인 '증거재판주의'를 살펴봐야할 필요가 있는데요. 증거재판주의라는 것은 형사소송법 제307조에서 규정하고 있는데요.

"범죄사실은 반드시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그 증거는 증거능력이 있고 적법한 증거조사를 거친 증거만을 의미한다" 라는 원칙을 말합니다.

이번 사안에서 법원의 입장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증거서류는 해당 사건의 당사자나 검찰을 통해서 제출했어야 하는데 이러한 절차를 어겼다" 라는 이유로 법관이 그 A교수에게 소송지휘권을 행사한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당사자도 피해자도 아닌 제3자가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의 증거서류를 제출해서 기록이 편절되도록 하는 것은 형사소송법의 증거재판 주위를 잠탈하는 것이라고 해당 법관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요.

증거의 증거능력이나 증명력에 대한 판단이 선행된 후에 법원에 제출하여서 판단 받아야 한다 라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권고 수용 불가에 대해 인권위 반응은 나온 게 있나요.

[윤수경 변호사] 인권위는 먼저 이 사안에 대해서 공개된 장소에서 모욕적인 발언으로 자존감을 훼손한 점. 같은 장소에 있던 일반인이 진정인의 피해 감정에 공감한 점.

법관의 소송지휘권 행사도 헌법에 규정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 등을 침해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것이 "사회상규상 허용되는 범위를 벗어난 언행으로 인격권을 침해했다" 라고 해서 불수용 사실을 공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인권위가 이례적으로 현재 해당 판사가 소속된 수원지방법원장과 사건이 발생한 광주지방법원장을 적시해서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 이 법원의 불수용 사실을 공표하고 관련된 보도자료까지 낸 상황입니다.

[앵커] 인권위가 상당히 감정이 상한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이번 사건 어떻게 보시나요.

[윤수경 변호사] 네. 사실 "더러운 사건이다", "재판이 장난이냐" 같은 발언부터 변호인에게도 "한심하다" 라는 등의 법정에서 한 판사의 발언이 문제가 되었던 다른 여러가지 사례들도 있었는데요.

법정에서 그 판사의 한마디 한마디가 사건과 당사자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막말이나 폭언은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말씀하신 대로 재판장에서 판사는 신과 마친가지인 존재인데 조금 더 신중했으면 좋겠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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