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지급률 30%대... 사적 채무관계인가, 국가 개입 필요한 공공문제인가
양육비 지급률 30%대... 사적 채무관계인가, 국가 개입 필요한 공공문제인가
  • 장한지 기자
  • 승인 2019.05.07 18: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명 중 7명은 양육비 못 받아... 현재의 제도로는 해결 안돼"
'양육비 지급률 72%' 미국, 50개 모든 주가 미지급자 형사처벌
"운전면허, 해외여행 제재 등 공공문제로서 지위 부여해야" 주장
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양육비 미지급 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 /법률방송
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양육비 미지급 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 /법률방송

[법률방송뉴스] "이혼 전, 전 남편이 사업한다며 대출받고 갚지 않은 빚이 있었습니다. 이혼 후 그마저도 내 몫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양육비 지급도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춘기 딸을 홀로 키우는 이혼 5년차 송문희씨의 토로이다. 송씨의 전 남편은 면접교섭은 물론 5년째 양육비 지급을 하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양육비 의무 불이행 피해자 손민희씨. 손씨의 전 남편은 기분에 따라 갑자기 난폭해지고 화를 주체하지 못하면 손씨와 아이에게 무차별적인 폭력을 행사했다.

가정법원은 "피고는 원고 손씨에게 위자료 3천만원을 변제하는 날까지 이자 20%, 매달 60만원의 양육비 지급, 소송비용 80%를 부담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손씨의 전 남편은 양육비를 단 한푼도 지급하지 않았다.

손씨는 양육비 해결을 위해 전 남편을 찾아갔지만 "이까짓 종이 필요 없어"라는 말만 들었다. 손씨는 "전 남편은 연락도 차단하며 양육비 미지급으로 받을 수 있는 모든 법적 제재를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송씨와 손씨뿐만이 아니다. 양육비 채무 문제, 과연 개인 사정이라고 볼 수 있을까.

관련해서 7일 국회에서 권미혁·맹성규·백혜련·정춘숙·제윤경 의원 공동주최로 '양육비 미지급 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 "이혼한 사람 10명 중 7명 양육비 미지급"

여성가족부 산하 양육비이행관리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양육비 지급 이행률은 2016년 36.9%, 2017년 36.6%, 2018년 32.3%로 나타났다. 10명 중 7명은 양육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부모 가정이 10가구 중 1가구를 넘어선 시대. 2018년 여가부의 한부모 가족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78.8%가 양육비 채무자로부터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고, 심지어 단 한 차례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한 응답자가 73.1%에 달했다.

양육비 이행을 강제할 마땅한 법적, 제도적 수단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혜련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우리나라 양육비 의무 불이행에 대한 가장 무거운 제재는 법원의 감치 결정으로, 이마저도 주민등록상 주소지와 실거주지가 다르면 불가능하다"며 "양육비 미지급을 지금의 제도로 대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회에서는 "양육비 미지급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개인 문제로 국한해 보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조사관은 "우리나라에서 양육비 이행 문제를 사적 채무관계로만 보고, 공공문제로서의 지위를 부여받지 못하고 있다"며 "국가는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아동 및 한부모 가족에 대해 최소한도로 개입하고 있고, 양육비 채무자로부터 양육비를 회수할 제도적 장치 및 불이행 시 처벌 규정 등을 강화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춘숙 의원은 "양육비 미이행 문제는 한부모 가족의 빈곤, 아동빈곤과 직결돼 사회적 고립과 차별, 빈곤의 대물림 등 사회 전체의 발전과 지속가능성을 저해하는 문제"라며 양육비 미지급에 대한 국가 관여 필요성을 주장했다.

■ 미국 양육비 지급률 72%... 미지급자 형사처벌

"우리나라는 아동 양육비 이행을 위한 국가의 책무를 명시적으로 선언하고 있는 UN아동권리협약의 조약 당사국입니다. 그런데도 어떠한 페널티도 부과하지 않는 것은 국가의 책무를 방기하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여가부의  '양육비 이행지원 강화방안 연구' 용역사업을 수행한 박복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의 말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과 캐나다 등 국가는 해외여행이나 출장, 운전 등 실생활과 밀접한 부분에 제재를 가해 양육비 이행을 강제한다.

양육비 지급 이행률이 72%에 이르는 미국은 50개 모든 주가 양육비 지급 불이행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주마다 경범죄, 중경범죄, 또는 중범죄로 양육비 미지급에 대한 제재의 강도는 다르다. 예를 들어 로드아일랜드주에서는 양육비 미지급 행위가 6개월을 선고받는 경범죄이지만, 아이다호주에서는 14년형까지 선고되는 중범죄에 해당한다.

모든 주가 양육비 지급이 불이행될 경우 운전면허증 및 여가허가증 등을 제한, 정지, 취소하는 법적·행정적 조항을 두고 있다. 박복순 위원은 "미국 각 주의 형사처벌과 면허증 제재 규정 등 강력한 이행 강제조치와 정책은 양육비 이행 문제에 공공문제로서의 지위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행정적 제재에는 '부당 결부 금지' 해소해야"

'부당 결부 금지의 원칙'은 행정기관이 행정작용을 함에 있어 상대방에게 그것과 실질적 관련성이 없는 의무를 부과하거나 그 이행을 강제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양육비 미지급자 운전면허 제재와 관련해 부당 결부가 해소되기 위해서는 운전면허 정지 및 취소 등 행정작용과 양육비 지급 불이행이 실체적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호주, 미국, 영국, 뉴질랜드 등에서는 비양육 부모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한부모 대신 아동전담기관에서 양육비를 징수해 양육부모에게 이전한다. 불이행 시 여권 발급 불허, 운전면허 취소, 관허사업 면허 제한 등 강력한 행정적 강제수단을 활용한다.

배인구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는 "가사소송법 규정상 자녀양육비 채무의 불이행은 천부인권과 다름없는 신체의 자유를 구속하는 것으로, 단순한 사인 간의 민사채무라고 보기 어렵다"며 "자녀양육비 채무 불이행의 성격을 아동의 복리에 반하는 행위라고 규정할 수 있는 한 운전면허 정지 및 취소, 출국금지 조치 등의 도입에 긍정적 검토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한지 기자 hanji-jang@lawtv.k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