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행동강령, 겸직금지의무 명시... "허가 안 받은 가욋일, 굉장히 위험"
"도박 빚은 안 갚아도 돼... 불법 행위 관련 불법원인급여, 반환 의무 없어"
"제3자 대화 녹음, 재판에서 증거능력 없어... 당사자간 대화 녹취는 효력 있어"

[홍종선 기자] '영화 속 이런 법', '극한직업' 얘기 계속해 보겠습니다. 사실 형사가 얼마나 극한 직업입니까. 극한직업은 우리의 삶이 하루하루 얼마나 고된 지를 시원하게 웃음으로 푼 영화입니다.

영화 속에서 굉장한 기발한 아이디어가 두 개 있는데요. 하나는 닭과 갈비를 합해서 ‘수원왕갈비통닭’을 만들었다는 것과 또 하나는 계속 이야기하는 치킨 배달을 마약 유통 시스템으로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마약을 이런 식으로 배달하는 게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을가요.

[허윤 변호사] 저도 사실 이 부분이 궁금해서 마약반 형사님들께 물어봤는데 어렵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왜냐하면 마약사범의 경우 재범 가능성이 높아 이 사람들이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는지 수사기관에서 수시로 체크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이미 마약과 관련된 마약사범들을 상당수 파악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그냥 1:1로 사고 파는 마약거래가 아닌 영화에서처럼 조직적으로 마약을 판매·유통을 할 경우에는 당장 수사기관 레이더망에 걸릴 거라고 얘기했습니다.

그래서 영화는 영화일 뿐,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요즘은 또 SNS를 통해 마약 거래가 되기도 하는데 예를 들면 유튜브 같은 곳에 마약을 뜻하는 은어와 내 연락처를 적어 놓으면 판매책이 보고 ‘던지기’라고 하는데 연락을 합니다.

웃긴 것은 예전에는 1:1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거래가 이뤄지다 보니 가짜 마약을 파는 일은 사실 거의 없었는데 이제는 SNS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돈을 송금하고 마약을 받았는데 밀가루가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합니다. 일종의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홍종선 기자] 그렇군요. 이것도 내가 비록 사서는 안 되는 것을 살려고 했지만, 내가 돈을 줬는데 내가 원하는 제품인 마약이 아니라 밀가루가 왔다면 사기 당한 거니까 신고나 고발이 될까요.

[허윤 변호사] 일단 경찰에 신고하는 순간 ‘저는 마약사범입니다’라는 것을 드러내는 거니까 신고 같은 걸 하지는 않을 것 같고요. 민법상 반환청구가 가능하냐는 문제가 걸리는데요.

우리나라 법은 '불법한 행위로 인해서 발생하는 손해의 경우엔 손해를 회복 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습니다. 민법 746조를 보면 나오는 ‘불법원인급여’라는 조항이 바로 그것입니다.

예를 들면 홍 기자님이 도박을 할 때 분명히 돈을 잃고 있다는 것을 제가 알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을 빌려줘서 도박을 계속 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홍 기자님이 돈을 다 잃었는데 제가 빌려준 돈을 돌려달라고 하면 홍 기자님은 "민법 746조 불법원인급여라서 나는 돌려줄 의무가 없다" 라고만 말씀하시면 됩니다. 법은 원칙적으로 불법한 행위와 관련된 자금 같은 경우에는 반환청구를 못하게끔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홍종선 기자] 아까 이야기 하셨잖아요. 치킨을 통한 마약 유통은 안 될 것 같다. 현실성이 없다는 것 너무 다행인 것 같습니다. 수원왕갈비통닭은 현실이 될 수 있지만 치킨 프랜차이즈를 통한 마약 유통은 현실이 될 수 없다는 것. 그럼 이건 현실성이 있을까요.

고 반장네 강력반 형사들이 팀 해체를 막기 위한 잠복수사의 한 방법으로 치킨가게를 열고 돈을 많이 벌고 이걸 가져가기도 했는데 현실적으로 이렇게 해도 되는 건가요.

[허윤 변호사] 현실적으로 불가합니다. 일단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공무원으로서 월급을 받는데 가욋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정확히 규정에 적혀 있습니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을 보면 '영리 업무를 금지한다'는 조항이 있고, 예외적으로 영리 업무가 가능하더라도 원칙적으로 발생한 모든 수익을 국가에 귀속시켜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류승룡씨가 돈을 벌어서 집에 가져다주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건 안 되는 것이고 영화에서도 중징계를 받았습니다.

[홍종선 기자] 공무원은 겸직이 안 된다는 거군요. 겸직 얘기하니까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요즘 ‘비디오(vedio)’와 ‘블로그(blog)’를 합쳐서 '브이로그'라고 하는데 일상생활을 찍어 올리는 건데 어떤 공무원이 브이로그 활동을 해서 수익이 난 겁니다. 이것도 위법한 겸직인가요.

[허윤 변호사] 수익이 나면 당연히 공무원 복무규정이 금지하고 있는 겸직에 해당합니다. 요즘 문제가 되는 것은 공무원들 중에 브이로그나 유튜브를 하는데 '나는 수익이 안 나기 때문에 겸직 허가를 따로 안 받았다. 받을 필요가 없다'는 분도 계시는데 굉장히 위험합니다.

유튜브라는 것은 구독자 수가 쌓여가면서 나중에 수익이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수익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올린 유튜브 영상이 지금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겸직허가를 받지 않는다면 나중에 결국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은 거죠.

다만 이 경우에도 수익이 발생한다고 해서 일률적으로 모두 다 처벌하는 것은 아니고 수위나 콘텐츠 내용,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하게 되는데 사전에 처벌 받을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홍종선 기자] 그럼 다시 영화 ‘극한직업’으로 돌아가 보죠. 말씀드렸듯이 구 반장 류승룡은 신하균을 잡으려고 앞에 통닭집을 개업했습니다. 왜냐하면 이무배의 사무실에 들어가고 싶은데 영장 없이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으니까요.

배달시키면 우리가 배달하러 가면 자연스러운 잠입이라고 생각한 것인데 그런데 기다려도 배달을 안 시키니까 창문에 뭘 던집니다. 도청장치인데 영장 없는 잠입은 안 되는데 도청장치를 붙이는 것은 된단 말인가요.

[허윤 변호사] 그것도 안 되겠죠. 통신비밀보호법을 보면 당사자 간 대화는 녹음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법원에 실제로 증거로 제출을 할 수 있지만 제3자에 의한 녹취, 예를 들면 도청입니다.

예전 안기부 도청 같은 경우는 이제 법으로 금지가 되어 있습니다. 불법적인 증거이고 위법적인 증거이기 때문에 도청을 하고 녹취를 했다고 하더라도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도 못합니다. 수사기관도 예외는 아닙니다.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영화에서처럼 도청기를 던져서 붙이면 안 되고 미리 사전에 법원에 이야기해서 영장을 받아 도청을 해야 합니다.

급해서 아주 긴박한 순간이기 때문에 영장 받을 여유가 없었다면 사후에라도 법원에 '이런 이유 때문에 제가 도청을 했다'고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영화에서는 사실 영장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홍종선 기자] 지난주 '증인'도 그렇고, 이번 주 ‘극한직업’도 그렇고 현실의 변호사와 영화 속 변호사, 현실의 경찰과 혹은 현실의 마약 수사와 영화 속 차이점을 알게 되어서 좋았습니다.

특히 오늘 좋았던 점은 현실의 뉴스와 연결지어 설명을 해주시니까 귀에 쏙쏙 들어오고 좋았던 것 같습니다. 다음 주에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캡틴 마블의 인기가 대단합니다. 너무 많은 상영관을 차지한 건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지난해 11월에 작고한 마블의 아버지 스탠 리 추모영화라는 점에선 반가웠습니다.

1960년대부터 자신이 고안한 캐릭터와 스토리가 만화책이 되고, 애니메이션을 거쳐 블록버스터 실사영화가 되는 과정을 전부 지켜 볼 수 있었던 사람. 그 영화들에 한 장면씩 카메오 출연을 통해 자신을 영화 속에 남겨 놓을 수 있었던 행운아.

언제나 웃는 표정의 스탠 리, 그의 즐거운 성공이 행운만으로 가능했을까요. 남들이 하지 않는 불안한 일로 새 길을 낸 자가 누릴 수 있었던 영광일 겁니다. 저는 다음 주에 다시 올게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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