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도피는 범인은닉죄 안 돼... 주위에 도피 도움 요청했다면 범인은닉 교사죄"
"정준영 휴대폰 초기화, 직접 했으면 증거인멸 아냐... 다른 사람에 부탁은 교사죄"

[홍종선 기자] '영화 속 이런 법', ‘캡틴 마블’로 돌아가겠습니다. 여기서 우리 마블이 큰 힘을 갖게 되는 것은 바로 마벨 박사가 광속엔진을 개발했기 때문이고 그게 폭발할 때 에너지를 흡수했기 때문입니다.

광속엔진을 왜 개발했느냐.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이동하면서 스크럴족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려는 의도였습니다. 크리족이었던 마벨 박사가 자신의 힘으로라도 정의를 새로 바로잡으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결국 실패하고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분명히 지구에서 폭발했습니다. 그리고 미 공군은 이것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은폐하려고 했습니다. 이렇게 사건 은폐와 관련되는 법이 어떻게 되어 있나요. 

[허윤 변호사] ‘사건 은폐죄’가 있는지 없는 지를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결론을 말씀드리면 '사건 은폐죄' 자체는 사실 없습니다. 다만 범죄 은폐와 관련해서 법적으로는 두 가지로 나눌 수가 있습니다.

하나는 범인 자체를 은닉하거나 도피시키는 경우가 있고 또 하나는 증거를 인멸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각각 '범인'과 '증거'로 나눠서 처벌하는 것이, 뭉뚱그려서 '사건을 은폐했으니 당신 죄가 있다'고 처벌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홍종선 기자] 아, 그냥 은폐하면 그게 죄가 아니라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숨겨줬으면 범인은닉이고 증거를 없앴으면 증거인멸이다. 그럼 이때 미 공군에게 굳이 무언가를 적용하자면 적용할 수 있는 게 있나요.

[허윤 변호사] 둘 다 적용이 가능합니다. 왜냐하면 미 공군 같은 경우에 누군가 분명히 일을 저질렀습니다. 그게 마벨 박사든 누구든 그런 범인이 있는데 이 범인을 밝히지 않고 숨긴 상황입니다.

10억 불이라고 영화에서는 나왔는데 그 돈의 행방을 추궁당하기 싫어서 그런 것이고 또 비행기가 부서지면서 여러 잔해가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블랙박스를 싹 다 지웠습니다. 그러니까 범인은닉과 증거인멸 동시에 형을 줄 수 있습니다.

[홍종선 기자] 아, 둘 다 적용되는군요. 근데 그중에서도 범인은닉이라는 단어를 들으니까 생각이 나네요. 우리가 예전에 영화 ‘강철비’를 통해서 범인은닉죄를 공부했었는데 복습 중요하니까 한 번 더 설명해 주시죠.

[허윤 변호사] 예. 형법 제151조에 규정이 되어있는데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를 은닉 또는 도피’ 한 경우에 처벌할 수 있는 조항입니다.

사실 형법상에 모든 범죄가 벌금 이상의 형이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형법상에 기재된 범죄를 저지른 자를 은닉하거나 도피했을 경우에는 무조건 이 죄로 처벌을 받게 됩니다.

다만 친족이나 예를 들면 동거하는 가족의 경우에는 신고를 할 것이라는 이른바 '기대가능성'이 없습니다. 나와 같이 사는 사람을 제가 어떻게 이 사람 범인이라고 신고하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이 사람들은 처벌을 면해주는 특례가 있습니다.

[홍종선 기자] 맞아요. ‘기대가능성’이란 단어도 기억이 납니다. 아버지가 아들을 숨겨줬다. 은닉했다. 그렇죠. 아버지가 아들을 신고하리라고 기대할 수가 없는 거죠.

이제 허 변호사께서 현실에서 잘 엮어주시니까 질문을 드리면 얼마 전에 웃지 못할 보도가 있었습니다. 김학의 전 법무차관이 한밤중에 인천공항에서 우리나라를 떠나려고 출국을 하려다가 딱 붙들렸습니다.

물론 본인은 “나 왕복 티켓 끊었다. 전혀 도피의사 없었다” 라고 했지만 굉장히 인상착의가 비슷한 분도 옆에 있고 그러더라고요. 자 이런 식으로 내가 나를 도피시켜, 숨겨, 다른 나라에 은닉시키려고 한다면 이거는 법적으로는 어떻게 되나요.

[허윤 변호사] 사실 김학의 전 차관이 진짜 그런 범죄를 저질렀는지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김학의 전 차관이 만약 그런 범죄를 저질렀다면 스스로를 도피 은닉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죄를 묻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어느 누구라도 '그럴 수 있다'는 것은 다 동의하는 거니까. 다만 제 3자를 시켜서 “나를 숨겨줘. 나를 도피하게 해줘”라고 이야기를 했을 경우에는 범인 도피와 은닉 교사가 되는 겁니다.

[홍종선 기자] 당연히 그렇겠네요. 어느 범인이라도 도망가려고 하겠네요. 자, 그렇게 내가 나를 도피시키는 것은 범인은닉죄는 못 묻는다. 그런데 누군가를 시켰다면 교사죄는 물을 수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언제 범인은닉죄를 물을 수 있는 겁니까.

[허윤 변호사] 범인에게 도피 비용을 제공한 경우에도 성립하고 그리고 범인에게 수사 상황을 알려준 경우에도 범인은닉죄가 성립할 수 있고 수배자임을 알았는데 집에서 몰래 재워줘서 체포를 면하게 한 경우에도 범인은닉죄가 성립합니다.

법원은 뭐라고 하냐면 형사사법작용, 예를 들면 수사라든지 체포라든지 이런 형사사법작용을 곤란하게 하거나 불가하게 하는 경우 통칭해서 이런 모든 행위를 처벌할 때 범인은닉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홍종선 기자] 무언가 은폐하는 것 두 가지 중에 범인은닉 이야기 지금 해봤고 또 하나 증거인멸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증거인멸 해보겠습니다.

이번에 버닝썬 사건 관련해서 정준영 씨가 3개 휴대전화를 냈는데 그중에 하나를 초기화해서 공장출고 상태로 냈다고 합니다. 이거 증거인멸 맞죠.

[허윤 변호사] 증거인멸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정준영 씨가 3대를 냈는데 하나는 카톡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황금폰이고 하나는 최근까지 사용했던 거고 또 하나는 뭐가 들어있는지 모르겠는데 지금 초기화가 되었습니다.

만약 정준영 씨가 직접 이 휴대전화 안에 들어 있는 데이터나 사진, 동영상을 지우기 위해 초기화를 했다면 이 경우에는 자기 증거인멸이 되어서 증거인멸죄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따져봐야 합니다.

그런데 정준영 씨가 직접 하지 않고, 제3자를 시켜서 증거를 인멸하게 했다면 이것은 교사가 됩니다.

[홍종선 기자] 아하 그렇군요. 내 손으로 내가 지웠으면 아니지만 누군가를 시켜서 무언가 했다면 교사죄군요. 사실 정준영씨가 이번이 뭔가를 잘못한 게 처음이 아닙니다. 사실 2016년도 8월에도 불법 영상, 불법 사생활 영상, 몰카 때문에 문제가 되었었죠.

그때는 정준영 씨가 아니라 정준영 씨 변호사가 경찰에 허위진술서를 냈단 말이에요. “아, 이게 지금 고장이 났다. 잃어버렸다” 그런데 이번에도 낸 것을 보면 사실 거짓말이라는 이야기죠. 이것은 무슨 죄일까요.

[허윤 변호사] 사실 이때도 경우의 수를 나눠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만약 그 변호인이 모든 사정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알려진 바로는 디지털 포렌식 진행 중이었습니다.

그래서 포렌식이 끝나면 그 핸드폰에 있는 문자, 동영상 등이 복구가 되는 상황이었는데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마치 결과가 나온 것처럼 허위로 의견서를 작성해서 경찰에 제출했습니다.

이럴 경우에는 이 변호인이 정준영 씨의 범죄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그 증거를 인멸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홍종선 기자] 아, 그렇군요. 근데 이때 정준영 씨 핸드폰이었으니 변호사 것은 아닌데 2016년 8월 기준으로 정준영 씨도 같이 증거인멸죄로 처벌되는 걸까요.

[허윤 변호사] 이 경우에도 경우의 수를 나눠봐야 하는 데요. 만약 정준영 씨가 단순하게 부탁만 했습니다. 예를 들면 “이 핸드폰이 위험한데. 아, 어떻게 하지”라고만 했는데 변호인이 스스로 알아서 이 증거인멸을 했다면 정준영 씨한테 그 책임까지 묻기는 어렵습니다.

반면 정준영 씨가 적극적으로 “이 휴대폰에는 나에 대해 불리한 증거가 들어있으니 이걸 해결해달라”고 이야기를 했고 그 변호인이 그 휴대전화를 가져다 그런 식으로 인멸을 했으면 이것도 교사가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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