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세, 두 종류... 종가세, 가격 따라 책정 vs 종량세, 알코올 함량 따라 책정
우리나라 종가세 채택... 국산맥주, 위스키·코냑과 같은 72% 최고 주세율
교육세 등 추가 세금도 부과... 맥주 출고가격의 절반 이상이 '세금 거품'
수입맥주는 관세만 부과, FTA 체결 EU 미국 등은 '무관세'... 맥주 수입 급증

[법률방송뉴스] 한 캔에 4천원이 넘기도 하는데 4캔을 사면 2천500원씩 만원에 준다.

편의점 가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수입맥주 판촉 광고인데요. 

어떻게 이게 가능한 걸까요. '카드로 읽는 법조', 오늘(18일)은 맥주 가격의 비밀에 대해 알려드립니다. 김태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2017년 기준 국내 주류 소비현황을 보면 총 출고량은 366만 kℓ, 이 중 맥주가 215만 kℓ로 58.8%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마신 양만 놓고 보면 양주, 소주, 막걸리 등을 다 더한 것보다 맥주가 더 많은, ‘국민 술’입니다. 

그러나 술에 붙는 주세를 들여다보면 맥주는 ‘국민 술’과는 거리가 멉니다.

일단 주세는 알코올 도수와 양, 알코올 함량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종량세와 술 가격에 비례해 세금을 부과하는 종가세, 두 종류가 있습니다.

쉽게 말해 종가세는 비싼 술에 비싼 세금을 매기는 방식으로 우리나라는 유신시절이던 1972년 모든 주류에 이 종가세 부과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그리고 맥주는 소주나 탁주 같은 ‘싼 술’이 아니라 위스키나 코냑 같은 ‘비싼 술’로 묶였습니다. 

유신정권 시절만 해도 맥주는 국민 술이 아닌 위스키 같은 비싸고 고급스러운 술이었던 겁니다. 

그렇게 ‘귀하신 몸’이 된 맥주에 붙는 세금은 주세율 72%에 주세액의 30%에 해당하는 별도의 교육세, 여기에 부가가치세도 10%가 추가됩니다.  

쉽게 말해 과세표준 1천원짜리 맥주에 이런저런 세금이 붙으면 출고가격은 2천36원, 국산맥주 가격의 절반 이상은 ‘세금거품’이라는 얘기입니다.

반면 수입맥주엔 이런 주세나 교육세 등이 붙지 않습니다. 수입신고 가격에 관세가 붙는 게 전부입니다.

중국과 일본의 수입맥주 관세율은 각각 24%와 30%, 그나마 FTA 발효로 EU와 미국, 싱가포르 등에서 수입하는 맥주는 관세가 단 한 푼도 붙지 않습니다. 

해외맥주 수입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근본 이유입니다. 

수입맥주의 ‘진격’은 수치로도 입증됩니다.

2012년 7천400만 달러였던 맥주 수입 금액은 2017년엔 2억 6천300만 달러로 5년 만에 250% 퍼센트 이상 급증했습니다.

특히 중국 맥주 수입량은 같은 기간 600% 이상, EU는 350% 이상 폭증했습니다. 말 그대로 진격의 수입맥주입니다.  

편의점 수입맥주 점유율도 CU를 기준으로 2016년 이미 국산맥주 매출액을 추월했습니다. 대세는 수입맥주에 넘어간 겁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다양하고 싼 세계 여러나라의 맥주를 맛 볼 수 있어서 좋지만 국산맥주 업체들 입장은 다릅니다.

누구는 엄청난 주세로 묶어 놓고, 누구는 세금 한 푼 안 붙이고. 국내 맥주업자들이 봉이냐. 불공평하다는 겁니다.

실제 OECD 35개 나라 가운데 주세를 종가세 방식으로 부과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칠레, 멕시코 3개 나라가 유일합니다.

나머지 대부분의 나라는 다 알코올 함량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종량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특히, 알코올 함량 5도 안팎의 맥주를 위스키나 코냑과 같은 ‘비싼 증류주'와 같이 취급해 세금을 부과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사실상 유일합니다.

그렇지만 맥주 세금 문제엔 커다란 딜레마가 있습니다.

다른 대다수 OECD 나라들처럼 알코올 함량에 따라 주세를 부과하는 종량세로 전환할 경우 대표적 ‘서민 술’인 소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합니다.

주당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겁니다.

그렇다고 종가세를 그대로 두고 맥주 세율만 낮출 경우 정부가 ‘술 권하는 사회’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쏟아질 게 불을 보듯 뻔합니다. 

이런 가운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달 26일 국회 기재위에 출석해 “주세법을 4월에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값싸고 질 좋은 다양한 맥주를 먹을 권리와 국민건강 악화 등 술로 인한 폐해 사이,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주세법을 정부가 이번엔 손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법률방송 '카드로 읽는 법조' 김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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