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일련의 사건으로 극심한 스트레스... 징계해고 정당해도 업무상 재해"

[법률방송뉴스] 시내버스 기사가 횡단보도 보행자 교통사고를 내 회사에서 해고를 당했습니다. 이 버스기사는 이 과정에 극심한 스트레스로 우울장애 등 정신질환을 얻었습니다. 이 정신질환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할까요.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서울시내 한 버스회사 기사로 일하던 A씨는 지난 2016년 10월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를 치는 사고를 냈다가 회사에서 징계해고를 당했습니다. 회사는 A씨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 소송도 함께 냈습니다.

A씨는 자신이 잘못하긴 했지만 해고까지는 징계재량권을 넘어 부당하고 손해배상 책임까지 지우는 것 역시 부당하다며 회사와 다퉜고 이 과정에서 불안장애와 우울장애 등 정신질환을 얻었습니다.

이에 A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고 공단은 '적응 장애'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며 A씨의 신청을 받아들였습니다.

회사는 이에 불복해 공단을 상대로 “요양 승인 처분 등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추가로 냈습니다.

회사 측은 재판에서 "중과실 사고를 낸 A씨를 징계해고하고 구상금 청구 소송을 낸 것은 규정에 따른 정당한 것으로, 이로 인해 적응 장애가 왔더라도 업무상 재해라는 인과관계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1심인 서울행정법원은 그러나 회사측 주장을 기각하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오늘(13일) 밝혔습니다.

"A씨가 일련의 사건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으리라는 점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는 모두 업무와 관련해 발생한 것이므로 인과관계가 있다고 봐야 한다"

"A씨에 대한 회사의 징계해고와 소송이 정당한 것이었다고 해서 이를 다르게 볼 수는 없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입니다.

"적응 장애가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은 A씨가 일으킨 교통사고로, 이는 명백한 범죄행위이므로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는 회사측 주장도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일단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은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돼 발생한 질병'은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서도 "해당 규정은 범죄가 직접적인 질병의 원인이 되는 경우를 의미한다"며 버스회사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A씨가 저지른 죄는 발병의 간접 원인에 불과하다. A씨의 질환은 징계해고와 소송이 직접 원인이 돼 발생한 것"이라고 재판부는 판시했습니다.

근로자가 잘못을 해 해고를 하는 징계 자체는 적법한 징계라 하더라도 이 과정에서 징계가 원인이 되어서 질환을 얻었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해당 재판을 보며 든 궁금함은 이미 사고는 났고 버스회사가 운전기사 A씨를 해고해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뭐였을까 하는 점입니다.

법이란 게, 소송이란 게 어쩔 수 없이 필요하고 불가피한 경우가 많있지만 관계, 사람 사이의 일이라는 것이 꼭 무조건 ‘법대로’ 하는 게 전부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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