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회사와 협의·승인 없는 무단 퇴사... 업무 손실 배상해야”
법원 “부당한 근로조건 변경에 따른 퇴사... 손해배상 책임 없어”

[법률방송뉴스] 입사할 때는 얘기가 없었던 부당한 근로계약을 강요해서 회사를 그만뒀더니 ‘무단퇴사’를 해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회사가 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법률구조공단 사용 설명서’, 신새아 기자가 대응 방법을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수도권의 한 휴대폰 통신판매업체는 지난해 8월 직원들에게 보름씩 무급휴가를 내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습니다. 

휴가철 비수기여서 어차피 매출도 안 나오는데 월급을 주긴 싫고 그냥 무급휴가나 가라는 식으로 통보한 겁니다.

이 업체는 그러면서 “무급휴가를 가기 싫으면 휴대폰 개통 목표치를 올리고 달성하지 못하면 기본급을 삭감하겠다“고 직원들을 사실상 협박했습니다.

애초 입사할 때와는 얘기가 다른 이런저런 불합리한 요구와 지시가 계속되자 이 회사 직원 8명은 단체로 사직서를 내고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하지만 회사 측의 ‘갑질’은 회사를 그만두고 나갔는데도 멈추지 않고 계속 따라왔습니다.

무단퇴사로 회사 업무를 방해했다며 한 사람당 1천 9백만원 정도씩 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한 겁니다.

[박범진 변호사 /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산출장소]

“직원들 대부분이 한부모 가정의 가장이거나 기초생활수급자였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근로자들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는 심경을 많이 토로했습니다.”

회사 측이 손해배상의 근거로 내세운 조항은 근로계약서 제7조 1항 ‘중도퇴직’ 조항.

해당 조항은 “퇴직 1개월 전 회사에 통보해 충분한 협의를 거쳐 업무를 인수·인계하고, 회사로부터 퇴사에 대한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협의도 없었고 퇴사 승인도 받지 못했으니 급작스런 퇴사로 인한 업무 손실에 대한 손해를 배상하라는 주장이었습니다.

이에 대항해 공단은 “이 사건 퇴사는 근로기준법 제17조와 제19조에 따른 근로조건 무단변경으로 인한 근로계약 해제에 해당해 퇴사에 위법성이 없다” 맞섰습니다.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을 받고 일하는 근로자들에게 무급휴가를 강요해 생계에 위협을 느낀 근로자들이 퇴사했는데 이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순 없다”는 취지의 주장입니다.

이에 법원은 공단 손을 들어줘 배상책임 없다며 원고 전부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근로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불리한 근로조건을 회사가 새로이 강요하여 근로자들이 단체로 퇴사한 것은 근로기준법에 따른 적법한 근로계약 해제에 해당한다“는 것이 법원 판단입니다.

[박범진 변호사 /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산출장소]

"이 사건은 회사가 명시된 근로조건 이상으로 근로자에게 불리한 근로를 강요하고 만일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퇴사하더라도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무단 퇴사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법원의 입장이 확인된 의미 있는 판결이라...”

1심 판결은 회사가 항소를 포기하며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이 같은 무급휴가 강요는 텔레마케터 업계에선 일종의 관행 비슷하게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공단은 “임금 체불을 포함해 근로관계에서 부당한 처우를 받는다면 언제든 공단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법률방송 신새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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