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사건 10명 중 6명, 판검사 출신 변호사 찾아"
"변호사법·공직자윤리법 등 전관예우 방지 미약"
"일본, 판검사 출신 변호사 안 찾아... 서비스 부족"
미국·영국 등 대법관 종신직... 정년까지 판사 근무

[법률방송뉴스=유재광 앵커] 오늘(30일) 대한변호사협회에서는 이른바 '법조계 이해충돌'이라 불리는 전관예우 논란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이슈 플러스' 장한지 기자입니다.

최고위직 판사나 검사의 변호사 개업을 제한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하는데 '최고위직'이라고 하면 어떤 사람들을 지칭하는 건가요.

[장한지 기자] 전관예우는 사법부뿐만 아니라 입법부나 행정부 등 모든 공직에 공통되는 문제이긴 한데요. 특히 법조계와 관련해선 퇴직한 법관이나 검사가 변호사로 개업할 경우 법원이나 검찰에서 사건을 처리할 때 ‘특별한 배려’를 해주는 일종의 관행 같은 걸 지칭하는데요.

오늘 논의된 법원과 검찰의 최고위직은 대상을 특정하면 대법원장과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및 헌법재판관, 법무부장관, 검찰총장 정도입니다.

대법관 등으로 전관예우 대상을 특정하긴 했지만 사실 법조계 전관예우는 정도와 경중의 문제지 대한민국 모든 퇴직 판검사에게 공통되는 문제라는 게 오늘 토론회 참가자들의 인식입니다.

[앵커] 전관예우 문제가 법조계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인데 어느 정도나 되는지 수치나 통계 같은 게 있나요.

[기자] 일단 대법원 자료를 보면 2017년 대법원 상고심 사건 중 대법관 출신의 전관 변호사들이 사건을 수임한 건수는 440건으로 전년도 263건보다 177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퍼센트로 보면 67%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이런 대법관 출신 대법원 상고심 수임이 단순한 우연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의뢰인이 의도적으로 판검사 출신 변호사를 찾는다는 조사 결과가 있는데요.

형사정책연구원이 실시한 '2018년 법조브로커 실태조사'를 보면 형사소송에서 판검사 출신 변호사를 선임했다는 사람은 응답은 62%로 나타났습니다. 형사사건 변호사를 찾는 의뢰인 10의 6명 이상은 어떤 식으로든 판검사 출신 변호사를 찾았다는 얘기입니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대법원 상고심 수임 증가도 이런 맥락과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이 오늘 토론회 참가자들의 지적입니다.

[앵커] 이런 전관예우를 제한하는 법이나 제도 같은 건 없나요.

[기자] 있기는 있습니다. 일단 2011년 개정된 변호사법 제31조 3항을 보면 전관 변호사는 퇴직 전 1년부터 퇴직할 때까지 자신이 근무한 국가기관이 처리하는 사건을 퇴직일로부터 1년간 수임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또 2014년에는 대법관, 헌법재판관, 검찰총장, 고법 부장판사 등 고위직 판검사는 퇴임 후 3년간 연매출 100억원 이상의 대형로펌에 취업할 수 없도록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했습니다.

형사사건 양형 기준을 설정하는 대법 양형위원회도 법관들의 지나친 재량권 남용과 전관예우 문제를 타파하기 위해 설치된 측면이 있습니다. 법조일원화나 평생법관제 등도 비슷한 취지의 제도들입니다.

그럼에도 대법원 사법발전위원회가 2018년에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일반 국민의 67%, 법조 직역 종사자는 77%가 전관예우금지법에 대해서 '규제가 미약하거나 효과가 적다'고 생각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법조계 종사자 10의 8명 가까이가 현행 제도로는 전관예우 차단이나 근절이 역부족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겁니다. 오늘 변협 토론회는 이런 인식 위에 전관예우 타파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입니다. 관련해서 이찬희 변협 회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전관을 이용한 수임, 변론, 이런 활동은 우리 사회 공정이라는 가치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동료 변호사와 공정한 경쟁이라는 변호사 내부에서의 가치를 흔드는 원칙을 흔드는 그러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떤 대안들이 제시됐나요.

[기자] 네, 먼저 현행 변호사법 제31조 3항의 수임금지에 관한 기간을 퇴직 후 1년에서 더 늘리는 방안이 제시됐고요. 판검사 퇴직 후 변호사 등록을 한 시점부터 일정기간 공익 활동을 강제하는 방안도 제시됐습니다.

또 판검사 출신 법조인이 변호사가 될 경우 재판부와 소송대리인 간의 연고관계를 의무적으로 진술하게 하는 방안 등도 토론회에서 나왔습니다. '전관'으로 인식될 수 있는 부분을 투명하게 공개하자는 취지인데요.

앞서 언급한 법원과 검찰 최고위직 같은 경우는 기준을 더 엄격하게 적용해서 변호사 활동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앵커] 아예 변호사 활동을 제한하는 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 아닌가요. 해외는 어떤가요.

[기자] 그런 말이 나왔다는 거 자체가 그만큼 법조계 전관예우 문제가 심각하다는 방증인데요. 일본의 경우를 보면 대법관 정년은 70세, 그 외 법관은 65세로 우리나라와 비슷합니다. 그리고 변호사 개업에도 아무런 제한이 없습니다.

그런데 토론회 발제를 맡은 조홍준 변호사에 따르면 일본에선 소송 의뢰인들이 '판검사는 고객을 대하는 서비스 마인드가 없다'는 이유로 인기가 없어서 한국의 전관예우 상황을 신기하게 바라볼 정도라고 하는데요.

그만큼 우리나라 전관예우 문제는 참 특이한 문화라고 하기도 그렇고 현상인 것 같습니다.

[앵커] 일본 외에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기자] 일단 법관의 경우 우리나라는 법원조직법상 대법원장과 대법관의 정년은 각각 70세, 판사의 정년은 65세인데요. 다른 나라는 이보다 정년이 길거나 아예 종신인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만 해도 연방법원 판사는 종신이고, 주법원 판사 정년은 70세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판사가 정년까지 근무합니다. 영국도 대법원장 및 대법관은 종신직이고 일반 법관의 경우 정년이 70세이며 임기의 제한도 없습니다.

독일의 경우도 평생법관제가 정착되어 퇴직 공직자에 대한 등록 및 개업 제한 제도 없이도 판검사가 변호사로 전직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와 구조 자체가 다른 건데요. 고위 법관이나 검사들의 법률 지식과 경륜을 개인의 영달이 아닌 사회적으로 공헌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오늘 토론회 참가자들의 제안입니다.

[앵커] 네, 아무튼 전관예우 문제는 어떤 식으로든 해결이 되어야 할 것 같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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