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유사군복 판매목적 소지 처벌 군복단속법 합헌
"군인 아닌 자가 유사군복 입어 군에 대한 신뢰 실추"
군인 아닌 자의 군복 또는 유사군복 착용은 모두 불법
"일상화 된 '군복시위', 현실과 법 사이 괴리 해소해야"

[법률방송뉴스] 보수단체의 이른바 '태극기 집회'에 나가면 이런저런 군복을 입고 나온 시위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유사군복’을 입는 것과 판매하는 것 모두 엄밀히 말하면 현행법에 위배된다고 합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보수단체 집회에만 나가면 군복 입은 시위자들이 어김없이 나와 있습니다. 진짜 그런 부대를 다녀왔는지는 모르겠지만 특전사나 해병대 등 이른바 ‘빡 센’ 부대 군복이 많습니다. 어디서 났는지 부대에 고이 모셔져 있어야 할 ‘부대기’를 들고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거기에 어디를 보고 있는지 눈동자가 전혀 들여다보이지 않는 ‘어떤 군인’을 연상시키는 짙은 선글라스 착용도 기본입니다. 남성 뿐 아니라 군복이나 선글라스를 착용한 여성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군복처럼 보이지만 진짜 군복은 아닌 이런 이른바 ‘유사군복’과 관련된 법률이 있습니다. ‘군복 및 군용장구의 단속에 관한 법률’이 그것입니다.

이 법 제8조 군복 등의 제조ㆍ판매의 금지 조항은 “누구든지 유사군복을 제조 또는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소지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문화·예술 활동이나 공익 활동 등 다른 법령이나 국방부령에서 정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허가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을 어긴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1심 재판을 맡은 부산지법은 '유사군복의 의미가 불명확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해당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헌재에 제청했습니다.

이에 대해 헌재는 재판관 6:3 의견으로 해당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오늘(15일) 밝혔습니다.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 감정을 가진 사람은 어떠한 물품이 유사군복에 해당하는지 예측할 수 있다.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군인 아닌 자가 유사군복을 입고 군인을 사칭해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키는 것은 향후 국가안전보장상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헌법재판관 다수의 지적입니다.

직업자유 침해 주장에 대해서도 “유사군복 착용 금지만으로는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부족하다”며 “판매목적 소지까지 금지해 유사군복이 유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헌재 다수의견입니다.

군복단속법은 "군인이 아닌 자는 군복이나 유사군복을 착용하거나 군용장구를 사용 또는 휴대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적시하고 있습니다.

태극기 집회든 뭐든 민간인이 국방부 허가를 안 받고 군복 입고 돌아다니는 것은 원칙적으로 전부 불법이라는 얘기입니다.

다만 서기석·이석태·이영진 재판관은 "타인에게 직접적 피해를 끼치지 않는 한 누가 어떤 의복을 입는가는 개인 개성·자유“라며 ”유사군복 금지와 형사처벌은 과도한 규제“로 해당 조항은 위헌이라는 소수의견을 냈습니다.

지금은 보수단체 집회에서 군복 입은 시위자의 등장이 자연스럽게 여겨지지만 사실 ‘군복 시위’는 관제 시위나 관제 행진을 제외하면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 정도가 처음입니다.

월남전에 참전했던 고엽제 후유증 피해자 등 참전 군인들이 피해 회복과 보상을 촉구하며 군복 시위를 벌인 게 시작입니다.

당시 LP가스통을 거리로 들고 나오는 등 이전 여타 시위와는 ‘화력’이 다른 시위를 벌이긴 했지만 나름 군복을 입고 나온 이유도 명분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보수단체 시위는 참전 반대나 찬성 시위도 아니고, 군 관련한 이슈도 아니고 왜 이렇게 모든 시위나 집회에 군복들을 입고 나오는지 개인적으로 잘 이해는 가지 않습니다. 

군사정권 시절 같았으면 군복 시위 같은 건 엄두는커녕 상상도 못했을 텐데 그만큼 사회가 민주화된 반증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다만, 군복 입고 시위한다고 처벌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위법이 아닌 것도 아니고. 법원이 유사군복 처벌 조항에 대해 헌재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할 정도면 현실과 법제도 사이 간극은 어떻게든 해소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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