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입법만 남았다... '낙태죄 폐지 대리인단' 류민희 변호사 인터뷰 일문일답
이제 입법만 남았다... '낙태죄 폐지 대리인단' 류민희 변호사 인터뷰 일문일답
  • 장한지 기자
  • 승인 2019.04.25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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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방송뉴스] 지난 11일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불합치를 판결함에 따라 국회는 관련법 개정을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법률방송은 지난 12일 낙태죄 폐지 공동대리인단의 류민희 변호사를 만나 관련 얘기를 들어봤다.

류 변호사는 낙태 입법과 관련 "임신 초기에 결정을 해서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입법을 하는 게 맞다"며 "단순히 임신중지 접근이 가능해졌다는 차원이 아니라 여성의 필수적인 의료 건강 서비스 문제 차원에서 입법 접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류민희 변호사와의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불합치를 판결한 다음날인 지난 12일 법률방송 취재진이 낙태죄 폐지 공동대리인단의 류민희 변호사를 만나 관련 얘기를 들어봤다.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불합치를 판결한 다음날인 지난 12일 법률방송 취재진이 낙태죄 폐지 공동대리인단의 류민희 변호사를 만나 관련 얘기를 들어봤다.

[인터뷰 전문]

- 규정된 지 66년 만에 낙태죄가 폐지됐습니다. 이제 낙태는 ‘죄’가 아닌 겁니다. 소감이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 더 이상 죄가 아니게 됐다는 것, 여성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결정을 자율적으로, 주체적으로 할 수 있게 된 세상, 그렇게 생각하니까 감사하고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 변호사 개인으로서는 영광인 것 같아요.

 

- 헌법재판소 안에서 낙태죄 폐지 결정이 내려질 때 어떻게 들으셨나요.

= ‘끝까지 들어 봐야겠다. 어떤 이유인지 끝까지 들어 봐야겠다’ 그런 생각이었죠. 약간 실감이 좀 안 났어요.

 

-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들으며 가장 기억에 남거나 잊혀 지지 않는 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임신을 유지할 것인지 종결할 것인지 결정은 자신의 사회관 인생관에 기반해서 자신이 처한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경제적 상황에 대한 깊은 고민 끝에 내린 전인격적 결정” 이런 표현이 있었는데요. 낙태 결정에 대해서 여성이 충분히 숙고하고 있고, 그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자기결정권에 대한 판단, 그 내용이 정말 좋았던 것 같아요.

‘낙태는 국가가 형벌로 규제해야 될 것이 아니라 여성의 결정을 존중해야 된다’ 이 의미가 너무 좋았고, 법정에서 그 표현이 울려 퍼지는 순간 너무 귀가 즐거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내용은 단순위헌 의견 헌법불합치 의견 양쪽에 다 있었거든요. 앞으로 많이 인용될 좋은 표현인 것 같습니다.

 

- 2012년 헌재는 재판관 4:4 의견으로 낙태죄 합헌 판단했습니다. 생명 경시 풍조가 확산될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는데요. 7년 만에 9명 중 7명의 재판관이 사실상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전에 비하면 상당한 차이를 보인 건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합헌과 위헌 사이, 낙태죄 폐지의 공감대가 형성된 배경은 무엇일까요.

= 2012년의 헌재의 합헌 결정 이후로 헌재 결정 자체가 비판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 합헌 결정 때문에 가려졌던 현실의 이야기들이 많이 드러났고, 언론이라든지 대중매체를 통해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여성들도 많이 늘어났습니다. 그러면서 사회인식 자체가 많이 바뀌었다는 것, 그것이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 7년 사이 어떤 목소리들이 있었나요.

= 그 결정 자체로 어떤 분들은 “이게 형법에 죄였는지도 난 몰랐다” 그런 분들도 계셨고요. “이것 때문에 내가 인생 선택에서 제약을 받는구나. 부당하다”라고 느끼는 여성들도 늘어났고요. “이런 죄가 왜 한국에 아직까지도 있을까”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도 늘어났고, 다양한 분들이 낙태가 죄인지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 낙태가 ‘죄’여서 주변에서 실제로 어려움을 겪은 사례 중에 기억에 남는 게 있으실까요.

= 낙태는 정말 필수적인 여성의 의료적인 시술인데, 이게 죄로 돼있기 때문에 임신 사실을 알고서 초기에 양질의 의료를 받지 못하고, 판단 시기도 늦어지고, 현금을 들고 버스를 타고 시술이 가능한 먼 곳에 가서 늦은  시기에 좋지 않은 의료를 받는 평범한 이야기들이 인터넷이나 주변에서 들을 수 있고요.

정말 극단적인 예로는 좋지 않은 시술을 받아서 사망한 2012년 고등학생 사건도 있고요. 이 일을 하는 활동가, 연구가, 변호사 등 가슴에 담아 두는 사연들이 되게 많아요.

 

- 낙태가 ‘생명권’과 ‘선택권’의 대립이 아니라 또 다른 의미의 ‘생명권’과 ‘생명권’의 대립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생명을 보호할 권리’와 ‘사람답게 살 권리’의 대립이라는 말이 개인적으로 와 닿았는데, 변호사님께서 보시는 양측의 주장은 어떤 이념이나 가치의 대립이라고 보시나요.

= 저는 ‘생명이 소중하다’는 것은 양쪽 다 지금 합의하고 동의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헌법재판소 결정에서도 말하는 것은 사실은 국가의 생명보호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임신, 출산, 양육 등 많은 부분을 담당하는 여성의 결정을 존중하고, 지원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어떤 결정을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선택을 하고 그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고 보장하는 차원으로 사고해야 한다는 것이라서 저는 근본적인 대립이라고 생각 안 하고 생명을 조금 더 보장받기 위한 방안이 이번 헌재 결정이었다고 생각이 들어요.

 

-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중요하다는 건데, 낙태와 관련해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정의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 임신, 출산, 양육이 1차적인 주체가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의 결정을 의심하지 말고 형법으로 단죄하지 말고 좋은 결정을 하고 그대로 이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보장하는 것이 사실은 더 맞다, 그것이 권리다, 그렇게 얘기했던 것 같아요.

아이를 낳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사실 삶에서 되게 중요하고 필수적인 결정이잖아요. 그래서 여성의 그러한 결정을 존중해야 하고 잘 결정할 수 있게 이제는 여러 가지 차원의 지원이 있어야 된다, 그러한 말인 것 같아요.

 

- “생명권에 대한 제한은 곧 생명권의 완전한 박탈” 합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의 말입니다. 이들의 말에 공감하는 사람들도 상당할 텐데, 여전히 ‘생명권’을 이유로 낙태죄 존치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 이번 헌재 결정은 모든 사회 구성원을 위한 결정이라고 생각이 들거든요. 사실은 임신, 출산, 임신중지에 관해 정확한 정보가 알려져 있고 지원, 의료 서비스가 보장되는 국가에서는 오히려 이제 낙태율이 낮습니다. 그것은 생명보장이 잘 된다는 의미겠죠. 그래서 이번 헌재 결정은 모든 사회구성원과 생명에 관련된 결정이었다고 저는 생각이 듭니다.

 

-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습니다. 결정문을 읽어보니 헌법불합치와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 사이 대표적인 차이는 ‘낙태가능기간’이었습니다. 변호사님께서 보시기에 적절한 ‘낙태 가능 기간’은요.

= 의료적으로도 여성에게 안전한 낙태는 초기 낙태인 것은 분명하고요. 하지만 그것을 권장하기 위해서 특정 어떤 주 수를 형법에 입법하는 것은 적절한 방식이 아니고요.

낙태 규제는 어쨌든 의료 서비스 안에 가이드라인으로 충분히 존재하거든요. 그래서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초기에 결정을 해서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입법을 하는 게 맞다고 보여 집니다.

 

- 내년 말까지 낙태죄 폐지를 담은 형법 개정안이 마련돼야 합니다. 국회나 시민사회, 의사 등 과제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 이게 단순히 임신중지가 접근 가능해졌다는 차원이 아니라 여성의 필수적인 의료 건강 서비스 문제이고 기존 정책에 잘 들어갈 수 있게 많은 것들을 준비를 해야 되는 것 같아요. 의료인들 수련 부분도 있고, 질 좋은 의료를 제공하기 위해서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고민해야 되고 건강보험 체계 들어가야 되고요.

‘지방이라든지 이주여성이라든지 장애여성이라든지 이런 접근성 낮은 분들은 어떻게 쉽게 접근할 수 있을까’,  그리고 ‘피임이라든지 임신 출산 관련된 많은 정확한 정보를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이런 것들이 통합적으로 사고돼서 잘 입법돼야 이 권리가 잘 보장될 것 같습니다.

 

- 낙태죄 폐지 전후로 이런저런 행사를 많이 참여하셨는데, 분위기가 어떻게 바뀌었나요.

= 여성단체, 인권단체 분들이 낙태죄 폐지 결정 전 마지막으로 큰 대중 집회를 3월 30일에 열었는데요. 저희가 시청 근처에서 했었는데 갑자기 날씨가 어두워지면서 비가 내리고 우박이 내렸습니다. ‘이게 좋은 징조일까. 나쁜 징조일까. 좋은 징조일 거야’ 생각하면서 다들 비에 흠뻑 젖어서 돌아갔던 기억이 있는데, 어제(낙태죄 폐지 결정일) 화창한 봄날이었던 것을 생각해보니까 ‘그런 궂은 날들을 버티셨기 때문에 어제가 왔나보다’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으신 말씀 있으신가요.

= 사건 준비했던 변호사님들은 사실 서면을 저희가 개별적으로 썼다기보다는 그동안 이 권리 관련돼서 법률가, 연구자분들이 많이 노력을 하셨거든요. 저희가 그런 것 다 영향 받고 참고해서 썼던 일종의 집단지성적인 결과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런 분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앞으로 이 권리가 잘 보장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 많은 연구 부탁드린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장한지 기자 hanji-jang@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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