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마라" 윽박만 123회... 고양 저유소 풍등 화재, 스리랑카인 피의자 '꾸며진' 조서
"거짓말 마라" 윽박만 123회... 고양 저유소 풍등 화재, 스리랑카인 피의자 '꾸며진' 조서
  • 장한지 기자
  • 승인 2019.05.20 1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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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마라... 모순점 지적 취지 아닌 압박용"
인권위 "피의자에 사실상 자백 강요, 인권침해"
담당 변호사 "피의자 진술 축소... 조서 꾸며져"

[법률방송뉴스=유재광 앵커] 고양 저유소 화재사건 이주노동자를 조사한 경찰이 무려 123차례나 “거짓말하지 말라”고 이주노동자를 압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이슈 플러스’ 장한지 기자 나와 있습니다.

장 기자, 우선 사건 내용부터 간단히 짚어볼까요. 

[장한지 기자] 지난해 10월 경기 고양시 덕양구 대한송유공사 저유소에서 대형 화재 발생했었습니다. 스리랑카 이주노동자가 인근에서 날린 풍등이 화재 원인으로 꼽혔는데요. 화재는 17시간 만에 진화됐지만 재산 피해만 43억 5천만원에 이르렀습니다.

당시 국가기관시설이 이렇게 테러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허접한 풍등 하나에 대형 화재로 이어지는 게 말이나 되냐는 비판이 일기도 했었는데요. 경찰은 풍등을 날린 스리랑카인 A씨를 포함해서 한국인 책임자 등 5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경찰 조사 과정에서 뭐 문제가 있었던 모양이네요.

[기자] 당시 풍등을 날린 스리랑카인 A씨에 대한 강압수사가 있었다고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가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인권위가 영상녹화 된 조사 장면을 보니까 A씨가 뭐라고 진술만 하면 “거짓말하지 마라”는 이런 식으로 강압적으로 대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앵커] “거짓말하지 마라”는 정도는 수사기관에서 어떻게 보면 할 수도 있는 말 아닌가요.
 
[기자] 있을 수 있는 일로 보기엔 일단 횟수가 너무 많습니다. A씨는 화재발생 다음 날인 2018년 10월 8일 긴급체포 된 이후 모두 4차례 걸쳐 조서 열람시간 포함 28시간 50분간 피의자 조사를 받았습니다.

피의자 신문조서를 분석해보니까 피의자 신문조서에만 총 62회 “거짓말하지 마라”, “거짓말이다” 같은 표현이 등장했는데요. 

더욱 눈에 띄는 건 1차 조서엔 1회, 2차 조서엔 0회, 3차 조서엔 5회였는데, 4차 조서 마지막에 보니까 거짓말하지 마라는 식의 표현이 무려 56회나 집중돼 나타났습니다.

[앵커] 특이하긴 한데, 이거 어떻게 봐야 되는 건가요, 그러면.

[기자] 한마디로 모순점을 지적하는 취지에서 거짓말하지 말라고 한 게 아니라 A씨가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을 하거나 경찰이 원하지 않는 취지의 답변을 했을 경우 이를 부정하려는 취지나 맥락에서 거짓말하지 말라고 압박을 했다는 것이 인권위 설명입니다.

이는 헌법 제12조 2항이 보장하고 있는 진술거부권이나 현행 형사소송법이나 범죄수사규칙 관련 규정에 비춰보면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신문이 아니라 자백을 강요하는, 피의자의 진술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라는 게 인권위 설명입니다. 인권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시죠.

[박광우 / 국가인권위원회 침해조사국 조사총괄과장]
“경찰의 수사는 객관적인 증인, 그리고 과학적인 증거를 통해서 범죄혐의를 밝혀내면 되는 것이지 피의자라고 할지라도 자백을 강요하거나 이런 방식으로 하는 것은 인권침해다 라는 판단입니다.”

[앵커] 앞서 123회에 걸쳐 ‘거짓말하지 마라’는 표현을 썼다고 하는데 조서엔 62회만 기록이 돼 있다고 하는데, 차이가 왜 이렇게 나는 건가요.

[기자] 어떻게 보면 ‘거짓말하지 마라’는 압박보다 이 숫자 차이가 더 본질적인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사건을 맡은 최정규 변호사가 영상녹화자료를 분석해 보니 모두 123회에 걸쳐 거짓말 관련 발언이 나오는데요. 조서에는 앞서 언급한대로 62회만 기록이 돼 있는 건데요.

흔히 조서를 '꾸민다'고 하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이 사건에서도 스리랑카인 피의자에 대한 신문조서가 경찰 입맛대로 꾸며져 있는 게 있었다는 게 최정규 변호사의 주장입니다.

신문과 답변, 거기서 오고 간 발언 취지 그대로를 기록한 게 아니라 경찰 입맛대로 재구성했다는 것이 최 변호사의 지적입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최정규 변호사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굉장히 여러 질문들을 던지고 답을 얻어냈으면 사실 그 과정이 조서에 다 고스란히 드러나야 되는데 사실 굉장히 중간에 많이 생략이 됐고요. 이게 윽박지르는 것뿐만이 아니라 조서에 남겨진 게 굉장히 축소되고 생략되고 또 잘못 정리될 수도 있겠구나...”

[앵커] 이게 사실이라면 문제가 큰 것 아닌가요.

[기자] 경찰의 이런 조서 꾸미기와 관련된 피해 호소는 숫자로도 입증이 됩니다.

최근 3년간 인권위에 접수된 경찰에 대한 인권침해 진정 건수를 보면 2015년에 1천363건, 2016년에 1천482건, 2017년에 1천551건으로 조금씩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2015년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폭행, 가혹행위로 인한 인권침해’는 점점 주는 반면 ‘불리한 진술 강요, 심야, 장시간 조사 및 편파 부당수사’ 부분은 점점 늘더니 2017년에는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뭔가 대안이 필요한 거 같은데 어떤가요.

[기자]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해서 검찰 신문조서 증거능력 제한하는 방안으로 추진 중인데요. 이참에 아예 검찰이든 경찰이든 조서 제도 자체를 없애는 방향으로 하자는 주장이 있습니다.녹취록이나 영상녹화로 검찰 경찰 수사 내용을 대체하도록 하자는 대안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조사받은 내용을 100% 녹취록으로 기록하거나 영상녹화로 대체해 조사 내용을 '꾸밀' 여지 자체를 없애자는 취지입니다. 그리고 사실 관계는 법정에서 다투는 공판중심주의로 가야한다는 주장입니다.

[앵커] 조서 증거능력 관련해서는 뭔가 대안 마련이 필요해 보이네요. 오늘(20일) 잘 들었습니다.

 

장한지 기자 hanji-jang@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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