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범 한명은 바로 검거, 1심 징역 5년... 2심 "피해자와 합의, 징역 4년"
베트남 도주 공범, 현지 아내 사망으로 생활고 겪다가 영사관에 자수
1심, 징역 5년... "뒤늦게지만 자수 한 점, 공범에게 선고된 형량 고려"
징역 10년 구형 검찰, 항소... "살 길 막막해져 자수, 진정한 자수 아냐"

[법률방송뉴스] 멀쩡히 길 가던 20대 여성을 남성 둘이 납치해 번갈아 성폭행을 했습니다. 한 사람은 바로 잡혔고 한 사람은 해외에서 21년간 도피했다가 살길이 막막해지자 자수해 한국으로 귀국했습니다.

바로 잡힌 사람과 해외로 도주했다 수십 년 뒤에 뒤늦게라도 ‘자수’한 사람, 누가 더 처벌을 강하게 받아야 할까요.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57살 A씨라고 하는데 A씨는 B씨와 함께 1998년 2월 17일 오전 1시 30분쯤 청주시 상당구의 한 도로변에서 길 가던 당시 22살 여성을 강제로 차에 태워 납치한 뒤 인적이 뜸한 시골로 끌고 가 번갈아 성폭행을 했다고 합니다.

이들은 이 여성을 한 차례 성폭행한 뒤에도 다시 여관으로 끌고 가 감금한 뒤 재차 성폭행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해 여성이 도망을 가거나 반항하지 못하도록 마구 폭행까지 했다고 합니다.

범행 얼마 뒤 경찰에 붙잡힌 B씨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피해자와 합의해 징역 4년으로 형이 1년 줄었습니다.

곧바로 붙잡힌 B씨와 달리 A씨는 경찰의 추적을 피해 베트남으로 도주했습니다.

A씨의 도피 행각은 올해 초 베트남 호찌민 한국 총영사관을 찾아가 범행 사실을 털어놓으며 21년 만에 끝이 났습니다.

강산이 두 번 바뀔 동안 도피생활을 해오던 A씨가 뒤늦게 자수하게 된 것은 현지에서 만나 사실혼 관계를 이어오던 베트남 아내가 암으로 숨진 게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고 합니다.

A씨는 홀로 9살 난 아들과 베트남에서 살 길이 막막해지자 감옥을 가더라도 한국에 가면 어떻게든 살길이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자수를 한 겁니다.

불법체류자인 A씨는 현지에서 금융거래도 할 수 없는 등 생활에 제약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한국으로 송환된 A씨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주범은 B씨”라며 "용기가 나지 않아 피해자와 합의를 시도할 수도 없었다“며 뒤늦게 용서를 구했습니다.

1심 판결이 나왔는데 재판부는 특수강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범행의 위험성, 피해 정도, 범행 후 21년간 이어진 도피 행각 등을 고려할 때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엄벌을 탄원하는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고 A씨를 질타했습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도 "뒤늦게지만 자수를 한 점과 공범 B씨에게 선고된 형량과의 형평성을 일부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습니다.

결심공판에서 징역 10년을 구형했던 검찰은 법원 양형에 반발해 즉각 항소했습니다.

"도망자 신세라 살길이 막막해 돌아온 것을 진정한 의미의 자수로 볼 수 없다. 공범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등 반성의 진정성도 의심된다"는 것이 검찰 항소이유입니다.

검찰 관계자는 그러면서 "곧바로 잡힌 범인과 21년간 도망 다닌 범인을 똑같이 처벌하면 누가 도망가지 않겠느냐"며 "양형부당과 사실오인 등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에서 다시 판단을 구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A씨 역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습니다.

아무 죄도 없는 영문도 모르는 A씨의 9살 난 아들은 한국 입국 직후 아동보호센터에 맡겨졌다고 합니다.

항소심에서 징역 몇 년이 선고될지는 모르겠지만 A씨는 죗값을 치르고 평생 속죄하며 살고 A씨 아들은 사회가 잘 보호하고 키워서 대한민국 국민으로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되기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봅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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