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 출신 앙골라 국적 가족 한국 정부에 난민심사 요청... "콩고 출신이어서 박해"
"경제적 사유로 난민 신청, 심사 대상 아냐"... 인천공항 출입국청, '심사 불회부' 결정
난민단체 도움으로 불회부 취소 행정소송... 1심 "절차적 하자 없다" 원고 청구 기각

[법률방송뉴스] 톰 행크스 주연의 2004년도 영화 '터미널'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동유럽의 한 작은 나라에서 미국 뉴욕으로 온 톰 행크스가 미국 입국이 불허되면서 공항 터미널에서 수개월을 보내며 겪는 에피소드를 그린 가슴 따뜻해지는 코미디 영화인데요.

우리나라 인천공항에서 영화 터미널 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영화 같은 사연의 주인공은 아프리카 앙골라 국적의 루렌도 은쿠카씨 가족 6명이라고 합니다.

루렌도씨와 그의 부인, 그리고 자녀 4명 이렇게 6명의 가족은 지난해 12월 28일 관광비자로 한국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도착 직후 로렌도씨 가족은 한국 정부에 자신들을 난민으로 인정해 달라는 신청을 했습니다.

콩고 출신 앙골라 국적자인 루렌도씨는 앙골라 정부가 콩고 이주민을 추방하는 과정에서 박해를 받았고 이를 피해 한국에 들어왔다는 것이 루렌도씨 가족의 말입니다.

하지만 루렌도씨 가족은 난민 심사도 받아보지 못하고 난민 인정을 거부당했습니다. 우리 정부가 '난민 인정회부 불회부' 결정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심사를 할 필요도 없이 난민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루렌도씨 일가족이 오로지 경제적인 이유로 난민 인정을 받으려고 하는 등 난민 인정 신청이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이 우리 출입국 당국의 판단입니다.

이때부터 루렌도씨 가족은 오늘까지 119일째 인천공항 면세구역 내 환승 편의시설지역에서 체류하며 숙식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영화 '터미널' 같은 일이 인천공항 터미널에서 실제 4개월 가까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이들의 사연을 알게 된 '난민과 함께 공동행동'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루렌도씨 가족을 도와 난민 인정심사 불회부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습니다.

"출입국 당국이 다 완성하지도 못한 난민신청서를 가져갔고 인터뷰는 통역과 조서 작성을 포함해 2시간 남짓 진행됐다. 아이들의 의견도 청취하지 않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한마디로 출입국 당국이 절차상 하자를 저질렀으니 불회부 결정을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법원 판결이 오늘 나왔는데 인천지법 행정1부는 난민 인정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밝혔습니다.      

"법원에 제출된 증거를 보면 난민 인정심사에 회부하지 않기로 결정한 이유 등이 원고들에게 적절히 안내됐다. 원고들이 주장한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입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원고들이 대단히 안타까운 사정인 것은 맞다"면서도 "난민 인정 신청이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처분 사유를 인정할 수 있어 피고가 원고에게 내린 불회부 결정 자체도 위법하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인생은 영화처럼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많은 경우 그 반대의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Life is waiting, 인생은 기다림이다. 

영화 터미널에서 톰 행크스가 한 대사인데 난민을 신청한다고 다 받아줄 순 없지만 아무튼 어떤 사연이 있어서 한국에까지 오게 됐을 텐데 루렌도씨 가족의 기약 없는 기다림과 공항 터미널 생활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안타까우면서도 씁쓸합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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