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위에 의한 살인죄, 구조 의무를 하지 않아 사람이 죽은 경우 성립
음주운전 상해사고, 징역 1년 이상 15년 이하... 사망 시 최대 무기징역

[법률방송 뉴스=홍종선 기자] 안녕하세요. ‘영화 속 이런 법’의 홍종선입니다. 연기 잘하기론 정평 난 배우 설경구. “나 돌아갈래.” ‘박하사탕’에서 ‘불한당’의 섹시함까지. 최근에는 전도현과 합을 맞춘 영화 ‘생일’로 다시 한 번 연기력을 과시했는데요.

그런 설경구에게도 롤모델이 있었습니다. 바로 한석규. 한석규의 연기를 보며 배우를 꿈꿨다고 하더라고요. 자신의 롤모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일, 어떤 큰 명예나 많은 돈보다 의미 있는 성공 아닐까요.

두 사람이 함께한 영화로 오늘 ‘영화 속 이런 법’ 풀어볼까 하는데 저와 함께할 파트너는 허윤 변호사입니다. 허 변호사, 어서 오세요.

[허윤 변호사] 안녕하세요.

[홍종선 기자] 자, 오늘도 함께할 영화 소개해 주시죠.

[허윤 변호사] 충무로의 대표적인 연기파 한석규, 설경구. 그리고 떠오르는 연기파 천우희. 연기파 3인방이 만났습니다. 영화 ‘우상’입니다.

[홍종선 기자] 네. 아, 영화 다시 봐도 좀 색감이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영화 어떻게 보셨습니까?

[허윤 변호사] 예. ‘캡틴마블’을 보러 가서 영화의 포스터를 봤습니다. 포스터를 봤는데 설경구와 한석규, 그리고 천우희가 한 포스터에 등장하는 걸 보고 이 영화는 올해 내지는 상반기 최고의 영화가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초반부는 괜찮았거든요. 근데 초반부가 지나면서부터는 아니 이렇게 훌륭한 재료들, 한석규, 설경구, 천우희를 모아 놓고 정말 평범한 비빔밥을 만들어 놓았구나 하는 그런 실망감에 좀 휩싸였는데요.

어떻게 보면 이 영화는 일종의 뭐 스릴러라고도 볼 수가 있는데요. 스릴러 같은 경우는 굉장히 소재가 신선하거나 아니면 스토리가 촘촘해서 예를 들면 반전이라든가 이런 것들로 어필을 해야 하는데 일단 영화 소재 자체가 그렇게 신선한 건 아니에요.

간단하게 말씀을 드리면 한석규의 아들이 설경구의 아들을 차로 치어서 죽이고, 그거를 한석규는 은폐하고 설경구는 밝히려 들고 천우희는 중간에서 극의 긴장감을 높이는 그런 역할을 했는데, 이런 스토리 자체가 사실 신선한 건 아닙니다.

차라리 요즘에 나오는 버닝썬같은 사건들이 훨씬 더 당황스러운 전개가 펼쳐지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촘촘한 스토리, 반전이나, 예를 들면 특정한 장면을 넣어 놓고 시간이 지나면서 관객이 "아, 그 장면이 이것을 위한 것이었구나."라는 식의 묘한 쾌감을 줘야 하는데, 하여튼 영화가 그런 면에서 실패한 것 같아서 좀 실망스러운 느낌이었습니다.

[홍종선 기자] 아, 오늘은 제가 변호사는 아니지만, 이 영화 ‘우상’의 변호사가 되어 보겠습니다. 베를린 영화제에 초청되었다고 제가 옹호하려는 건 아니고, 어떻게 보면 홍보를 잘못한 것 같아요. 무엇이냐 하면 사실 이 영화가 스릴러 영화가 아닙니다. 드라마입니다.

예를 들어 스릴러라면 말씀하신 것처럼 반전의 묘미를 주던가, 아니면 사건의 실체가 뭔지, 진실이 뭔지, 범인은 누구인지, 무엇을 찾아가야 하는데, 이거는 그냥 세 인물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인생 같은 거에요. 세 인물이 각자 계속 선택을 합니다.

근데 계속 자기 욕심에 잘못된 선택을 합니다. 한석규는 자기 아들의 범죄를 은폐해야 하고, 설경구는 밝혀야 하고, 천우희는 어떻게든 한국에 살아남아야 하고, 그런 자기의 목적에서 계속 잘못된 선택을 하고, 그 선택 속에서 느끼는 인물들의 감정을 보여주려는 드라마입니다.

그런데 이 스토리 자체가 들어보면 너무 흥미진진하고, 딱 스릴러일 것 같고, 딱 반전이 있을 것 같으니까, 그걸 기대하고 들어가시면 정말 실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설경구 배우나, 한석규 배우가 그 얘기를 했습니다.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무엇이냐 하면 이게 이런 전혀 다른 새로운 결의 영화인 걸 알고 들어오면 조금은 그냥 배우들의 연기를 즐기며 볼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않다면 실망감이 크실 겁니다. 그렇다면 감독이 애초에 의도했던 대로 만든 거냐.

‘한공주’의 이수진 감독이죠. 애초에 이렇게 의도했고, 이렇게 만든 것은 제대로 의도대로 만들었어요. 그런데 "아, 이거 불편해. 아, 재미없어." 하시는 관객들의 마음에도 저는 십분 공감합니다.

모든 건 그 사건에서 시작되었다. 사실 이 구명회 아들이 교통사고를 낸 것부터가 이 모든 비극의 시작입니다. 아니 뭐 교통사고 낸 것 잘못이지만 그때 잘 처리했으면 이런 비극이 없었을 텐데, 이것 어떻게 봐야 할까요.

[허윤 변호사] 일단 처음에 밝혀진 상황만을 토대로 말씀드리면, 설경구의 아들이 한석규의 아들이 모는 차에 치여서 다쳤습니다. 그리고 아들이 병원으로 데리고 가다가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이 경우에 사람이 살아 있었기 때문에 재빨리 조치를 취했다면 영화에서처럼 구속되고 난리가 나는 상황은 피했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이 경우에 적용되는 법률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입니다.

통상 사고를 낸 차가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고 운전자가 신호위반이라든지, 중앙선 침범이라든지, 이런 12대 중과실을 범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검찰이 공소를 제기해도 법원은 공소기각 판결을 하는 상황이 됩니다.

물론 사건을 보면 설경구의 아들이 좀 심하게 다쳤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과실이 있고, 중상해를 입었기 때문에 실제로 이렇게 진행이 되진 않겠지만, 설령 중과실이나 중상해를 입었다고 하더라고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업무상 과실 치상죄로 끝날 수도 있었습니다.

이 업무상 과실 치상이라는 죄는 금고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운이 좋다면 벌금형에 단순히 처해질 수도 있는 사안인데, 이게 너무 일이 커져 버린 거죠.

[홍종선 기자] 어떻게 보면 구명회 아들부터 잘못된 선택을 한 겁니다. 정말 병원에 데려갔으면 좋았을 텐데 가다가 집으로 갑니다. 제가 보기엔 아무도 못 봤다. 숨길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이런 어리석은 행동을 어떤 그릇된 판단을 한 것 같기도 한데요.

여하튼 그래서 병원에 안 데려가고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그러면서 죄는 아까 말씀하신 것보다 지금 커진 거죠?

[허윤 변호사] 예. 뭐 더 커졌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사실 병원으로 가지 않고 집으로 온 경우를 따로 떼서 본다면 이것은 도로교통법 위반이 되고 도로교통법 제54조에 사고 후 미조치라는 조항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뺑소니'라고 하는 조항입니다.

운전하다가 사람을 치거나, 재물을 손괴했을 즉시 정차해서 사상자를 구호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을 때 적용되는 법률입니다.

[홍종선 기자] 그렇죠. 사고 후 조치해야죠. 근데 이게 사고 후 미초지로 끝날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결국 사람이 죽었습니다. 이 설경구 유중식의 아들 유부남이 말이죠. 어떤 죄가 적용되어야 할까요?

[허윤 변호사] 이제 여기서부터 굉장히 죄가 커지기 시작합니다.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아니면 사망에 이르게끔 했을 경우에는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특가법이 적용됩니다.

특가법 제5조의 11은 위험운전 치사상 이 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음주 또는 약물을 한 상황에서 운전하다가 사람을 사상케 할 때 적용이 됩니다.

이게 형량이 꽤 센데, 상해에 이르게 했을 경우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형이 예정되어 있고, 사망의 경우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이 되어 있습니다.

[홍종선 기자] 자, 제가 조금 아까 설경구, 유준식의 아들 유부남이라고 했습니다. 근데 이게 슬픈 이름이라 제가 잠깐 설명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먼저 유부남이라는 아들부터 설명하면 ‘유부남’,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정말 ‘부인이 있는 남자’입니다.

왜 그러냐면 설경구가 아들에게 정말 부인 하나 만들어주는 게 소원입니다. 꼭 결혼해라가 아니라, 성욕은 있는데 아들이 혼자서 해결을 못 하니까 아버지가 언제까지 해줄 수 없으니 부인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나중에 유중식이 후회합니다.

'그때 내가 차라리 평생 내가 해줄 걸, 왜 부인을 만들어 주려고 했을까' 이런 애틋한 이름을 가진 부남이가 죽게 된 데에는 사실 구명회 아들의 잘못만 있는 게 아닙니다.

그 엄마, 집에 올 때까지, 주차장 올 때까지는 유부남이 살아있었는데 엄마가 살아 있는 것을 봐놓고 놔둬서 사망합니다. 이 엄마, 내가 칼을 썼어? 차를 썼어? 아무것도 안 했다고 할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어떤 죄를 받을까요?

[허윤 변호사] CCTV를 보면 갑자기 트렁크에서 이 사람이 넘어집니다. 그러면서 엉덩방아를 찧는 모습이 나오는데 사실 이 어머니 자체가 직접적으로 죽인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행위로 취하지 않아서 결국에는 목숨을 잃게 됐습니다. 이때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것이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 어려울 수도 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결국 사람이 죽었다면 이 행위를 어떻게 처벌할 것이냐의 문제입니다.

직접적으로 살인행위가 없었더라도 그런 의무가 발생한 상황에서 구하지 않아서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면 그 행위에 관한 책임을 묻기 위한 이야기입니다.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는 세월호 이준석 선장에게 적용되었습니다.

사실 선장이라는 것은 예전에 말씀드렸다시피 배에 탄 선원들에 대한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고 표현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고, 배에 탄 승객들을 구조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근데 이준석 선장은 아시다시피 특별히 알리지도 않고 “안전합니다” 정도의 얘기를 한 뒤에 혼자 도망을 쳤습니다.

그래서 법원에서 판단했습니다. ‘탈출을 실제로 돕지 않았다면 이것은 직접적으로 물에 빠트린 것과 유사하게 볼 수 있다’ 그래서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로 처벌했습니다.

[홍종선 기자] ‘부작위에 의한 살인’ 이런 새로운 것을 공부할 때마다 보람을 느낍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