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 늘며 고독사도 매년 증가... 4~50대 중장년층까지 확산
"고독사, 한국사회 가정과 사회안전망 붕괴 현상 농축된 합병증"
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

[법률방송뉴스] 법률방송 기자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취재파일' 오늘(10일)은 '고독사와 국가의 책무'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리포트]

[영화 '박화영' 중]
"내가 엄마인데? 그런 거 엄마가 알아서 커버 치는 거야. 니들은 진짜 나 없으면 어쩔 뻔 봤냐."

지난해 7월 개봉한 '박화영'이라는 제목의 독립영화입니다.

극 중 주인공 이름을 제목으로 삼은 영화에서 엄마에게 버림받고 홀로 살아가는 화영은 친구들의 폭행과 무시, 따돌림, 핍박을 스스로 또래들의 '엄마'를 자처하며 감내하고 버텨냅니다.

외롭고 두렵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괴롭히는 친구들이라도 없다면 화영은 세상에 혼자이고, 그렇게 혼자가 될 자신이 너무 무섭고 두려울 것입니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뉴 저먼 시네마의 기수로 꼽히는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감독의 1974년 독일 영화 제목입니다.

영화는 남편을 잃고 홀로 살아가는 60대 독일 여성과 아랍 청년 외국인 노동자의 사랑을 통해 인간의 외로움과 독일 사회의 위선적인 모습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그해 칸영화제 비평가상을 수상했습니다.

'박화영'과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두 편의 영화를 언급한 것은 외로움, 고독에 대해 얘기하기 위해서입니다.

지난해 8월 서울 강북구 삼양동의 한 주택에서 40대 남성이 숨진 지 여러 날 지나 발견됐습니다. 그의 곁에는 빈 소주병 10여 개가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고독사'였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무연고 죽음'이라는 이름의 고독사는 일부 노년층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심지어 이러한 고독사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홀로 사는 것과 연관된 1인 가구 비율은 1990년에는 9%에 그쳤지만, 2017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8.6%까지 치솟았습니다. 서울과 부산은 이미 30%를 넘겼습니다.

서울 거주 세 가구 가운데 한 가구는 전통적 의미에서 '가구'라 할 수 없는 '혼자' 사는 사람들이고, 이렇게 고독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 대상들은 매년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내 한 대형서점은 2018년 베스트셀러들을 분석해 한국 사회에서 많이 팔린 책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토닥토닥'이라는 단어를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책을 살 정도면 어찌됐든 정신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얼마간의 여유가 있다는 얘기인데 그만큼 모두가 외롭고 위로가 필요한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고독한 삶과 고독한 죽음, 고독사는 단순히 쓸쓸한 죽음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가정으로 상징되는 우리 사회 지지대와 안전망이 붕괴되고 있다는 극적인 신호이기도 합니다.

"실업,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 황혼이혼 등 한국 사회에서 나타나는 여러 부정적 사회 현상들이 합병증처럼 곪아 터지고 있는 게 바로 고독사"라는 것이 2017년 8월 '고독사 방지법'을 대표발의한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말입니다.

누구도 사회적 합병증으로 고독하게 죽게 내버려둬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그 고독사 방지는 개인적 연민이나 동정이 아닌 사회 제도와 시스템으로 방지하고 걸러내고 도와줘야 합니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천명하고 있습니다. 헌법 같은 조는 그리고 "국가는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국가의 책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켜주는 것, 그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입니다. 

법률방송 '취재파일' 장한지입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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