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강간 살인범이 아니다"... 부산 낙동강변 2인조 살인사건, 고문으로 허위자백
"우리는 강간 살인범이 아니다"... 부산 낙동강변 2인조 살인사건, 고문으로 허위자백
  • 유재광 기자
  • 승인 2019.04.17 1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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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거사위 "처벌에만 급급해 실체적 진실 발견 외면"
경찰 "범행 자백"... 검찰, 허위자백 호소 묵살하고 기소
21년 넘게 복역하다 2013년 모범수 특별감형으로 출소

[법률방송뉴스] 어느 날 갑자기 고문을 당해 여성 강간 살해범으로 몰려 20년 넘게 옥살이를 했다면 얼마나 억울하고 한스러울까요. 오늘(17일)은 ‘낙동강변 2인조 살인사건’ 얘기입니다. ‘앵커 브리핑’입니다.

지난 1990년 1월 4일 새벽 부산시 북구 엄궁동 낙동강변 도로에서 박모씨가 불상의 범인들에 의해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 당합니다.

경찰은 부산 북부경찰서에 수사본부를 꾸려 백방으로 범인을 추적했지만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하고 사건은 미제로 분류됩니다.

사건 발생 1년 10개월이 지난 1991년 11월 부산 사하경찰서는 사하구 하단동 을숙도 유원지 공터에서 무면허 운전교습 중 경찰을 사칭한 사람으로부터 ‘금전을 갈취 당했다’는 신고를 받고 최인철씨와 장동익씨를 검거합니다.

사하경찰서는 최인철씨와 장동익씨 두 사람을 구속해 수사하던 중 최씨와 장씨로부터 낙동강변 살인사건에 대한 자백을 받아내는 뜻밖의 성과를 거둬냅니다.

최씨와 장씨는 검찰 수사에서 ‘경찰 고문에 의한 허위자백’이라고 호소했지만 검찰은 두 사람의 호소를 묵살하고 두 사람을 강간살인 등 혐의로 기소합니다.

두 사람은 무기징역이 확정돼 21년 이상 복역하다 2013년 모범수로 특별감형돼 석방된 뒤 지난 2017년 고문에 의한 허위자백을 이유로 재심을 청구합니다.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오늘 이와 관련 두 사람 사건을 조사해보니 고문에 의한 허의자백으로 판단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검찰 과거사위는 먼저 두 사람이 검찰 2차 조사 때부터 일관되게 경찰에서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했고 ‘당했다’는 고문에 대한 묘사가 매우 일관적이고 구체적이라고 밝혔습니다.

쇠파이프에 거꾸로 매달린 채 물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하는데 고문 방법과 도구, 고문 경찰관들의 행위 등에 대한 진술이 고문 장면을 그림으로 그려낼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라는 겁니다.

과거사위는 또 수건을 입에 물렸을 때 힘이 들어가는 부분의 치아가 깨진 점, 교통사고 팔 수술 부위 철심이 깨진 점 등 신체에 남은 흔적도 모두 고문의 증거로 판단했습니다.

부산 사하경찰서 유치장 동료 수감자들도 “옷이 다 젖어서 유치장에 돌아왔다. 심하게 떨었다”고 진술하는 등 고문 정황에 대해 증언했습니다.

경찰은 이처럼 최씨와 장씨에 대해 갖은 고문으로 허위자백을 받아낸 뒤에도 현장검증이나 진술을 바꿔야할 필요가 있는 경우 수시로 두 사람을 고문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두 사람의 고문 피해 주장은 일관되며 객관적으로 확인된 내용과 부합하고 신빙성이 있다. 사하경찰서 수사팀에 의한 고문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 과거사위 결론입니다.

과거사위는 그러면서 당시 검사의 행태에 대해서도 강한 어조로 비판했습니다. 

“최씨 등 2명은 검찰 수사과정에서 고문 등 가혹행위로 어쩔 수 없이 자백했다고 진술했으나 검사는 진술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송치된 기록을 면밀히 검토했더라도 발견할 수 있던 각종 모순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기소하는 과오를 저질렀다”,

“자백진술과 객관적으로 확인된 사실들 사이에는 여러 모순점이 존재함에도 검찰 수사과정에서조차 그런 모순점들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고 자백에 기대 수사가 진행됐다”,

“수사 검사가 국과수로부터 회신 받은 감정서 내용조차 그 의미를 왜곡한 것은 객관의무를 저버린 것일 뿐만 아니라 피의자의 처벌에만 급급해 실체 진실 발견이라는 형사소송법의 근본 원칙을 외면한 행동”이라는 것이 검찰 과거사위의 질타입니다.

과거사위는 이와 같은 심의결과를 토대로 피의자가 자백을 번복할 경우 검사가 자백을 검증할 수 있는 기준과 절차를 마련할 것 등을 대검에 권고했습니다.

낙동강변 강간 살인사건의 변호인은 다름 아닌 문재인 대통령입니다. 문 대통령은 변호사 시절 직접 변론을 맡은 낙동강변 2인조 살인사건을 ‘가장 한스러운 사건’으로 꼽기도 했습니다.

28년 전 그때 최인철, 장동익씨를 고문했던 경찰들은, 두 사람의 고문 호소를 그냥 간단히 무시하고 강간살인으로 기소했던 그 검사는 지금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요.

천라지망(天羅地網), 하늘과 땅의 그물은 빠져나갈 수 없다고 했습니다.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유재광 기자 jaegoang-yu@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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