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 조선시대 종2품·정3품 당상관 지칭
검사들은 어떻게 '영감'으로 불리게 되었나
정명, 검찰에 바른 이름과 자리 찾아 줘야

[법률방송뉴스] 검경수사권조정안과 공수처 법안에 대해 해외 출장 중인 문무일 검찰총장이 어제 공개적으로 강력한 반대와 반발 의사를 밝혔습니다.

문 총장은 오늘 9일까지로 예정된 나머지 해외 일정도 모두 접고 급거 귀국하기로 했습니다. 오늘(2일) ‘앵커 브리핑’은 ‘검사와 영감님’ 얘기해 보겠습니다.

[영화 '부당거래' 중]

“영감님, 사람 참 불편하게 하는 재주가 있으시네."

류승완 감독의 영화 ‘부당거래’나 최민식·하정우 주연의 ‘범죄와의 전쟁’ 등 검사가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검사들을 ‘영감님’이라고 부르는 걸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영감(令監)은 원래 조선시대에 특정 품계 이상의 관리를 높여 부르는 일종의 별칭이었습니다. 

조선시대 벼슬 얘기를 하면 당상관(堂上官)이라고 해서 직역하면 ‘당(堂) 위에 있는 관리’, 그러니까 사극 같은 데서 보면 조정에서 정사를 볼 때 임금과 같은 공간인 대청에 올라가 국가의 대소사를 논의할 수 있는 벼슬을 받은 관리들을 당상관이라 불렀습니다.   

문신은 정3품 통정대부(通政大夫), 무신은 정3품 절충장군(折衝將軍) 이상의 품계를 받은 자만이 이렇게 당상관의 자격을 받았는데 당상관은 다시 영감(令監)과 대감(大監)으로 나뉩니다. 

정1품 영의정·좌의정·우의정, 정치를 논의한다는 뜻의 의정(議政)과 지금으로 치면 장관에 해당하는 정2품 판서들은 사극에서 많이 본 것처럼 ‘대감’이라고 불렸고, 종2품과 정3품 벼슬 당상관들은 ‘영감’이라 불렸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검찰총장과 민정수석을 반씩 합쳐놓은 듯한 사헌부 대사헌이 종2품으로 바로 이 영감에 해당하니, 검사들을 영감이라 부르는 것도 아주 근거 없는 호칭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 영감 호칭을 좀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선 중기를 지나며 80세 이상 노인들에게 ‘수직’(壽職)이라는 명예직 벼슬을 주었는데 이들까지도 영감이라 높여 부르며 나이 많은 남성들도 ‘영감’이라 높여 부르는 풍습이 생겨났습니다. 

나아가 ‘우리 영감’ 이런 식으로 남편에 대한 존대 비슷한 호칭으로까지 영감의 뜻이 확장됐습니다. 

한편으로는 민간에서 전승되는 탈춤이나 오광대놀이에 자주 등장하는 영감은 주로 첩질로 분란을 일이키거나 이른바 ‘꼰대질’을 일삼거나 본처를 구박해 죽게 만드는 등 못된 인간으로 그려집니다.     

종합하면 원래 종2품 또는 정3품 벼슬 관리들을 높여 불렸던 영감이 조선 후기로 내려갈수록 여기저기 막 쓰이기 시작했고 민간에선 부정적인 인간으로 그려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런 이미지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검사들이 했던 못된 짓, 독립투사들을 탄압하고 벌주고 했던, 한편으론 그 서슬 퍼런 무소불위의 권세와 맞물리며 해방 후에도 여전히 검사들을 영감이라고 부르는 관습이 남아 지금까지도 검사들을 영감으로 부르고 있는 겁니다.

‘검찰 대표 영감’, 문무일 검찰총장이 어제 검경수사권조정안과 공수처 법안 패스트트랙 처리에 반발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특정한 기관에 통제받지 않는 1차 수사권과 국가정보권이 결합된 독점적 기능을 부여하고 있다"고 1차수사권과 수사 종결권 등을 갖게 된 경찰을 향해 날을 세웠습니다.

문 총장은 그러면서 “현재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법률안들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고 패스트트랙 처리 법안의 내용과 형식 모두를 문제 삼았습니다.

해외에 나가 있는 검찰총장이 국회 법안 처리 문제에 대해 검찰 출입 기자들에게 입장문을 보내 공개 반발한 아주 이례적인 ‘사건’입니다. 

경찰은 각 단계마다 촘촘한 통제 장치가 마련돼 있는데 문 총장이 이런 부분들은 다 생략하고 사실과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고 즉각 반발했습니다.  

공박의 사실관계를 떠나 문무일 총장이, 검찰이 간과하고 있는 게 있습니다. 공수처와 검경수사권조정이 애초 왜 논의가 시작됐고 이 법안들을 왜 처리하려 하느냐는 근본적인 문제의식입니다.

저 두 법안은 기본적으로 직접 수사권과 경찰 수사지휘권, 기소독점권을 틀어쥐고 통제가 불가능한 무소불위 집단이 되어버린 검찰개혁 차원에서 시작된 법안입니다.   

해와 나가 있는 검찰총장의 입장문 한마디에 정치권과 청와대, 도하 모든 언론이 벌집을 쑤신 듯이 호들갑을 떨고 있는 자체가 검찰의 비현실적인 위상을 보여주는 장면이라 생각합니다.

정명(正名). 검사들이 더 이상 위세가 드높아서 그렇든, ‘못된 짓’을 해서 그렇든 ‘영감’으로 안 불리도록 바른 이름과 제 자리를 찾아주는 것이 꼭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